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즈에 올라온 Seth Stephens-Davidowitz의 글을 전문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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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가 혼동스러운가? 나는 확실히 혼동스럽다.
섹스가 혼동스러운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는 우리에게 믿을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친구, 애인, 의사, 설문조사원, 때로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3년 전 경제학부를 졸업했을 때, 나는 새로운 데이터, 그 중에서도 구글 검색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신선한 통찰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쓰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섹스에 대해서 써보라고 요청했다.
나는 신중했다. 왜냐하면 좀 더 많은 조사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젠 마침내 섹스에 대해 쓸 준비가 됐다. 당신이 섹스에 대해서 언제나 알고자 했지만, 질문하기에는 데이터가 없었던 모든 것이라고 이 글을 칭하겠다.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보자. 우리는 얼마나 섹스를 자주 할까? 전통적인 설문조사는 이 질문에 좋은 답을 주지 못했다.
나는 전통적인 소스인 General Social Survey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18세 이상의 이성애자 남성은 1년에 63번 섹스를 한다고 말했고, 그 중 23 퍼센트에서 콘돔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연간 16억 개 이상의 콘돔이 이성 간의 섹스에서 사용된다는걸 뜻한다.
이성애자 여성은 1년에 55번의 섹스를 하고, 그 중 16 퍼센트에서 콘돔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연간 11억개의 콘돔이 이성 간의 섹스에서 사용된다는걸 뜻한다.
남자와 여자 둘 중에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걸까?
둘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 Nielsen에 따르면, 매년 6억 개보다 적은 수의 콘돔이 팔린다.
또한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자주 안전하지 않은 섹스를 하는지도 과장한다. 15세에서 44세 사이의 여성 중 약 11 퍼센트는 현재 임신을 하지 않고, 피임을 하지도 않으면서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얼마나 많이 섹스를 하는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가정을 한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매달 10퍼센트 정도는 임신을 한다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미국의 총 임신 수보다도 큰 숫자다 (출산 가능한 여성 113명중 하나꼴).
미혼 남성들은 1년에 평균 29개의 콘돔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미국 내에서 결혼한 사람과 싱글인 사람들 모두에게 팔린 콘돔의 숫자보다도 더 많은 수를 사용한다는 얘기와 같다.
결혼한 사람들도 그들이 얼마나 자주 섹스를 하는지 과장한다. 65세 이하의 결혼한 남성은 설문조사에서 평균적으로 1주일에 한번 섹스를 한다고 대답한다. 오직 1 퍼센트만이 지난 한 해 간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결혼한 여성들은 남자들보다 적게 섹스를 한다고 대답하지만,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Chart1
구글 검색은 결혼 생활 동안의 섹스에 대해서 덜 활기찬 그림을 보여준다.
구글을 통해 보면, 결혼 생활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이다. “섹스리스 결혼”은 “불행한 결혼”보다 3.5배 더 많이 검색됐고, “사랑 없는 결혼”보다도 8배 더 많이 검색됐다. 배우자가 대화를 하려하지 않는다는 불평보다도 섹스를 원하지 않는다는 불평이 16배나 더 많았다.
결혼하지 않은 커플조차도 섹스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자주 불평한다. “섹스리스 관계”는 “폭력적인 관계” 바로 다음으로 많이 검색된다. (폭력적인 관계는 분명히 매우 중요한 주제다. 언젠가 다시 언급할 것이다.)
구글에선 미혼의 파트너가 섹스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불평이 결혼하지 않은 파트너가 답문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불평보다 5.5배나 더 많다. “여자친구”가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불평보다 남자친구가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불평이 더 많다. 반면 “남편”과 “아내” 대한 불평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한 가지 빠르게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나는 “내 여자친구”, 혹은 “내 아내”라는 검색의 대다수를 남자가 한 것이라고 가정했다. 나는 이전에 쓴 글에서 조사에서 나온 수치보다 더 많은 남성이 게이일 것이라고 얘기했고, 그래서 클로짓 게이들이 남몰래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고 있을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95 퍼센트의 남성이 이성애자라는 것 또한 알아냈다.)
이 모든걸 통틀어 얘기하면, 데이터는 미국인들이 1년에 30번 정도 섹스를 한다는 것 – 혹은 12일에 한번 – 을 보여준다.
섹스는 실로 재밌을 수 있다. 왜 이렇게 적게 하는 것일까?
구글 검색은 한가지 주된 이유를 보여준다: 엄청난 걱정 때문이다. 그리고 그 걱정들 중 많은 것들이 잘못 짚은 걱정들이다.
남자의 노이로제부터 시작해보자. 남자들이 자신의 성기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걱정의 정도는 다소 뿌리 깊은 수준이다. 우리는 구글 검색 하나만 놓고 봤을 땐 사용자의 성별을 알 수가 없었지만, “내 페니스는 ____다” 같이 성과 신체 부위에 대한 검색어를 통해 [사용자의 성별에 대해] 꽤 괜찮은 추측을 해낼 수 있었다.
남자들은 신체의 그 어떤 부위보다도 성기에 대해 더 많이 구글링한다: 폐, 간, 발, 귀, 코, 목구멍, 뇌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이 검색한다.
남자들은 어떻게 기타를 튜닝하는지, 어떻게 오믈렛을 만드는지, 어떻게 타이어를 바꾸는지 보다도 어떻게 페니스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을지를 많이 검색한다. 스테로이드에 대해서 가장 많이 검색된 남자들의 걱정은 스테로이드를 먹는게 페니스를 작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몸이나 마음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 남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것은, 페니스가 작아지지는 않을까라는 질문이다.
사족: 구글에서 페니스에 대한 좀 더 일반적인 질문 중 하나는 “내 페니스가 얼마나 크지?”라는 질문이다. 남자들이 자로 직접 재보기보다는 구글에서 검색을 한다는 것은, 내 생각엔, 디지털 시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도 페니스의 사이즈에 대해서 신경을 쓸까? 구글 검색에 따르면 거의 그렇지 않다. 여성들이 파트너의 성기에 대해서 검색을 한 번 할 때마다, 남자들은 자신의 성기에 대해서 170번의 검색을 한다.
