2014년 10월 17일 금요일

인류는 왜 공평, 정직 같은 미덕을 고취시켰을까? - 윌슨 교수

출처 :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4021402148

'사회생물학 창시자' 윌슨 교수에게 듣는다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말하는 '인간의 본성' "인류는 왜 정직ㆍ공평 같은 美德을 고취시켰을까?… 그렇지 못한 집단은 도태됐기 때문" 진정한 이타성은 존재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타인을 돕는 행동은 개인을 위험에 빠뜨리지만 집단엔 유익 결국 그런 행동 일으킨 유전자 확산시켜 집단 위한 것만 선이고 개인은 악인가? 개체선택은 많은 죄악을 낳기도 하지만 생산성ㆍ리더십 등 가치 있는 성향의 원천 인간활동, 이기성과 이타성의 갈등서 비롯 철학엔 더 많은 자연과학이 필요 뇌가 갖고 있는 본능ㆍ욕망 같은 것이 진화 역사상 어떻게 생긴 건지 모른다면 표피적인 상관관계 설명에 그칠 것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연구실은 하버드대 비교 동물 박물관 내에 자리 잡고 있었다. 1834년 찰스 다윈이 발견한 성게 화석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2100만여 종의 동물 표본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마침 초등학생들이 박물관을 견학하고 있었다. 그들이 중학교에 올라가 생물학 시간이 되면 개미가 윌슨 교수가 발견한 페로몬이란 화학물질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배울 것이다. 그들이 나이가 들어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민에 부딪히게 되면, 언젠가 진화론 책을 뒤적이게 될 것이고, 윌슨 교수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쓴 '인간 본성에 대하여'나 '지구의 정복자'를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함께 열독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과학자답지 않은 윌슨 교수의 유려한 글솜씨에 경탄하게 될 것이고, 위키피디아를 뒤적거려 그가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미로 같은 박물관을 헤치고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가니 윌슨 교수가 환한 웃음으로 반겨줬다. 그의 오른쪽 눈은 어린 시절 낚싯바늘에 찔린 사고로 실명해 반쯤 감겨 있었지만, 그의 웃음 띤 얼굴에선 별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남은 왼쪽 눈 하나로 평생 개미를 연구해 왔고, 개미에 대한 관심을 인간으로 확장시켜 인간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봐 왔다.

그는 기자의 질문을 받기 전에 자신이 집필 중인 책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미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썼는데, 지금 세 권의 책을 새로 쓰고 있다고 했다. 집필 중인 책에 대한 그의 긴 설명이 끝난 뒤 기자는 준비해둔 질문을 꺼냈다.

해탈을 느껴보진 못했다. 점점 더 도전을 느꼈을 뿐

-세계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도달하면 해탈의 감정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 혹시 교수님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달했다는 생각과 함께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나?

"아니요, 나는 점점 더 도전을 느끼지 평화를 느끼지 않는걸(웃음). 훌륭한 과학자라면 다 그럴 것이다. 참고로 진화생물학은 아직도 약한 과학(weak science)이라고 할 수 있다(그래서 도전하고 고민해야 하는 게 많고 평화를 얻기 어렵다는 의미). 물론 미래를 다루는 데 아주 중요한 과학이다. 왜냐하면 진화생물학이야말로 인간에 대해서, 그 역사와 인간이 인간이도록 추동하는 힘들에 대해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해탈을 느껴보지 못했다. 불교에 대해서 좀 읽어보려고 하긴 했었다. 완전한 평화에 대해서, 자아를 버리는 것 등등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음… 그 평화를 찾은 이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진화론은 사람이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기계에 불과하다. 진화론을 접한 많은 이는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 같다. 이런 허무주의에 빠진 경험이 있는가? 이런 느낌을 극복할 조언이 없는가?

