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7일 금요일

직장을 빨리 그만둘 사람을 면접에서 가려내는 법

요즘 빅데이터가 화두다. 조직의 내·외부에서 쏟아져나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를 잘 분석하면 기업의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유익한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데이터를 통해 통찰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자체로 답을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북스톤'에서 펴낸 소셜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송길영의 《상상하지 말라》라는 책에 좋은 사례가 실려 있어 아래에 그 내용을 요약해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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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는 '1년 이내에 그만둘 직원 찾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이야말로 인사부서에서 가장 골머리 앓는 존재들이다. 고용하는 데 돈 들고, 직무교육을 하는 데 또 1년이라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게 투자해서 이제 좀 일할 만하면 그만두곤 하니, 기업으로서는 드러난 손실도 크지만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다른 사람을 뽑았으면 지금쯤 일 잘하고 있을 텐데 엉뚱한 사람을 뽑아서 헛고생한 것이니, 소속 부서나 동기들의 사기 문제는 또 어쩔 것인가.

사정이 이러하니 기업은 빨리 그만둘 사람을 가려내고 싶어 한다. 입사한 다음에는 이미 늦으니 면접 때 몇 가지 질문으로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서 기업들의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빨리 그만둔 직원들의 패턴'을 파악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첫째, 멀리 사는 사람. 입사할 때 "집이 먼데 다닐 수 있나요?"라고 면접관이 물으면 열이면 열 모두 "네, 저는 얼리버드(early bird)입니다"라고 대답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 한국의 신입사원들은 일찍 퇴근할 수가 없다.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다 퇴근한 다음에 그들이 내준 과제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오밤중인데, 신입사원이라고 출근은 또 일찍 해야 한다. 안 그래도 힘든데 출퇴근에 4시간을 쓰고 나면 잠을 못 자니 체력이 달려서 오래 못 다닌다.

둘째, 집은 가깝더라도 통근수단이 애매한 사람들은 빨리 그만둔다.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 하면 관둔다는 것이다.

셋째, 조직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반대로 5개 이상의 소셜 네트워크에 가입한 사람들은 위험하다.

넷째, 질문이 많은 사람들은 빨리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그만둘 확률이 높다.


이 내용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마음이 불편하다. 마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넌 살인을 저지를 거야'라고 예언하는 것 같지 않은가? 인사관리 부서는 이런 사람들을 아예 뽑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집이 멀어도 열심히 다닐 수 있었던 사람들까지 처음부터 배제돼 버린다.

당신이 인사담당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후보자는 아예 뽑지 않겠는가?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는 없겠는가?

실제로 재미있는 점은, 이런 데이터를 인사과가 아니라 오너 경영자에게 보여주면 그는 기숙사를 짓거나 통근버스를 준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사결정의 레벨이 다르다. 왜냐, 자기네 회사 근처에 사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면 좋은 직원이 몇 명 안 모인다. 이들만 뽑으면 그 회사는 망한다. 그러니 인재를 얻기 위해 좀 더 큰 지원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면 쉽게 그만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같은 결과를 두고도 판단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는 힌트만 줄 뿐 답을 주는 게 아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찰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다. 선택은 사람의 몫이다.

- 곽숙철의 혁신 이야기

2015년 4월 4일 토요일

렌-마이드너 모델(스웨덴 복지 모델)에 대하여

원문
http://ppss.kr/archives/32734


I. 들어가며

지난 번에 스웨덴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바탕으로 몇 자 적어본 바 있다. 이에 관련하여 스웨덴 모델 을 창시한 렌-마이드너 모델에 대해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선배가 언급하여 인터넷 에서 찾아보았더니, 참으로 재미있는 모델이었다. 국가의 운영 뿐만 아니라 잘 수정하면 기업 경영에서도 참고할 부분이 있다.



2. 렌-마이드너 모델(스웨덴 복지 모델)

2.1. 렌-마이드너 모델의 개요

당시 스웨덴은 현재 한국과 유사하게 수출 중심의 경제였으며, 수출경쟁력을 가진 대기업 중심의 경제였다. 그래서, 이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른 산업과 평준화하여 평등 사회로 나아갔다…..라고 하면 이 글을 쓸 이유가 없다.