실제로 여성들이 파트너의 성기에 대해서 걱정을 표하는 흔치 않은 경우엔, 대개 페니스의 사이즈에 대한 것이지만, 그게 페니스가 작아서는 아니다. 파트너의 성기 사이즈에 대해 불평하는 경우 중 40 퍼센트는 페니스가 너무 커서다. “고통”은 “섹스 하는 동안 ___ (___ during sex)” 이라는 문구에서 가장 많은 구글링된 단어다. (“출혈”, “소변”, “울음”, “방귀”가 상위 5개의 단어다.)
페니스의 사이즈를 바꾸고자 하는 검색의 1 퍼센트는 어떻게 페니스를 작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이다.
또다른 주된 성적인 고민은 너무 빨리 절정에 달한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두번째로 가장 흔하게 하는 섹스에 대한 질문은 섹스를 어떻게 해야 더 오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 한번 더, 남자들의 불안감은 여자들의 걱정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여자들은 어떻게 남자친구의 절정을 더 느리게 오게 할지를 어떻게 남자친구의 절정을 더 빠르게 오게 할지와 비슷한 빈도로 검색한다. 사실, 남자친구의 오르가즘과 관련해서 여자들이 하는 가장 흔한 고민은 그게 언제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왜 오르가즘을 느끼지 않느냐이다.
우리는 남성 신체의 불안감에 대해 자주 얘기하지 않는다. 개인의 외모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여성들에게 편향되어 있는게 사실이기는 하지만, 고정 관념만큼이나 기울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 구글 애드워즈 분석에 따르면 (이 또한 익명의 집단적인 웹 활동을 기반으로 한다), 아름다움과 몸매에 대한 관심은 42 퍼센트가 남자였다.
체중 감량은 33 퍼센트가 남자였고, 성형 수술은 39 퍼센트가 남자였다. 가슴과 관련한 “어떻게 해야(how to)”에 대한 모든 검색어 중엔 20 퍼센트가 어떻게 해야 남자의 가슴을 없애버릴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새로운 데이터가 여성의 불안감에 대해서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가? 매년 미국에선 7백만 회 이상 가슴 수술에 대한 검색이 이루어진다. 공식적인 통계는 약 300,000명의 여성이 매년 가슴 수술을 받는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엉덩이에 대한 불안감도 보여준다. 비록 많은 여성들이 최근들어 그런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2004년, 미국의 일부에서 엉덩이에 변화를 주는 것과 관련해서 가장 흔하게 이루어진 검색은 어떻게 해야 엉덩이를 더 작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엉덩이를 더 크게 만드는 욕망은 압도적으로 흑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0년이 시작되면서 커다란 엉덩이에 대한 욕망은 미국의 나머지 지역에서도 커져가기 시작했다. 큰 엉덩이에 대한 관심은 지난 4년간 3배나 커졌다. 2014년엔 모든 주에서 엉덩이를 작게 만드는 것에 대한 것보다 크게 만드는 것에 대한 검색이 더 많아졌다. 오늘날 미국에선 가슴 수술에 대한 검색이 5번 이루어지는 동안, 엉덩이 수술에 대한 검색이 한 번 이루어진다.
Chart 2
큰 엉덩이에 대한 여성들의 커져가는 선호가 남성의 취향과 잘 맞을까? 흥미롭게도 그렇다. “큰 엉덩이 야동”이라는 검색어 또한 흑인 사회에서 집중적이었던 것이 최근들어선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외에 남성이 여성의 몸에서 원하는 건 뭐가 있을까? 그다지 놀랍지도 않지만, 남자들은 큰 가슴을 선호한다. 구체적인 야동 검색어의 12 퍼센트는 큰 가슴을 찾는 것이었다. 이는 작은 가슴 야동을 찾는 검색량에 비해서 거의 20배나 많은 수치였다.
하지만 이 얘기가 남성들이 여자가 가슴 수술을 받길 원한다는 것을 뜻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큰 가슴 야동 검색의 약 3 퍼센트만이 명시적으로 선천적인 가슴을 보길 원한다고 했다.
아내와 가슴 수술에 대한 구글 검색은 어떻게 아내에게 수술을 받으라고 설득할지에 대한 것과 왜 아내가 가슴 수술을 원하는지 당혹스럽다는 얘기가 거의 비슷하게 이루어졌다.
여자친구의 가슴에 대해 가장 자주 검색된 문장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나는 내 여자친구의 가슴을 사랑해”라는 검색어다. 남자들이 이 검색어를 구글에 입력해서 뭘 얻고자 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여성들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성기에 대해 질문한다. 사실 여성들도 남성들이 자신의 페니스에 대해 검색하는 것만큼이나 거의 비슷하게 자신들의 질(vagina)에 대해서 검색한다. 자신들의 질에 대한 여성들의 걱정은 대개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검색들의 30 퍼센트는 건강 이외의 걱정들이 차지하고 있다. 여성들은 어떻게 면도해야 하는지, 어떻게 조이는지, 어떻게 더 나은 맛을 내게 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 중 눈에 띄는 공통된 고민은 어떻게 냄새를 나아지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질에서 생선 냄새가 나는 것에 대해 가장 자주 걱정한다. 그 다음엔 식초, 양파, 암모니아, 마늘, 치즈, 체취(body odor), 오줌, 빵, 표백제, 똥, 땀, 금속, 발, 쓰레기, 썩은 고기 순으로 냄새가 나지 않을지 걱정한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애인의 성기와 관련된 것은 많이 검색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남자친구의 성기에 대해 검색하는 것과 남자들이 여자친구의 성기에 대해 검색하는 것은 거의 같은 횟수다.
남자들이 애인의 성기에 대해 검색할 때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과 똑같은 것에 대해 불평하기 위해서다: 냄새 말이다. 대부분 남자들은 여자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어떻게 나쁜 냄새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을지 알고자 한다. 하지만 때때로 냄새에 대한 남자들의 질문은 스스로의 불안감을 폭로하기도 한다. 남자들은 종종 애인이 바람피우는지 알기 위한 단서로 냄새를 사용한다 – 예를 들면, 콘돔 냄새가 나진 않는지, 혹은 다른 남자의 정액 냄새가 나진 않는지 말이다.
나는 내가 구글 검색어와 다른 새로운 데이터들에 사로잡혀 있다는걸 안다. 나는 늘 스스로에게 너무 멀리 간게 아닐까 자문한다. 모든 연구자들은 얼마나 데이터에 근거를 두고 있느냐에 상관없이,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다. 이 데이터들은 모두 공개된 것이다. 틀림없이 다른 연구자들이 스스로의 해석을 덧붙이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것이다.