“그게 바로 내가 지금‘인간 존재의 의미’라는 책을 쓰는 이유다. 인간은 여러 층위로 볼 수 있는데, 종(種)이라는 차원에서, 사회라는 측면에서 각 단위에 대한 이해가 모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해는 인간을 어떤 식으로든 왜소하게 만들지 않는다. 최근 내 몇몇 연구를 놓고 꽤 논란이 많다. 수학자들과 함께 최근에 논문을 냈는데, 어떻게 이타성이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며, 고등 사회가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형성되는가가 주제이다. 그런데 우리가 점점 더 분명하게 알게 되는 것은, 자연선택(키워드 참고)에 의해 추동되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를테면 경쟁심이나 집단에서 인정받으려는 욕망 같은 것―이 개인이라는 단위의 인간 본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200만~300만년 전 선사 인류가 모닥불을 피워 집단생활을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비롯된 집단 사이 경쟁도 매우 중요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그룹 간의 경쟁이 이타성도 촉진했다는 것이다. 이건 새로운 생각이라고 할 수 있고, 점점 더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집단 간 경쟁은 ‘덕(德·virtue)’을 고취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도덕감을 증진하며, 애국심을 증진한다. 결국 정직, 공평과 같이 우리가 표피적으로만 ‘가져야만 한다’고 얘기하던 특징들을 우리가 왜 갖고 있는지 이제 생물학자들이 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 개개인이 단지 분자들의 상호 작용이나 이들의 집합이라는 식의 이해로부터 벗어나서 서서히 독립적으로 인간의 의미의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길고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설명은, 그가 최근에 주장하기 시작한 집단선택설의 핵심 개념을 담고 있다. 여기서 ‘최근에 주장하기 시작한’이라고 한 이유는 그가 예전에는 전혀 다른 학설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진화생물학계에는 크게 두 가지 학설이 있다. 혈연선택설(kin selection)과 집단선택설(group selection)이 그것이다. 혈연선택설은 이타성조차 이기성의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집단선택설은 이기적 유전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타성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는 집단 차원의 경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혈연선택설은 학계의 다수설이자 정설로 굳어져 왔고, 윌슨 교수는 이 학설의 대부(代父)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9년 전 돌연 혈연선택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거의 이단으로 취급되던 집단선택설로 돌아서 학계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윌슨 교수의 주장이 정설이 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010년에 그가 네이처지에 관련 논문을 발표한 뒤 학자 137명이 비판 서명을 했다.

―책 ‘지구의 정복자’에서 “개체 선택(혹은 혈연 선택)은 우리가 죄악이라고 부르는 것의 많은 부분을 빚어내지만 집단선택은 미덕의 많은 부분을 형성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하면 집단은 곧 선이고, 개인은 악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내가 집단선택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조금 단순화한 면이 있다. 내 의도는 ‘죄와 덕’이라는 비유를 통해 집단선택의 개념을 빨리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당연히 개체선택은 생산성, 성취, 리더십과 같이 고귀하고 가치 있는 많은 성향을 있게끔 한 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법 제도에서부터 예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활동은 개인선택과 집단선택, 이기성과 이타성 간의 내적 갈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진정한 이타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교수님은 사회생물학의 핵심적인 과제는 이타성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수님의 평생 연구로 이타성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설명한다면?

“진정한 이타성은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 있는 것을 포기하는 행위다. 즉, 사회에서 자신의 소유, 자신의 안전, 가족을 이룰 기회, 자기 부의 일부를, 집단의 다른 이들의 복리를 위해서, 대가 없이 포기하는 것이다. 이게 진정한 이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자기 자신이 불에 타는 것을 무릅쓰고 불난 차 안의 사람을 구해내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 이타적 행동은 호혜적인 인식, 사회 계약에 기반해 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나의 것을 포기하는 것은, 반드시 그게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예를 들어 그게 우리 사회의 전체 복리를 증가시킨다고 판단해서―이 아니라, 내가 사회라는 그물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들을 통해 내 인맥을 만든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DC에서 평양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치 체제는 이렇게 주고받는다는 인식 위에 세워져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이타성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는 규명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집단선택설은 이런 진정한 이타성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어떻게 설명한다는 것인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집단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그 집단이 다른 집단과 경쟁해 생존할 가능성을 높인다.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자주 목격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그렇게 집단이 강해지면, 그 집단에 속한 자기 자신도 강화된다. 내 개인의 존재에는 해가 가겠지만, (그런 이타적 행동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생존과 확산의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잘 살펴보면 사회는 그런 과정이 일어나도록 애쓴다.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타인을 도우면 사회는, 특히 그가 소속된 사회(사회의 하위 단위들·편집자 주)가 그 가족을 돌봐준다. 꽤 잘 돌아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수학적으로 잘 모델링해 설명할 수 있다.”