스웨덴은 높은 인플레이션율과 산업경쟁력 약화로 인하여 실업률이 늘어나고 있었다.
Phillips-curve-trade-offPhilips Curve 한 마디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역의 관계(Trade Off)에 있다.’ 둘 중에 하나를 잡으려면, 나머지가 늘어난다.
물가안정과 고용률 안정, 양자를 모두 추구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장기(Long Term)에서는 가능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민주노총에 해당하는 단일노조(LO)가 노동자의 임금을 평준화하고 이를 우리 나라 전경련에 해당하는 기업 대표(SAF)와 합의한다.

즉, 노동자의 임금이 수출 대기업은 100이고, 내수 중소기업은 60인데 이를 평준화하여 모든 노동자가 80으로 평준화하는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우리 나라로 이야기하자면 GS칼텍스, 포스코, 현대자동차 노동자의 임금을 깎고, 삼각김밥 공장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서 평준화했다고 보면 된다.

그 결과 대기업, 수출 기업의 경쟁력은 증가하여 성장하였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현대자동차가 더 잘되고 성장하도록 노동자의 임금을 깎았다. 반면, 그 높은 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한계기업인 내수 기업, 중소기업은 파산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기업 뿐만 아니라, 스웨덴이 보유한 산업 가운데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는 산업은 낮은 임금을 통하여 혜택을 보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은 임금 상승으로 인하여 퇴출된다.

즉, 한마디로 수출 중심,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과 기업을 구조 조정 한다. 그리고, 임금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에서는 마구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다. (종신 고용은 없다.) 이렇게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경쟁력이 더욱 향상된 수출 대기업은 충분히 성장하여야, 퇴출된 노동자들을 흡수할 수 있다. 그래서, 독점 자본에 온갖 혜택을 제공해서 성장을 드라이브한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1. 전 산업의 노동자의 임금 평준화

2. 물가/임금 안정

3. 대기업/수출 기업 경쟁력 향상, 한계 산업 퇴출, 한계 기업 파산

4. 노동자의 고용 보장 폐지,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하도록 노동 유연성 보장

5. 급격히 성장한 수출 대기업에 의한 퇴출 산업 노동자의 고용 흡수

6. 동일 임금으로 폭넓은 담세층 확보 및 세금 부과

7. 재원을 바탕으로 사회 안전망의 확보

8. 폭넓은 사회 복지 제도로 해고로 인한 사회 문제가 적어 자유로운 해고와 이직으로 노동 유연성 가속

이제부터 렌-마이드너 모델의 특이한 점이 도드라진다. 이렇게 해고된 노동자는 실업수당을 받는 동시에 재교육을 통해 구조 조정 결과로 경쟁력이 향상된 성장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그 구조 조정의 결과로 대기업/수출기업이 충분히 성장해야 퇴출된 인력들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meidner스웨덴 복지모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루돌프 메이드너


결국 스웨덴 모델은 개별 기업이 종신 고용을 통해 구체적인 개별 직장의 고용 안정성(Job Security)를 보장하는 게 아니다. 자유로운 이동을 통하여 특정 기업에서가 아닌 보다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상태로서의 고용 유지 상태(Employment Security)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고용주인 기업에게 노동유연성(Flexibility)을 극단적으로 보장하고, 노동자들의 이동성(mobility)을 높이기 위하여 국가가 직업 교육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여기에 수출대기업이 성장하여 퇴출된 산업과 기업의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수출대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모든 규제를 철폐한다. 우리나라에서 문제시 되는 순환 출자 등은 스웨덴은 대기업이 잘 되어야 하므로 허용되고, 법인세는 매우 낮고, 독점 자본이 금융자본과 결탁하는 걸 막기 위한 금산 분리도 없다.

대신, 고용 안정성이 급격히 떨어짐에 따라 사회안전망을 폭넓게 제공해야 하는데, 평준화된 임금을 받는 폭넓은 노동 계층에 집중적으로 세금을 부과하여 재원을 마련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였다.