듀크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Dan Ariely는 이 데이터들을 해석하는데 주의해야할 이유를 알려줬다. 대부분의 데이터 소스들이 성적인 생각들을 과소평가하는 것과 달리, 그는 구글이 그것들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고 의심했다.
Ariely 교수는 “구글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과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한 것에 대한 반영입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오믈렛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자한다면, 친척들에게 물을 것이다. 아마 친척들에게 페니스가 커지는 것에 대해 물어볼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빅 데이터”에 대한 또다른 놀라운 점은 그게 종종 얼마나 작은가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구글 검색어가 수백만번 검색 됐을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들이 다양한 문구의 총 월별 검색량을 보여주는 그래픽을 보면 “이게 다야?”라고 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구글에 타이핑하지 않는다. 구글 데이터는 모두의 생각과 걱정에 대한 작은 샘플일 뿐이다. 시사하는 바는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나는 섹스에 대한 전문가라고 하긴 힘들다. 직업적으로 나는 심리학자도 아니고, 섹스 치료사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바는 이렇다.
내가 구글 검색을 기반으로 한 거의 모든 연구는 세상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인종차별주의자이고 성차별주의자였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신고되지 않은 폭력에 고통받고 있었다. 하지만 섹스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를 연구하고 나선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이 데이터들은 날 덜 외롭게 만들어 줬다. 나는 구글 데이터를 이용한 이전의 연구에서 대개 사람들이 숨기는 잔인함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번엔 우리의 감춰진 불안감을 봤다. 남자와 여자는 이 불안감과 혼란 속에서 하나가 된다.
구글은 또한 우리에게 우리가 우려하는 것보다 덜 걱정해도 된다는 괜찮은 이유를 준다. 섹스의 파트너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우리의 깊숙한 공포들 상당수는 근거가 없는 것들이다. 홀로 컴퓨터 앞에서 거짓말을 할 인센티브 없이, 파트너는 피상적이지 않고 너그러운 방식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 사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몸을 평가하는데 너무 바빠서 다른 사람의 몸을 평가할 에너지가 너무 적게 남아있는 셈이다.
아마도 섹스에 대해서 덜 걱정하게 된다면, 좀 더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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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5일 일요일
실수는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남이, <최종병기 활>에서
여러분들이 실수에 대해 갖는 느낌은 어떻습니까? 어떻게든 피해야 하고 알려지면 망신이다에 가깝습니까, 아니면 좋은 학습의 기회가 될 수 있다에 가깝습니까? 여러분의 조직 문화는 어느쪽에 가까우리라 생각하십니까?
미국 산림청의 산불 정책이 10년도 전에 바뀐 것 아십니까? 예전에는 산불 예방을 강조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산불 예방 때문에 더 심각한 산불이 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불(불 대신 화재라고 재앙을 암시하게 쓰면 안됨) 생태학에서는 불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오히려 그 지역에 가연성 물질이 과도하게 축적되게 해서 결과적으로 한번 불이 나면(어떻게든 불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불이 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자연상태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작은 규모의 불이 나서 이런 큰 규모의 불이 잘 나지 않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론 와키모토는 불 공개 정책 관련하여 미의회에서 일부러 불을 질러야 할 수도 있음을 증언했죠. 그래서 산불 구호도 좀 바뀌었고, 이제는 불 예방에서 불 관리 쪽으로 초점이 바뀌었습니다.
라마누잔의 연구에서는 의학계의 실수(미국에서 의료사고로 죽는 사람 숫자가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많습니다)에 대해 이런 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있습니다. 미 중서부의 유명한 병원인데, 2006년 신생아실의 아이들에게 헤파린(혈액 항응고제)을 기준치의 1000배 투여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1주일에 걸쳐 5명의 간호사가 총 6명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투여를 했고, 그 아이 중 3명이 죽고 나머지 3명도 심각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그 병원에 2001년 헤파린 과다 투여로 비슷한 사고가 있었고(그 때는 환자가 사망하지는 않고 적절한 후속 조치가 되었음), 이 사고를 계기로 안전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그런 면에서 훌륭한 병원으로 인정되고 있었다는 점이죠. 특히 헤파린에 대해서는 실수를 예방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이 병원의 안전 프로세스가 너무 신뢰할 만(reliable)했기 때문에 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약사가 헤파린을 준비할 때 새로운 SOP에 의해 실수할 여지가 없어졌다고 믿은 간호사들은 더 이상 약 투여시의 확인을 신경쓰지 않게 되었죠(실제로 그 방법이 효과적이기도 했고요, 그 사건 전까지는).
실수관리
마이클 프레제(Michael Frese)는 회사에서의 실수 문화에 대해 연구를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실수 문화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실수 예방과 실수 관리. 실수 예방은 행동에서 실수로 가는 경로를 차단하려고 합니다. 즉,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근데, 사실 이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전문가도 1시간에 평균 3-5개의 실수를 저지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 세상은 그렇게 엉망이 아닐까요? 그것은 전문가들이 실수를 조기에 발견하고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기(early detection & quick recovery) 때문입니다. 이렇게 실수는 어떻게든 할 수 밖에 없다. 대신 그 실수(예컨대 코딩하다가 == 대신 =를 쳤다든지)가 나쁜 결과(서버가 도미노 현상을 내며 죽는다든가, 그걸로 수술 기계가 오동작을 해서 사람이 다치거나)로 되기 전에 일찍 발견하고 빨리 고치면 된다는 겁니다. 이 태도를 실수 관리라고 합니다. 사실 하나의 경로가 더 있는데, 이미 결과가 난 실수에 대해서는 학습을 통해 다음 행동할 때 이렇게 하자는 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이를 2차적 실수 예방이라고 함).
실수 예방 문화에서는 실수를 한 사람을 비난하고, 처벌하고, 따라서 실수를 감추고 그에 대해 논의하기 꺼리며 문제가 생겼을 때 협력도 덜하게 됩니다. 반대로 실수 관리 문화에서는 실수가 나쁜 결과를 내기 전에 도와서 빨리 회복하는 것을 돕고, 실수를 공개하고, 실수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배우는 분위기가 생깁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데, 실수 연구의 역사를 보면, 초기에는 기술적인 부분만 보다가 그 다음에는 인간적인 부분(결국 80%가 사람 실수라든지)을 보다가(특히 1979년 쓰리마일섬의 사고가 계기가 되었음), 이제는 문화적인 부분(컬럼비아호 사고가 계기가 되었음)을 이야기 합니다. 소위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고 하는 것이 이 문화의 일부입니다. 항공 분야에서도 이것이 중요해서 CRM(Crew Resource Management) 등에서 이런 부분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었죠.