―교수님은 이타주의에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맹목적 이타주의와 목적적 이타주의(보답을 기대하는 이타주의)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했다. ‘강력한 이타적 충동이 대개 목적적이라는 것은 행운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맹목적이라면, 역사는 족벌주의와 인종차별이라는 극심한 음모의 기록이 될 것이며, 미래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황량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목을 보면서 종교인이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과 같은 딜레마를 잘 묘사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교수님이 종교를 비판하는 것도 이런 이유인가?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잠시만, 내가 그런 말을….”

윌슨 교수는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대목은 기자가 읽은 그의 여러 책 중 하나에서 인용한 것이었다. 어느 책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윌슨 교수는 “지금 내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당신이 내 책을 인용하긴 했지만. 흠… 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예전에 내가 진정한 이타성, 그러니까 그 어떠한 호혜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하는 행동들이 존재하기 어렵다는 맥락에서 옛날에 말한 것 같은데. 흠, 찾아봐야겠다. 뭔가 내가 실언한 걸 잡아낸 것 같구먼….”

―아무래도 교수님이 첫 번째 퓰리처상을 받은 책 ‘인간 본성에 대하여(On Human Nature)’에 나와 있던 내용 같다(나중에 확인 결과 그랬다).

“아, 그럼 이해가 간다. 그건 1978년에 쓴 책 아닌가. 참 세월이 많이 바뀌었다.”

이 해프닝을 통해 기자는 윌슨 교수가 집단선택설로 학문적 전향을 한 것이, 인간성의 좀 더 따뜻한 면을 찾고 싶은 그의 내밀한 본능의 소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테레사 수녀의 희생마저 이기적 유전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면 인간의 삶은 너무 황량해지지 않겠는가? 윌슨 교수는 멀지 않은 죽음을 앞두고 사회와 화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과학은 투표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교수님은 그동안 쌓아 놓은 업적만으로 편안하게 살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편한 길을 포기하고 가시밭길을 선택했나?(왜 혈연선택설을 포기하고 집단선택설로 전향했느냐는 의미)

“나는 언제나 가시밭길을 걸었다. 중요한 과학적 발견은 언제나 논란을 유발한다. 과학은 원래 그렇게 변하는 거다. 과학은 투표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내가 1970년대 처음으로 사회생물학을 제안했을 때도 엄청나게 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많은 과학자가 말로는 ‘언제나 새로운 정보와 데이터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변화에 매우 인색하고 보수적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를 아시는가? 정치학과의.

“물론이다.”

―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에서만 100만부나 팔렸다.

“오, 대단하다.”

―교수님은 “정의란 태생적 선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공정함”이라는 윤리 철학자들의 말을 반박했는데, 그 이유는?

“왜냐하면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웃음). 난 평생 하버드에서 철학자들 틈바구니에 있었다. 존 롤스, 마이클 샌델과도 교류했다. 그리고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도덕성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을 표피적으로 관찰하고 묘사하는 것만으로 철학을 세우고 결론을 이끌어낼 수 없다. 인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들은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을 알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했던 것들에 대해 말이다.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신호처리기계(뇌)가 갖고 있는 본능, 욕망 같은 것이 인류 진화 역사상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지 않으면, 결국 표피적 설명에 머물 뿐이고, 그러면 단지 상관관계들을 바탕으로 상위 이론을 만들게 될 뿐이다. 내 생각에 새로운 철학은 훨씬 더 많이 자연과학을 그 밑바탕으로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본질이자 의미

―과학자는 시인처럼 생각하고, 사서처럼 연구하고, 저널리스트처럼 글을 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시인처럼 생각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창조적 과정이란 비슷하다는 의미다. 모든 과학자는, 특히 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할 때, 끊임없이 꿈을 꾼다. 사실 가설이라는 게 공상이다. 백일몽을 꾼다. 뭔가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지어낸다. 최종 결과물을 상상해 본다. 그런데 이건 바로 시인들이 하는 일 아닌가?”