2.2. 렌-마이드너 모델의 흥미로운 점

첫째, 사회주의 or 사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성장을 이끌고, 그 과정에서 철저히 시장 친화적인 방법(한계 기업의 퇴출, 해고를 폭 넓게 인정하여 노동유연성의 확보, 대기업의 성장을 가로 막는 규제의 철폐, 낮은 수준의 법인세, 정부의 긴축 재정을 통한 물가 안정)으로 접근한다.

둘째, 이와 같은 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이 기업에서 제시된 게 아니라 노동자들의 연합인 LO에서 제안하여 관철되었다는 점이다.(렌과 마이드너 모두 LO에 소속된 경제학자였다.)

즉, 산업의 선제적 인 구조조정과 임금 평준화를 노조에서 제안해서 관철했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구조 조정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드너는 시장의 힘에 의해 구조조정을 당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자율 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이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는 점이다.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깎고,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고, 이로 인해 역설적으로 중소 기업과 내수 기업이 망하여 중소기업 노동자가 퇴출된다는 것을 어떻게 합의해 내었을까? 노조조직율이 80%여서 LO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기업은 발렌베리 가문이 스웨덴의 민간 경제의 대다수를 지배하여 합의의 당사자가 간결했다고 하더라도, 놀라울 따름이다.

이 모델은 화이트칼러 노조와 블루컬러 노조가 동일 임금에 합의해야 하고, 기술 혁신으로 등장한 새로운 직업, 예를 들어, IT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도 동일 임금에 합의하도록 해야 하는데, 나중에 언급할 균열 지점이 여기에도 있다.



2.3. 렌-마이드너 모델의 지향점

렌-마이드너 모델은 궁극적으로 대기업의 초과 이윤에 대한 견제를 위해, 이윤의 20%에 해당하는 신주를 발행하게 하고, 이 신주를 임금 노동자가 조성한 펀드에서 매집하도록 하여 노조가 대주주가 되도록 구상되었으나, 이부분은 실현되지 못하였다.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노조에 의한 기업 지배를 펀드 조성과 신주 인수를 통한 증자 참여라는 지극히 시장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2.4. 소결

렌-마이드너 모델은 스웨덴을 일컫는 독점 자본과 복지 사회의 공존이라고 요약된다.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력 없는 기업과 산업을 퇴출시키고, 그 혜택으로 충분히 성장하여 퇴출된 기업의 노동자들을 흡수한다. 그리고, 이것은 국가의 담세 계층을 폭넓게 하여 재정적 안정을 가져오고, 이러한 재정적 안정은 사회보장제도를 강화시켜 더욱 노동 유연성을 강화하고 수출대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을 가져온다.



3. 렌-마이드너 모델이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과 핵심성공요인

이제 이 모델이 어려운 이유와 균열 지점에 대해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3.1. 대규모 소비 시장

수출 대기업이 한계 산업에서 퇴출된 노동자들을 모두 흡수해 주고 실업 상태에 있는 산업예비군(마르크스의 표현이다)까지 고용을 하려면, 자국의 소비 시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를테면, IKEA와 중소가구 업체까지 모두 같은 임금을 적용하거나 IKEA와 김밥천국까지 같은 임금을 적용한다고 해보자.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하고 대중적인 제품을 만드는 중소 가구 업체들에서 퇴출된 인원이 100명이라고 할 때, 같은 수의 가구를 만들기 위해 IKEA에서는 70명만 필요로 한다면 이 모델은 작동하지 않는다. IKEA가 120명을 추가로 고용해주어야 하는데, 자국에서 사람들이 집에 식탁을 하나 가지고 있다가 2개를 보유하겠다고 하나 더 살리는 없지 않은가.

스웨덴2

이 문제는 결국 IKEA의 개선된 경쟁력이 퇴출된 기업이 감당하던 수요보다 더 큰 수요를 창출하는 시장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스웨덴은 바로 지근 거리에 그런 시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곳은 바로 미국이나 EU의 다른 국가들이다. 결국 100명이 퇴출되고 그 가운데 80명은 기존 중소 업체에서 감당하던 수요를 충족하는데 고용되고, 20명 +α 는 그렇게 낮아진 임금을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이 개선되어 이를테면 미국 가구 시장에서 늘어난 수요/판매에 대응하는 데 고용된다.