그런데, 이런 실수 관리 문화가 회사에 정말 도움이 될까(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텐데 비용 대비 효과가 어떤가) 하는 의문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연구가 있습니다. 우선 회사 문화가 실수 예방보다 관리에 가까울수록 그 기업의 혁신 정도가 더 높습니다. 그리고 실수 관리 문화일수록 회사의 수익성(총자산이익률로 계산)이 더 높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수가 없으면 학습하지 못합니다(고로 직원들에게 실수하지 말라고 하는 조직은 학습하지 말라고 하는 지시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학습이론의 기본입니다. 즉, 실수 관리를 하는 문화일수록 학습을 더 잘합니다.
자 그러면 이걸 조직과 개인 차원에서 활용하는 간단한 방법을 몇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조직 차원의 이야기는 회사의 정책을 바꾸고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고 경영자나 임원의 의사소통방식을 바꾸고 하는 등의 좀 더 굵직굵직한(그리고 중요한) 것들이 있지만, 문화적으로 작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실수 축제
첫번째는 “실수 축제”라는 걸 하는 것인데 이 행사의 구조를 응용하면 여러 곳에 활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1. 업무 중(혹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점심시간) 대략 한 두 시간 내외(인원수에 따라 바뀌어야 함)의 시간을 잡습니다.
2. 될 수 있으면 다양한 업무 분야(혹은 다양한 프로젝트 관련) 사람들이 모이게 합니다.
3. 먹을 것, 마실 것을 준비해 두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듭니다.
4. 행사의 취지(집단적 학습)를 설명합니다.
5. 각자 “실수 기억하기” 양식(A4 한장)을 받고 거기에 글을 채웁니다. 시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한 사람당 한 장만 쓰게 합니다.
6. 양식은 다음을 참고로 합니다.
· 제목 : 이 실수에 기억하기 좋은 이름을 붙입니다.
· 관련인 : 해당 실수에 관련있는(결과에 영향을 주거나 받거나) 사람들을 적습니다
· 타임라인 : 가로로 수평선을 그리고 어느 시점에 실수가 발생했고, 언제 최초 감지 되었고, 언제 최초 회복 작업을 시작했는지 표시합니다. 그 외에 중요한 사건들이 있으면 역시 표시합니다.
· 실수 시점 분석: 실수 시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입니다. 구체적으로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원래는 뭘 했어야, 혹은 안했어야 했는지를 적고, 왜 그런 실수가 일어났는지 적습니다.
· 감지(detect) : 무엇을 보거나 듣고 처음 실수를 감지했는지. 그리고 당시에 어떤 (부정적) 미래가 펼쳐지리라 추측했는지.
· 회복(recover) : 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당시 다른 옵션은 무엇이 있었는지. 왜 그 옵션을 선택했는지.
· 결과 : 그 후에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나.
· 교훈 : 다음번에 비슷한 실수를 어떻게 더 빨리 감지할 수 있을지, 어떻게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지, 혹은 실수 발생 전 시점의 행동 자체를 어떻게 교정하면 좋을지.
7. 3-5명 정도가 한 그룹이 되도록 나눕니다. 처음 그룹은 되도록 같은 프로젝트, 같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게 합니다.
8. 한 사람씩 자신의 실수를 소개합니다. 자신이 채운 양식(특히 “타임라인”)을 보여주며 설명을 합니다.
9. 같은 그룹에서 듣는 사람들은 아래 세 가지의 질문 혹은 의견을 말합니다(이 때 아래 목록에 없는 비난, 질책이 나오지 않게 진행자가 주의할 것):
· 해당 사건, 실수의 순수 팩트를 묻는 질문 (왜보다는 누가, 무엇이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같은 질문이 좋음)
· “나도 실은…” 종류의, 자신도 비슷한 (혹은 “그 정도는 장난이야” 같은 더 심한) 실수를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 너무 길지 않도록 주의.
· 감지와 회복 면에서 이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혹은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떤가 같은 제안.
10. 한 사람의 실수로 대략 10-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 적당합니다.
11. 동일 그룹 내에서 한 명 더 실수를 공유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면 스킵 가능)
12. 이번에는 아까 같은 그룹이었던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면서 새롭게 그룹을 형성하게 합니다. 여기에서 다시 실수 공유하기를 반복합니다(위 7번부터).
13. 전체 인원수에 따라, 그리고 시간 제약에 따라 몇 번을 반복하고 난 뒤,
14. 이번 달(혹은 올해) 최고의 실수 투표를 합니다. 기준은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은 실수”라고 설명을 해줍니다.
15. 최고 득표를 한 실수에 대해 시상을 합니다(비싸지 않지만 내 돈 주고 살 것 같지 않은 재미난 상품, 혹은 근처 카페의 음료권 등이면 충분합니다). 수상자 소감을 합니다.
16. 맨 처음 만들었던 그룹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그룹 내에서 소감을 나눕니다.
17. 그룹별 소감을 돌아가며 발표하고 마칩니다.
위 실수 축제에는 사실 많은 이론과 연구 내용이 압축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전체가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사용하시는 것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참가자들이 정말 재미있어하고 몰입해서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이 행사에서 꼭 지켜야하는 부분은 심리적 안정감을 해치지 않고, 더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간식 같은 걸 곁들여서 비공식적 행사인 듯 느끼게 만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몇 시간을 해도 행사가 비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신뢰가 이미 심각하게 깨어진 조직이라면 이 행사를 하는 걸 좀 더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셔야 할 겁니다.