그가 올가을 낼 예정으로 지금 교정을 보는 책 제목은 ‘인간 존재의 의미(The Meaning of Human existence)’이다. 윌슨 교수는 “이제 난 그런 얘기를 할 나이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나쁜 서평을 받아도 별로 상관없다. 어차피 오래 살 것도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의 정복자’에서 지금의 세계를 ‘석기 시대의 정서, 중세의 제도, 신과 같은 기술’이 공존하는 곳으로 묘사했다. 그는 신과 같은 기술에 힘입어 인류가 인간 게놈(유전 정보 전체)을 수정할 수 있는 시기의 문턱에 와있다고 내다봤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자연선택이 아니라 ‘의지선택’으로 진화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나은 인간 종―예를 들어 더 합리적이고, 불필요한 감정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종―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윌슨 교수는 그러나 “그런 세상이 가능하더라도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불완전하고, 엉성하고, 때로 위험하기까지 한 감정이야말로 인간을 수퍼컴퓨터와 구분하고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세포가 많은 덩치 큰 생물은 어떻게 암을 억제해왔는가

출처: http://newspeppermint.com/2014/10/06/mcancer/

약 40년 전, 리처드 페토는 세포 하나가 암으로 발전할 확률은 모두 같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이 가설을 바탕으로, 세포를 더 많이 가진 더 큰 동물은 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을 것이며, 더 오래 사는 동물 역시 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추측은 현실과 맞지 않았습니다. 모든 포유류는 크기와 수명과 무관하게 거의 비슷한 확률로 암에 걸렸습니다.

이 문제는 “페토의 역설”로 불립니다. 이를 설명하는 여러가지 가설들이 제시되었습니다. 한가지 가설은 작은 동물들은 신진대사가 더 빠르기 때문에 암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자유기(free radical)를 더 많이 만든다는 것입니다. 또다른 가설은 진화의 영향으로 더 큰 동물들은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옥스포드의 진화생물학자 아리스 카츠라키스는 덩치 큰 동물이 암을 일으키는 특정 바이러스를 더 잘 억제하기 때문에 암에 덜 걸린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연구는 지난 7월 “PLOS 병원균(PLOS Pathogens)”에 실렸습니다.

암을 일으키는 점핑 바이러스는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engogenous retroviruses)” 로 알려져 있으며 숙주의 유전자에 자신의 유전자를 집어넣음으로써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포유류와 함께 수백만년을 진화해왔기 때문에 여러 척추동물 유전자의 5 – 10 %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유전자의 대부분은 활성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암의 발생에 있어 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계산하기위해 카츠라키스는 지난 1천만년 동안 존재했던 38종의 포유류에 대해 이들의 크기와 이들의 유전자에 포함된 레트로바이러스의 수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더 큰 동물일수록 그들의 유전자에 이 레트로바이러스가 적게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쥐의 유전자에는 3,331개의 바이러스 흔적이 있었던 반면, 인간은 348개를 그리고 돌고래는 단 55개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더 크고 오래사는 동물들일수록 이들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능력을 키웠음을 말해줍니다.  카츠라키스와 그의 연구팀은 이런 과정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구체적으로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코끼리나 고래와 같은 동물들은 어쩌면 이들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거나, 혹은 더 효율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몸집을 크게 진화시킨 동물들은 암에 대한 저항력 역시 키웠을 것입니다. 이번 발견은 매우 놀라운 것입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옥스포드의 전염병학자이자 올해 71세가 된 리처드 페토의 말입니다.