3.2. 소국으로 작은 경제 규모와 제한적 산업 보유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모델은 동일 임금에 의한 대규모의 기업과 산업의 구조 조정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서 만약 한 나라의 인구가 1억쯤 되어서 다양한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어차피 인구가 몇 백만 수준이어서 대부분의 산업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도시 국가라면 이런 식의 구조 조정이나 산업의 퇴출과 이동이 기민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본이라고 해보자. 일본은 정말이지 없는 산업이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산업을 다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서 세계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으나 자국 시장에서 근근히 먹고 사는 사양 산업들을 구조 조정하는 게 가능할까? 구조 조정의 규모도 감당할 수 없을만큼 크고, 사회적 혼란도 커서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하나의 국가와 경제 체제를 가지고 실험을 하기에는 위험한 것이… 실패하면 생지옥이 열릴 것이다.[1]
Swedish Welfare System Swedish Welfare System
FTA를 통해 농업을 퇴출시키고 핸드폰이나 자동차 좀 더 팔아보겠다는 정도도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데 전체 산업들을 구조 조정한다는 건 경제 규모에 따라 그냥 학자들의 탁상 공론일 뿐 실행 가능하지 않을수도 있다.

자영업이나 내수 산업을 대규모 경제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몰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기업의 피고용인이 된다는 건 마치 <자본론>에서 칼 마르크스가 쁘띠 부르조아의 몰락으로 자본의 축적이 가속화되는 것을 묘사하는 걸 연상시키지 않나.



3.3. 합의를 위한 채널 간소화

위에서 산업이 다양하지 않은 소국이어야 한다는 것과 유사한데, 스웨덴에서는 저 합의가 우리나라의 민주 노총에 해당하는 LO와 전경련에 해당하는 SAF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노조조직률이 80%에 달해서 LO가 대표성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고, 사용자 측인 SAF는 사실 스웨덴의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렌베리 가문이 합의하면 되는 거였다.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전체 민간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삼성과 비할 바가 아니다.
스웨덴3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최대의 재벌이다.


과연 수많은 이해 관계자와, 충돌지점들을 이렇게 간소화하여 각자 하나의 창구로 대표에게 활동권한이 위임될 수 있을까. 노사정위원회는 좋은 시도였고, 높이 산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에서 그 대표들이 가지는 대표성은 얼마나 강한 것일까.

민주노총의 조직률이 얼마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전체 근로자 가운데 20%나 될까?  전경련에서 삼성이 총대를 매고 합의하면 경쟁력의 요소가 전혀 다른 현대자동차가 따를 수 있을까? 자본집약적인 삼성과 하청업체를 포함하여 노동집약적인 현대차 그룹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3.4. 변화 관리 – 세계화의 위협에 대한 방어, 동일 임금에 대한 합의 유지

이 모델의 균열 지점 중에 하나는 세계화이다.

누군가 자기만 잘 살겠다고 더 높은 임금을 찾아서 해외로 이주하면 자국에는 경쟁력이 없는 인적 자원만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본인만 더 잘 살겠다고, 렌-마이드너 모델에서 이탈하면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세금을 내줄 담세 계층은 허약해진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도 고임금 노동자(금속노조)를 중심으로 렌-마이드너 모델에서 탈퇴했었다.

너무 진지하게 써서, 말도 안되는 농담을 하나 해본다.