이번에는 개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소개드리겠습니다. 세 가지인데, 역시 응용하면 조직 차원에서도 효과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실수 노트
개인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첫 번째는 실수 노트 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중고등학교 때 많이들 쓰는 오답 노트 같은 겁니다. 본인이 뭔가 중대한 실수를 한 게 있다 싶으면 그날 실수가 일단락 되고 난 후에 노트에 기록을 합니다. 외부적 사건의 순서 같은 것 외에도 인지적인 부분을 많이 써야 합니다. 위 실수 축제의 양식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중대한 의사결정(이 결정 때문에 그 이후의 행로가 다르게 펼쳐졌다고 할 수 있는)을 내린 시점이나, 상황판단(situation awareness, 아 이 산이 아닌갑다 같은)이 바뀐 지점 중심으로 정리해 보면 좋습니다. 저는 삽질 노트라고 하는데, 제가 30분 이상 삽질한 것이 있다 싶으면 꼭 이 노트(개인 위키)에 적습니다. 적기 시작한지 10년 이상 된 것 같습니다(오늘도 낮에 한 편 썼네요 ^^;).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실수 분석에서 끝나지 않고 그래서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실수 축제를 참고하세요.
하마터면 사건과 외삽법
두 번째는 외삽법(extrapolation)이라고 부르는 기법입니다. 말이 좀 어렵습니다. 선분이 있을 때 그걸따라 더 연장하는 걸 말합니다. 이 기법은 전문성 연구에서 나왔습니다. 전문가가 빨리 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소위 니어 미스(near miss)라고 하는 게 있습니다. 저는 “하마터면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실수가 있어서 하마터면 사건(위 실수 모형에서 “결과”에 해당)가 날 뻔 했는데 다행히 큰 일이 없었던 사건들을 일컫습니다. 이 니어 미스를 공유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 안정감을 갖기가 비교적 쉽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누가 비난하거나 할 확률이 낮겠죠. 두 번째 큰 장점은 빈도수가 많다는 겁니다.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 여러번 일어나야 합니다. 학습의 기본은 반복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건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학습은 요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대한 사건들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습이 없어 더 위험한 겁니다. 그러나 하마터면 사건은 자주 있습니다. 찾아보면 아주 많습니다. 이걸 활용하면 학습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미연방항공청의 ASRS(Aviation Safety Reporting System)가 좋은 예가 될 겁니다. 거기에는 하마터면 사건이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저장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보고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되며, 밝히더라도 그 신분은 보호되며, 심지어는 그 실수가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해도 당사자는 보호받습니다(의도적이지 않았고, 범죄가 아니었다면). 이 ASRS를 통해 항공산업은 안전성 면에서 많은 발전을 했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겁니다. 이런 부분은 다른 산업에서 본받을만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하루 일과를 마무리할 때 오늘의 하마터면 사건을 생각해 봅니다. 만약 하나도 생각이 안난다면 뭔가 잘못된 겁니다. 하루 8시간 이상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하마터면 사건이 몇 개는 있습니다. 내가 만약 그 때 이걸 대신 이렇게 했더라면, 혹은 운이 안좋아 일이 이렇게 진행되었다면 개고생 했을텐데 하는 거를 찾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1. 그 때 운이 좋았는데 뭐 하나가 잘못되었더라면 엄청난 개고생을 했을까?
2. 그 개고생은 어떤 식으로 펼쳐졌을까? 어떤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을까?
3. 만약 그 개고생이 펼쳐졌더라면 내가 어떻게 빨리 알아챌 수 있었을까?
4. 만약 그 개고생이 펼쳐졌더라면 내가 어떻게 빨리 회복할 수 있었을까?
5. 내가 평소 일을 하는 방식을 수정하거나, 혹은 실수를 저지른 후 감지, 회복하는 과정에서 교정할 것이 있을까?
6. 역시 앞에서 이야기한 실수 축제나 실수 노트의 내용을 여기에 접목해서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인터뷰와 회복력의 네 가지 요소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입니다. 우선 회복력 이야기를 합시다. 공학 분야에서도 이 실수 관리 문화와 비슷한 이야기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공학에서는 이걸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죠. 이 분야의 권위자 중 한 명인 에릭 홀네이겔(Erik Hollnagel)은 회복력이 네 가지의 능력으로 구성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모니터링 – 대응하기 – 배우기 – 예상하기
모니터링은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기 전의 약한 신호(weak signal)를 감지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대응하기는 그걸 감지했을 때, 혹은 사고가 터졌을 때 위급 상황 하에서 빨리 거기에 맞게 대응해서 회복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배우기는 과거의 성공 혹은 실패 사례에서 배워서(그리고 남과 공유해서) 앞으로의 행동을 조율하는 겁니다. 예상하기는 앞으로 어떤 일(성공이건 실패건)이 벌어질 잠재성이 있다는 걸 예상해서(과거에서 배우기를 토대로 하여) 그에 맞춰 행동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자기 분야의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서 이 사람의 실수 관리 능력에 대해 인터뷰를 합니다. 이 때 이 네 가지 능력 모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전문가의 능력을 배우려면 그 사람이 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 사람의 전문성의 핵심은 그 사람이 모르는 상황을 접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진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여기에서 확 벌어집니다. 전문가가 실수를 어떻게 찾고 어떻게 대처하는가, 차후에 행동을 어떻게 조정하는가를 배워야 합니다.
여기에서 특히 감지하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난생 처음 먹는 종류의 고기를 먹으러 갔습니다. 종업원이 고기 몇 점을 불판에 올려주고 갑니다. 근데, 언제 먹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물어봅니다. 돌아오는 답이 “익으면 드세요“라면 어떻겠습니까? 우리에게는 언제 익었는지 판단할 전문성이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부분을 간과해서 교육이 실전에서 비효과적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문제가 터졌을 때 뭘 할지를 배우는 걸 넘어서 문제를 감지하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인터뷰를 할 때에는 앞서 이야기한 실수 축제, 실수 노트, 하마터면 사건과 외삽법 모두의 내용을 총동원하셔야 할 겁니다.
이상 여러가지 방법을 편의상 조직 차원, 개인 차원으로 나눠 이야기하긴 했으나 사실 그런 차원 구분 없이 응용 가능합니다. 이 방법들을 잘 활용하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긴 한데,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연습하면 더 많은 도움을 얻을 겁니다.
물론 이 방법 외에도 많습니다. 교육을 하는 분이라면 고려해볼만한 방법으로는 실수 훈련이 있습니다. 보통 교육에서는 학생들의 실수를 최소화하도록 설계합니다. 교육 중에 실수를 적게 해야 실전에서 실수가 적을 거 아니겠냐는 논리죠. 하지만 연구결과는 반대입니다. 교육 중에 실수를 더 유도해야 오히려 응용력이 더 높아지고(교육학에서는 전이transfer라고 함) 실수가 줄어듭니다. 다양한 실수를 경험하는 걸 격려하고, 실수 사례를 배우고, 실수시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가르치는 교육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전문가에게 실수 대처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지요.