아파야 산다 - Sharon Moalem

샤론 모알렘 Sharon Moalem
출처: http://www.seehint.com/hint.asp?md=201&no=11419

제1장 철들면 죽는 병
제2장 빙하기를 이겨낸 당뇨병
제3장 콜레스테롤의 딜레마
제4장 말라리아를 부탁해
제5장 세균과 인간
제6장 바이러스의 재발견
제7장 콩 심은 데 팥 나는 사연
제8장 죽어야 사는 생명의 대원칙


인간은 왜 아플까? 왜 어떤 사람은 끔찍한 병에 걸려 단명하는 것일까? 인류를 괴롭히는 수많은 유전병과 당뇨병, 빈혈, 낭포성섬유증 등은 왜 생겼을까? 인간은 질병과 연관이 있는 일부 유전자 때문에 아플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유전자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도 있다. 이것이 파격적인 의학사상가 샤론 모알렘의 주장이다. 인체생리학과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인 신경유전학 및 진화의학 박사인 샤론 모알렘은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유전적 연관성을 발견하는 등, 꿀벌 면역학에서부터 질병의 진화적 이득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 몸의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시작해 태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 모든 생물체가 진화하면서 남긴 유산이다. 그들에게 닥친 온갖 역병, 포식자, 기생충, 지구상의 격변을 이겨낸 조상의 무용담이 유전자 코드 어딘가에 남겨 있다’라고 말하며, 기존 의학계에서 거의 다루지 않은 의문들을 파헤치고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인체생리학, 신경유전학, 진화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샤론 모알렘은 현재 뉴욕 마운트 시나이 의과대학에서 유전과 질병, 난치병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질병은 재앙이 아닌 축복이다!

14세기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흑사병.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죽은 무서운 전염병 속에서 왜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아남았을까? 왜 말라리아에 걸리면 드러눕게 되지만 감기에 걸리면 출근하는 데 지장이 없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에이즈에 면역력이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하고 불필요한 유전자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게 가능할까? 당뇨병은 빙하기를 이기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데…
내 몸을 아프게 하는 유전자, 하지만 그 유전자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독창적 의학 사상가 샤론 모알렘! 질병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날카로운 통찰력, 파격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과학 연구 성과! 재미있게 읽으면서 깨달음을 얻는, 놓쳐서는 안 될 환상적인 인류 진화의 여정!

할아버지는 일흔한 살에 알츠하이머에 걸려 6년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평소 헌혈을 자주 했다. 아예 헌혈 자체를 즐겼다. 피를 뽑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가뿐해진다고 했다. 평소 쑤시고 아픈 것이 헌혈만 하면 싹 가실 뿐 아니라 힘도 솟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고교생으로 호기심이 많았던 지은이는 도서관을 온통 뒤져 그 원인을 찾아봤다. 알고 보니 혈색소침착증이라는 유전병 때문이었다. 몸속에 철분이 쌓여 췌장이나 간 등을 해치는 질병이다. ‘철분 과적’ 현상이다. 그러니 철분이 다량 포함된 혈액을 뽑아내면 개운해질 수밖에. 피를 뽑는 ‘사혈’ 요법이 효과가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은이의 호기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혈색소침착증이 유전병이라면 알츠하이머병도 유전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혈색소침착증과 알츠하이머병이 서로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지은이가 인체생리학·신경유전학·진화유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온, 끈질긴 과학자다.  유전질환은 인류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수퍼박테리아 등 신종 질병도 유전의 특성을 잘 이용해 공격력을 약화한 뒤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이런 배경을 지닌 지은이는 이 책에서 질병과 유전과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그는 우리가 주변에서 늘 보지만 항상 간과해온 문제를 걸고넘어진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유전 과정에선 자연적 선택에 따라 열악한 형질은 도태되고 우세한 것만 대물림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을 힘들게 하는 질병은 유전이 되는 것일까. 지은이는 다윈의 우성 유전론을 화두로 삼고 용맹정진에 나선다. 그 결과 그는 그 이유를 ‘우성’에 대한 사람과 자연의 기준이 서로 다른 데서 찾는다. 사람이 생각하는 우성의 기준은 ‘삶의 질’이지만 자연이 선택하는 기준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설명이다.