메시, 호날도 다음의 공격수로 PSG에서 100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는 스웨덴 선수가 있다. 물론 축구 클럽의 선수들은 LO에 가입되어 있지도 않고 동일 임금도 적용되지 않겠지만, 어떤 기업이나 산업 분야에 즐라탄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zlatan국제적인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애플 아이폰이나 BMW의 디자인을 할 정도의 수석 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나. 이러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여전히 동일 임금의 테두리에 집어넣고 유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현지(local)에 의존하는 -이를테면 언어, 지역-인적 자본이 아니라 세계화 되어 이동의 제약이 적은 인적 자본을 계속해서 그 경제 체제 내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학자, 의학, 컴퓨터 프로그래밍처럼 지역 의존성이 적은 인적 자본들은 더 좋은 보수와 대우를 제시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즐라탄에게 바르셀로나가 손짓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듯이. 즉, 세계화에 따른 노동과 자본의 이동에 대한 방어막이 필요하다.

여기서 렌-마이드너 모델과 이를 넘어선 스웨덴 모델의 조원자(enabler)가 등장한다고 생각한다. 더 높은 임금이나 더 좋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성공이 아니며 행복은 청빈한 삶과 자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끊임 없이 변화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적 보상 외에 다른 추상적 가치… 이를테면 세금을 통해 사회의 수호자가 되고 있다는 존경과 명예 같은 것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북유럽에 관한 글들을 읽다보면 종종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매우 속된 것이고, 그것을 추구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속물스러운 것으로 폄하된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반면, 미국의 모델에서 – 비록 최근에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 적어도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 시절을 보면 – 부는 긍정적 가치를 추구한 결과로서 그것은 부끄러움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3.5. 수출 지향적 경제 구조로 인한 취약성과 재정 건전성의 확보

대기업, 수출 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구조 조정됨에 따라, 스웨덴 모델은 커다란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높은 대외의존도는 경제의 변동성을 증가시킨다. 이를테면,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미국의 수요 침체가 발생하는 경우에 이에 연동되기 쉽다. 따라서, 높은 세율을 바탕으로 한 국가의 재정 지출(GDP 중 40~50%를 조세로 가져가서 재정 지출을 함)이 이러한 대외 경제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 정책을 사용하기 위한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세입 대비 더 많은 지출로 재정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이 위기에 불을 끌 재정이 바닥나기 때문에 엄격한 재정 준칙으로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재원이 뒷받침 된 복지 정책을 펼친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경제 위기에서 불을 끄는 건 물이 아니라 돈이다.

그래서, 스웨덴은 재정 준칙으로 지방정부는 적자 재정을 편성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중앙 정부도 명목 지출의 상한선을 설정해 놓고 이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스웨덴 정부는 남미의 포퓰리즘과는 달리 넓은 복지 제도에도 불구하고 정부 재정은 98년 이후로 계속 흑자를 유지한다.



3.6. 지속적 혁신과 재교육

렌-마이드너 모델은 결국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향상이라는 지극히 시장주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이와 더불어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사민주의의 결합이다. 독점 자본과 복지의 결합이라는 쉽게 붙지 않는 것을 강제로 억지로 붙인 것이 아니라, 서로를 자극하고 도움이 되도록 선순환하도록 설계하였다.

그렇다면, 기업의 경쟁력 향상… 즉, 지속적으로 미국이라는 거대 소비시장에 어떻게 더 많이 팔아먹을까에 관한 방법이 필요하다. 성장을 통한 복지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성장이라는 하나의 바퀴가 멈추면 자전거는 넘어지고 복지라는 나머지 바퀴도 덩달아 멈춰 버린다.

그래서 스웨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기업의 ‘혁신’이다.  그리고, 국가는 산업의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훌륭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노동자들을 일종의 고급 인적 자본-다기능공-으로 만든다. 성장하는 산업에 인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마치 도요타처럼 하나의 기업에서 종신 고용을 해서 먹고는 살게 해줄 터이니 가만히 먹고 노는 꼴은 못 보고, 극한까지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게 국가 단위로 확장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스웨덴4



4. 결론

이제, 결론을 내보도록 한다. 스웨덴 모델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연구해 볼 가치가 있으며, 사회 구성원의 전체적인 후생을 증가시키며 롤스 식의 정의의 관념에도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말 하기 힘들고 어려워서 “모두가 마음을 선하게 먹으면..” 또는 “누구를 바꾸면…”이라는 식으로 바라보지 말고 어떻게 이 난관을 뚫고 해낼까에 좀 더 매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