마지막으로 누구나 한 번 쯤은 겪어 봤을 실수 예방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모 팀에서는 개발자별로 서버를 수십대씩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서버 하나가 죽었나 봅니다. 아침에 부장이 화가 나서 팀장을 자기 방으로 불렀습니다. 욕을 좀 먹었겠죠. 팀장이 그 방을 나오자 마자 했던 행동이 저한테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XXX 누구 담당인가요?”
그 때부터 개발자들은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키보드에 머리를 조아리고 내 서버인지 아닌지 확인하기에 바빴거든요. 시간이 조금 흐르자 한 두 명씩 밝은 얼굴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주변의 (역시 밝은 얼굴의) 동료에게 커피 한 잔 하러 가자고 권합니다. 사람이 한 명 두 명 줄어듭니다. 마지막에 한 명이 손가락에 땀나도록 키보드를 치고 있더군요.
나중에 그 팀장은 팀 퍼포먼스 문제로 팀원으로 좌천당했습니다.
춢처: 애자일 이야기
여러분들이 실수에 대해 갖는 느낌은 어떻습니까? 어떻게든 피해야 하고 알려지면 망신이다에 가깝습니까, 아니면 좋은 학습의 기회가 될 수 있다에 가깝습니까? 여러분의 조직 문화는 어느쪽에 가까우리라 생각하십니까?
미국 산림청의 산불 정책이 10년도 전에 바뀐 것 아십니까? 예전에는 산불 예방을 강조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산불 예방 때문에 더 심각한 산불이 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불(불 대신 화재라고 재앙을 암시하게 쓰면 안됨) 생태학에서는 불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오히려 그 지역에 가연성 물질이 과도하게 축적되게 해서 결과적으로 한번 불이 나면(어떻게든 불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불이 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자연상태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작은 규모의 불이 나서 이런 큰 규모의 불이 잘 나지 않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론 와키모토는 불 공개 정책 관련하여 미의회에서 일부러 불을 질러야 할 수도 있음을 증언했죠. 그래서 산불 구호도 좀 바뀌었고, 이제는 불 예방에서 불 관리 쪽으로 초점이 바뀌었습니다.
라마누잔의 연구에서는 의학계의 실수(미국에서 의료사고로 죽는 사람 숫자가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많습니다)에 대해 이런 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있습니다. 미 중서부의 유명한 병원인데, 2006년 신생아실의 아이들에게 헤파린(혈액 항응고제)을 기준치의 1000배 투여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1주일에 걸쳐 5명의 간호사가 총 6명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투여를 했고, 그 아이 중 3명이 죽고 나머지 3명도 심각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그 병원에 2001년 헤파린 과다 투여로 비슷한 사고가 있었고(그 때는 환자가 사망하지는 않고 적절한 후속 조치가 되었음), 이 사고를 계기로 안전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그런 면에서 훌륭한 병원으로 인정되고 있었다는 점이죠. 특히 헤파린에 대해서는 실수를 예방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이 병원의 안전 프로세스가 너무 신뢰할 만(reliable)했기 때문에 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약사가 헤파린을 준비할 때 새로운 SOP에 의해 실수할 여지가 없어졌다고 믿은 간호사들은 더 이상 약 투여시의 확인을 신경쓰지 않게 되었죠(실제로 그 방법이 효과적이기도 했고요, 그 사건 전까지는).
실수관리
마이클 프레제(Michael Frese)는 회사에서의 실수 문화에 대해 연구를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실수 문화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실수 예방과 실수 관리. 실수 예방은 행동에서 실수로 가는 경로를 차단하려고 합니다. 즉,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근데, 사실 이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전문가도 1시간에 평균 3-5개의 실수를 저지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 세상은 그렇게 엉망이 아닐까요? 그것은 전문가들이 실수를 조기에 발견하고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기(early detection & quick recovery) 때문입니다. 이렇게 실수는 어떻게든 할 수 밖에 없다. 대신 그 실수(예컨대 코딩하다가 == 대신 =를 쳤다든지)가 나쁜 결과(서버가 도미노 현상을 내며 죽는다든가, 그걸로 수술 기계가 오동작을 해서 사람이 다치거나)로 되기 전에 일찍 발견하고 빨리 고치면 된다는 겁니다. 이 태도를 실수 관리라고 합니다. 사실 하나의 경로가 더 있는데, 이미 결과가 난 실수에 대해서는 학습을 통해 다음 행동할 때 이렇게 하자는 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이를 2차적 실수 예방이라고 함).
실수 예방 문화에서는 실수를 한 사람을 비난하고, 처벌하고, 따라서 실수를 감추고 그에 대해 논의하기 꺼리며 문제가 생겼을 때 협력도 덜하게 됩니다. 반대로 실수 관리 문화에서는 실수가 나쁜 결과를 내기 전에 도와서 빨리 회복하는 것을 돕고, 실수를 공개하고, 실수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배우는 분위기가 생깁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데, 실수 연구의 역사를 보면, 초기에는 기술적인 부분만 보다가 그 다음에는 인간적인 부분(결국 80%가 사람 실수라든지)을 보다가(특히 1979년 쓰리마일섬의 사고가 계기가 되었음), 이제는 문화적인 부분(컬럼비아호 사고가 계기가 되었음)을 이야기 합니다. 소위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고 하는 것이 이 문화의 일부입니다. 항공 분야에서도 이것이 중요해서 CRM(Crew Resource Management) 등에서 이런 부분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었죠.
그런데, 이런 실수 관리 문화가 회사에 정말 도움이 될까(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텐데 비용 대비 효과가 어떤가) 하는 의문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연구가 있습니다. 우선 회사 문화가 실수 예방보다 관리에 가까울수록 그 기업의 혁신 정도가 더 높습니다. 그리고 실수 관리 문화일수록 회사의 수익성(총자산이익률로 계산)이 더 높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수가 없으면 학습하지 못합니다(고로 직원들에게 실수하지 말라고 하는 조직은 학습하지 말라고 하는 지시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학습이론의 기본입니다. 즉, 실수 관리를 하는 문화일수록 학습을 더 잘합니다.