예로 당뇨의 경우, 빙하기에는 이를 가진 인간이 추위 속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훨씬 컸기 때문에 그 유전 형질이 지금까지 후손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당뇨에 걸리면 혈액 속에 당이 쌓이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면서 혈액 농도가 높아진다. 그럴 경우 장기적으로 혈관이 파손되고 장기에 손상을 입게 된다. 삶의 질에선 불리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잇점도 있다. 혈액 농도가 높으면 어는 점이 그만큼 낮아져 동사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당뇨 유전 형질을 가진 사람은 추위 속 생존에서는 훨씬 유리한 것이다. 결국 살아있는 모든 것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두 가지 사명에만 매진하게 마련인 모양이다.

또 다른 사례는 흑인에게만 나타나는 유전 질환인 겸상적혈구빈혈증이다. 원래 도넛 모양인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변하는 유전병이다. 빈혈은 물론 황달과 순환장애까지 일으킨다. 이런 고약한 유전병이 후손에게 계속 대물림되는 이유는 생존 때문이다. 이 병을 가진 사람은 말라리아에 강해 아프리카 열대우림 환경 속에서 생존 확률이 높다. 그래서 계속 후손에게 이 형질을 물려줄 수 있게 된다.

지은이의 할아버지를 괴롭혔던 혈색소침착증도 바이킹이 살던 극지방 등 척박한 환경 속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할 때는 생존에 유리하다. 그렇다면, 유전 질환은 인류가 험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을 줬다는 설명도 가능해진다. 달리 표현하면, 죽지 않을 정도의 고난은 그만큼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항생제에 잘 듣지 않는 변종 박테리아 등 다양한 위험이 인간을 힘들게 한다. 이를 헤쳐나가려면 이 같은 유전방식을 잘 이해하고 응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유전의 특성을 잘 이용해 박테리아의 공격력을 약화한 뒤 함께 공존할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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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받기 위해 적성검사를 실시한다. 이때 적록색맹인 사람중 일부는 면허증을 받지 못한다. 신호등에 쓰이는 녹색과 빨강을 구분하지 못해 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색맹인 사람은 일반인과 색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 그렇다면 색맹인 사람과 일반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를까. 색 구분력이 떨어져 일반인보다 더 적은 색의 세상을 볼까.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색맹인 사람이 정상인보다 색을 ‘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본다는 연구결과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12월 최신호에 발표했다. 색은 적색, 녹색, 청색을 받아들이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를 통해 인지된다. 적록색맹인 사람들은 녹색을 인지하는 원추세포가 적색과 가까운 파장의 빛을 인지하도록 변형돼 적색과 녹색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적록색맹에 관련된 유전자는 X염색체에 존재하며 적록색맹 중 녹색약'이 6%이다. 이들 연구팀은 변형된 원추세포가 인식하는 빛의 파장을 계산해서 적록색맹인 사람에게는 구별되지만 정상인에게는 같게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영역의 색, 즉 녹색계통의 색을 보여주고 색을 구별할 수 있는 지 실험했다. 예상대로 적록색맹인 사람들은 이 색의 차이를 쉽게 식별하는 반면 정상인은 똑같은 녹색으로 보았다. 정상인이 볼 수 없는 색을 적록색맹인 사람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존 몰론 교수는 “2차 세계대전 때 색맹인 사람들이 적군의 위장을 알아채는데 탁월했다는 속설이 있었다. 이번 연구가 이를 증명한 셈이다”고 말했다. 나뭇잎 등 주변 배경과 비슷하게 보이는 위장색은 보통사람에게는 잘 안보이지만 적록색맹인 사람에게는 좀더 뚜렷하게 보인 듯 싶다. 색맹은 인류의 진화에서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 농업사회에 이르기 전에 인류는 긴 시간동안 고기와 나무열매를 주식으로 삼았다. 적록색맹인 사람은 빨갛게 익은 열매를 발견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따라서 적록색맹의 유전자는 도태됐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에도 높은 빈도의 적록색맹 유전자가 남아있다는 사실은 색맹으로 발생하는 손해를 충당할만한 이점을 지니고 있음을 추론케 한다. 진화는 이익과 손해의 중간점에서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예가 겸상적혈구 빈혈증이다. 겸상적혈구 빈혈증은 헤모글로빈 유전자의 변이로 산소가 부족할 때 낫모양으로 일그러지는 적혈구를 만드는 유전병이다. 이 유전자는 열성이기 때문에 부모 한 쪽에서라도 정상 유전자를 받으면 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쌍 전체가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겸상적혈구 빈혈증의 여러 가지 증상으로 인해 수명이 단축된다. 이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유전자는 미국의 흑인 열명 중 한명이 보유하고 있고, 600명 중 한명이 겸상적혈구 빈혈증으로 고통 받는다. 그런데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겸상적혈구 빈혈증이 도태되지 않고 남아 있을까. 1940년대에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가 도태되지 않는 이유가 말라리아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상 유전자만을 가진 사람에 비해 이 유전자를 하나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말라리아 저항성이 강하다. 따라서 말라리아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는 겸상적혈구 유전자 보유자가 손해를 충당할만한 이점을 갖는다.