자 그러면 이걸 조직과 개인 차원에서 활용하는 간단한 방법을 몇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조직 차원의 이야기는 회사의 정책을 바꾸고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고 경영자나 임원의 의사소통방식을 바꾸고 하는 등의 좀 더 굵직굵직한(그리고 중요한) 것들이 있지만, 문화적으로 작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실수 축제
첫번째는 “실수 축제”라는 걸 하는 것인데 이 행사의 구조를 응용하면 여러 곳에 활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1. 업무 중(혹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점심시간) 대략 한 두 시간 내외(인원수에 따라 바뀌어야 함)의 시간을 잡습니다.
2. 될 수 있으면 다양한 업무 분야(혹은 다양한 프로젝트 관련) 사람들이 모이게 합니다.
3. 먹을 것, 마실 것을 준비해 두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듭니다.
4. 행사의 취지(집단적 학습)를 설명합니다.
5. 각자 “실수 기억하기” 양식(A4 한장)을 받고 거기에 글을 채웁니다. 시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한 사람당 한 장만 쓰게 합니다.
6. 양식은 다음을 참고로 합니다.
· 제목 : 이 실수에 기억하기 좋은 이름을 붙입니다.
· 관련인 : 해당 실수에 관련있는(결과에 영향을 주거나 받거나) 사람들을 적습니다
· 타임라인 : 가로로 수평선을 그리고 어느 시점에 실수가 발생했고, 언제 최초 감지 되었고, 언제 최초 회복 작업을 시작했는지 표시합니다. 그 외에 중요한 사건들이 있으면 역시 표시합니다.
· 실수 시점 분석: 실수 시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입니다. 구체적으로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원래는 뭘 했어야, 혹은 안했어야 했는지를 적고, 왜 그런 실수가 일어났는지 적습니다.
· 감지(detect) : 무엇을 보거나 듣고 처음 실수를 감지했는지. 그리고 당시에 어떤 (부정적) 미래가 펼쳐지리라 추측했는지.
· 회복(recover) : 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당시 다른 옵션은 무엇이 있었는지. 왜 그 옵션을 선택했는지.
· 결과 : 그 후에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나.
· 교훈 : 다음번에 비슷한 실수를 어떻게 더 빨리 감지할 수 있을지, 어떻게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지, 혹은 실수 발생 전 시점의 행동 자체를 어떻게 교정하면 좋을지.
7. 3-5명 정도가 한 그룹이 되도록 나눕니다. 처음 그룹은 되도록 같은 프로젝트, 같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게 합니다.
8. 한 사람씩 자신의 실수를 소개합니다. 자신이 채운 양식(특히 “타임라인”)을 보여주며 설명을 합니다.
9. 같은 그룹에서 듣는 사람들은 아래 세 가지의 질문 혹은 의견을 말합니다(이 때 아래 목록에 없는 비난, 질책이 나오지 않게 진행자가 주의할 것):
· 해당 사건, 실수의 순수 팩트를 묻는 질문 (왜보다는 누가, 무엇이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같은 질문이 좋음)
· “나도 실은…” 종류의, 자신도 비슷한 (혹은 “그 정도는 장난이야” 같은 더 심한) 실수를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 너무 길지 않도록 주의.
· 감지와 회복 면에서 이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혹은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떤가 같은 제안.
10. 한 사람의 실수로 대략 10-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 적당합니다.
11. 동일 그룹 내에서 한 명 더 실수를 공유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면 스킵 가능)
12. 이번에는 아까 같은 그룹이었던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면서 새롭게 그룹을 형성하게 합니다. 여기에서 다시 실수 공유하기를 반복합니다(위 7번부터).
13. 전체 인원수에 따라, 그리고 시간 제약에 따라 몇 번을 반복하고 난 뒤,
14. 이번 달(혹은 올해) 최고의 실수 투표를 합니다. 기준은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은 실수”라고 설명을 해줍니다.
15. 최고 득표를 한 실수에 대해 시상을 합니다(비싸지 않지만 내 돈 주고 살 것 같지 않은 재미난 상품, 혹은 근처 카페의 음료권 등이면 충분합니다). 수상자 소감을 합니다.
16. 맨 처음 만들었던 그룹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그룹 내에서 소감을 나눕니다.
17. 그룹별 소감을 돌아가며 발표하고 마칩니다.
위 실수 축제에는 사실 많은 이론과 연구 내용이 압축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전체가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사용하시는 것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참가자들이 정말 재미있어하고 몰입해서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이 행사에서 꼭 지켜야하는 부분은 심리적 안정감을 해치지 않고, 더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간식 같은 걸 곁들여서 비공식적 행사인 듯 느끼게 만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몇 시간을 해도 행사가 비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신뢰가 이미 심각하게 깨어진 조직이라면 이 행사를 하는 걸 좀 더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셔야 할 겁니다.
이번에는 개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소개드리겠습니다. 세 가지인데, 역시 응용하면 조직 차원에서도 효과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실수 노트
개인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첫 번째는 실수 노트 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중고등학교 때 많이들 쓰는 오답 노트 같은 겁니다. 본인이 뭔가 중대한 실수를 한 게 있다 싶으면 그날 실수가 일단락 되고 난 후에 노트에 기록을 합니다. 외부적 사건의 순서 같은 것 외에도 인지적인 부분을 많이 써야 합니다. 위 실수 축제의 양식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중대한 의사결정(이 결정 때문에 그 이후의 행로가 다르게 펼쳐졌다고 할 수 있는)을 내린 시점이나, 상황판단(situation awareness, 아 이 산이 아닌갑다 같은)이 바뀐 지점 중심으로 정리해 보면 좋습니다. 저는 삽질 노트라고 하는데, 제가 30분 이상 삽질한 것이 있다 싶으면 꼭 이 노트(개인 위키)에 적습니다. 적기 시작한지 10년 이상 된 것 같습니다(오늘도 낮에 한 편 썼네요 ^^;).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실수 분석에서 끝나지 않고 그래서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실수 축제를 참고하세요.