최근에 알려진 또다른 예는 혀다. TAS2R16 유전자는 식물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생산하는 독소인 베타-글루코피라노사이드에 대해 쓴 맛을 느끼게 하는 미각수용체를 만들어낸다. TAS2R16 유전자는 두가지 형태가 존재하는데 새로운 형태의 유전자가 원시형보다 쓴맛을 더 강하게 느끼도록 한다. 과학자들은 과거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기 직전에 새로운 형태가 생겨나 확산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류가 낯선 지역으로 이동하면 처음 만나는 식물을 먹게 된다. 이때 쓴 맛을 통해 독이 있음을 경고하는 유전자가 생존에 유리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시형의 유전자가 아직도 높은 빈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과 일치했다. 과학자들은 독소를 약하게 느껴 독소를 더 많이 섭취하면 말라리아 저항성이 강화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두가지 형태의 TAS2R16 유전자는 음식물의 독소와 말라리아라는 두 가지의 위협 속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색맹 유전자의 역사에는 겸상 적혈구 유전자와 TAS2R16 유전자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보다 더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모른다. 색맹 원시인은 사냥터에서 선봉장이 돼 가장 먼저 사냥감을 발견하고 진두지휘를 했던 것은 아닐까.


큰 동물이 오래사는 이유

출처: Seehint.com (최낙언)
<기능이 크기를 제한하고, 크기가 기능을 제한한다>

- 세균은 외막(표면적)에 의존하여 에너지 생산
- 따라서 부피가 증가하면 에너지 효율이 크게 하락
- 길이 10배 증가하면 표면적 100배, 부피 1000배 증가
- 따라서 표면적당 에너지 효율이 10배는 증가해야 버틸 수 있음

대책
- 표면적 증가를 위한 변형 시도(창자 융털)
- 유전적 복잡성 추구
- 표면적이 구조의 단단함을 결정
- 부피/체중 증가시 표면적 비율이 작아지므로 동일 구조로 체중을 견디지 못함
- 덩치카 커지면 심장이 커져야 하는데 큰 심장이 빠르게 뛰면 장기가 못 견딤
- 그래서 심장이 천천히 뛰고 산소 공급이 느려짐
(분당 심박수 쥐800회, 임팔라 150회, 사자 60회, 코끼리 30회)

- 산소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성장하고 장수
- 모든 포유류는 평생 15억회 심장이 뛰며, 큰 동물과 작은 동물이 모두 같음
- 따라서 이것이 생존 기간을 결정

- 심박수가 느린 동물이 장수
  (예외) 인간: 심박수에 비해 기타 포유류보다 2배 오래 생존

- 조류는 포유류에 비해 10배는 오래 생존(같은 크기, 같은 체질량일 때)

- 추운 곳에 사는 동물은 단위 발열량을 줄여야 함
- 그래서 몸집을 키워서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을 줄임

- 크기가 클수록 지방 함량이 많다. 그래서 큰 생선이 맛있다.