하마터면 사건과 외삽법
두 번째는 외삽법(extrapolation)이라고 부르는 기법입니다. 말이 좀 어렵습니다. 선분이 있을 때 그걸따라 더 연장하는 걸 말합니다. 이 기법은 전문성 연구에서 나왔습니다. 전문가가 빨리 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소위 니어 미스(near miss)라고 하는 게 있습니다. 저는 “하마터면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실수가 있어서 하마터면 사건(위 실수 모형에서 “결과”에 해당)가 날 뻔 했는데 다행히 큰 일이 없었던 사건들을 일컫습니다. 이 니어 미스를 공유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 안정감을 갖기가 비교적 쉽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누가 비난하거나 할 확률이 낮겠죠. 두 번째 큰 장점은 빈도수가 많다는 겁니다.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 여러번 일어나야 합니다. 학습의 기본은 반복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건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학습은 요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대한 사건들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습이 없어 더 위험한 겁니다. 그러나 하마터면 사건은 자주 있습니다. 찾아보면 아주 많습니다. 이걸 활용하면 학습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미연방항공청의 ASRS(Aviation Safety Reporting System)가 좋은 예가 될 겁니다. 거기에는 하마터면 사건이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저장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보고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되며, 밝히더라도 그 신분은 보호되며, 심지어는 그 실수가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해도 당사자는 보호받습니다(의도적이지 않았고, 범죄가 아니었다면). 이 ASRS를 통해 항공산업은 안전성 면에서 많은 발전을 했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겁니다. 이런 부분은 다른 산업에서 본받을만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하루 일과를 마무리할 때 오늘의 하마터면 사건을 생각해 봅니다. 만약 하나도 생각이 안난다면 뭔가 잘못된 겁니다. 하루 8시간 이상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하마터면 사건이 몇 개는 있습니다. 내가 만약 그 때 이걸 대신 이렇게 했더라면, 혹은 운이 안좋아 일이 이렇게 진행되었다면 개고생 했을텐데 하는 거를 찾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1. 그 때 운이 좋았는데 뭐 하나가 잘못되었더라면 엄청난 개고생을 했을까?
2. 그 개고생은 어떤 식으로 펼쳐졌을까? 어떤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을까?
3. 만약 그 개고생이 펼쳐졌더라면 내가 어떻게 빨리 알아챌 수 있었을까?
4. 만약 그 개고생이 펼쳐졌더라면 내가 어떻게 빨리 회복할 수 있었을까?
5. 내가 평소 일을 하는 방식을 수정하거나, 혹은 실수를 저지른 후 감지, 회복하는 과정에서 교정할 것이 있을까?
6. 역시 앞에서 이야기한 실수 축제나 실수 노트의 내용을 여기에 접목해서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인터뷰와 회복력의 네 가지 요소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입니다. 우선 회복력 이야기를 합시다. 공학 분야에서도 이 실수 관리 문화와 비슷한 이야기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공학에서는 이걸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죠. 이 분야의 권위자 중 한 명인 에릭 홀네이겔(Erik Hollnagel)은 회복력이 네 가지의 능력으로 구성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모니터링 – 대응하기 – 배우기 – 예상하기
모니터링은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기 전의 약한 신호(weak signal)를 감지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대응하기는 그걸 감지했을 때, 혹은 사고가 터졌을 때 위급 상황 하에서 빨리 거기에 맞게 대응해서 회복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배우기는 과거의 성공 혹은 실패 사례에서 배워서(그리고 남과 공유해서) 앞으로의 행동을 조율하는 겁니다. 예상하기는 앞으로 어떤 일(성공이건 실패건)이 벌어질 잠재성이 있다는 걸 예상해서(과거에서 배우기를 토대로 하여) 그에 맞춰 행동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자기 분야의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서 이 사람의 실수 관리 능력에 대해 인터뷰를 합니다. 이 때 이 네 가지 능력 모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전문가의 능력을 배우려면 그 사람이 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 사람의 전문성의 핵심은 그 사람이 모르는 상황을 접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진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여기에서 확 벌어집니다. 전문가가 실수를 어떻게 찾고 어떻게 대처하는가, 차후에 행동을 어떻게 조정하는가를 배워야 합니다.
여기에서 특히 감지하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난생 처음 먹는 종류의 고기를 먹으러 갔습니다. 종업원이 고기 몇 점을 불판에 올려주고 갑니다. 근데, 언제 먹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물어봅니다. 돌아오는 답이 “익으면 드세요“라면 어떻겠습니까? 우리에게는 언제 익었는지 판단할 전문성이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부분을 간과해서 교육이 실전에서 비효과적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문제가 터졌을 때 뭘 할지를 배우는 걸 넘어서 문제를 감지하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인터뷰를 할 때에는 앞서 이야기한 실수 축제, 실수 노트, 하마터면 사건과 외삽법 모두의 내용을 총동원하셔야 할 겁니다.
이상 여러가지 방법을 편의상 조직 차원, 개인 차원으로 나눠 이야기하긴 했으나 사실 그런 차원 구분 없이 응용 가능합니다. 이 방법들을 잘 활용하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긴 한데,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연습하면 더 많은 도움을 얻을 겁니다.
물론 이 방법 외에도 많습니다. 교육을 하는 분이라면 고려해볼만한 방법으로는 실수 훈련이 있습니다. 보통 교육에서는 학생들의 실수를 최소화하도록 설계합니다. 교육 중에 실수를 적게 해야 실전에서 실수가 적을 거 아니겠냐는 논리죠. 하지만 연구결과는 반대입니다. 교육 중에 실수를 더 유도해야 오히려 응용력이 더 높아지고(교육학에서는 전이transfer라고 함) 실수가 줄어듭니다. 다양한 실수를 경험하는 걸 격려하고, 실수 사례를 배우고, 실수시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가르치는 교육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전문가에게 실수 대처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지요.
마지막으로 누구나 한 번 쯤은 겪어 봤을 실수 예방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모 팀에서는 개발자별로 서버를 수십대씩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서버 하나가 죽었나 봅니다. 아침에 부장이 화가 나서 팀장을 자기 방으로 불렀습니다. 욕을 좀 먹었겠죠. 팀장이 그 방을 나오자 마자 했던 행동이 저한테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XXX 누구 담당인가요?”
그 때부터 개발자들은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키보드에 머리를 조아리고 내 서버인지 아닌지 확인하기에 바빴거든요. 시간이 조금 흐르자 한 두 명씩 밝은 얼굴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주변의 (역시 밝은 얼굴의) 동료에게 커피 한 잔 하러 가자고 권합니다. 사람이 한 명 두 명 줄어듭니다. 마지막에 한 명이 손가락에 땀나도록 키보드를 치고 있더군요.
나중에 그 팀장은 팀 퍼포먼스 문제로 팀원으로 좌천당했습니다.
춢처: 애자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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