고생은 같이 나눌 수 있지만 즐거움은 같이 나눌 수 없다

고생은 같이 나눌 수 있지만 즐거움은 같이 나눌 수 없다

2014년 10월 16일 목요일

금의환향(錦衣還鄕)과 좌천(左遷)

항우는 진나라를 멸망시킨 뒤 고향 팽성으로 돌아가며 천하의 주인이 된 자신을 빗대 금의환향(錦衣還鄕), 즉 ‘비단옷을 입고 돌아간다’는 말로 명분을 삼았다.

반면 유방은 항우의 견제로 서남부 험준한 변경 한중으로 귀양가듯 쫓겨나자 이를 빗대 좌천(左遷)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그러나 결과는 좌천을 당한 유방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 현경병, ‘중국을 만든 사람들'



항우처럼 한때의 승리에 자만하면 곧 패배를 불러온다. 유방처럼 지금은 비록 패배와 시련을 겪지만 어디에서든 자신을 갈고 닦아 실력을 기르면 언젠가는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교만을 멀리하고 주어진 현실에서 늘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승리의 월계관이 돌아간다.

2014년 10월 5일 일요일

월령효과2: 월령효과의 반전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 니체 -

나는 월령효과 편에서 캐나다 아이스하키 팀을 중심으로 잘못된 가정과 시스템이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잘못된 가정이 있다면 그 가정을 수정해야 하고 불합리한 시스템이 있다면 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에게 내 딸처럼 하반기에 태어나는 불운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 불운을 가져오는 시스템을 내가 고칠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짐 콜린스 연구팀은 캐나다 아이스하키의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선수들을 조사했다. 캐나다 하키의 명예의 전당은 해마다 4명의 선수만 추대되고 있으며 평가는 선수 경력 전체를 기준으로 한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들은 그야말로 위대한 선수들이다.

이 위대한 선수들의 태어난 월을 조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출생월별 비율을 보면 1~3월은 22.9%, 4~6월은 25.7%, 7~9월은 25.7%, 10~12월은 25.7%로 나왔다. 통계를 보면 알겠지만 심지어 1~3월 출생이 가장 적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면 아주 적은 수치이긴 하지만 하반기에 태어난 더 많게 나타났다. 그 강력하다는 월령효과는 위대한 선수들 앞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 명예의 전당에서 나타난 통계는 보이는 것 이상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상반기와 하반기가 거의 50 대 50이지만 캐나다 프로 하키 선수들의 70%가 상반기에 태어났다는 것을 기억해보라. 그중에서도 1~3월 출신이 40%에 다다른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프로 선수의 40%의 차지한 선수들은 겨우 명예의 전당의 22.9%를 차지하고 있지만 프로 선수의 10%에 불과한 10~12월생 선수들은 명예의 전당의 25.7%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월령효과는 좋은 선수들을 선발하는 데에는 그 마수를 강력하게 펼쳤지만 위대한 선수들에게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아니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월령효과라는 불행이 이들을 위대한 선수로 만들었다고.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 바킬라를 아는가? 그는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 경주에서 69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흑인이었다. 그리고 그는 2시간 15분 16초라는 세계기록으로 아프리카인 최초로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그는 당시 철저하게 배척당하는 흑인이었으며 게다가 어둠의 대륙 아프리카 출신이었다. 그는 그에게 닥친 불운과 고통을 이겨내고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4년 뒤 그는 도쿄올림픽 마라톤에서도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며 올림픽 마라톤 2연패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러나 불과 경기 6주 전에 맹장수술을 받아 자신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위대한 선수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리고 또 4년 뒤 멕시코 올림픽. 아프리카인들은 아베베를 ‘아프리카의 자긍심’으로 여기며 올림픽 3연패를 염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불행하게도 다리 골절상을 입었고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년 뒤 그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그리고 그때 그는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더 이상 내 다리는 달릴 수 없지만 나에게는 아직 두 팔이 있다.”

이 위대한 선수는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건다. 그는 그에게 남은 두 팔로 총(사격)과 활(양궁)을 통해 그에게 닥친 불운은 날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