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7일 금요일

직장을 빨리 그만둘 사람을 면접에서 가려내는 법

요즘 빅데이터가 화두다. 조직의 내·외부에서 쏟아져나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를 잘 분석하면 기업의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유익한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데이터를 통해 통찰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자체로 답을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북스톤'에서 펴낸 소셜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송길영의 《상상하지 말라》라는 책에 좋은 사례가 실려 있어 아래에 그 내용을 요약해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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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는 '1년 이내에 그만둘 직원 찾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이야말로 인사부서에서 가장 골머리 앓는 존재들이다. 고용하는 데 돈 들고, 직무교육을 하는 데 또 1년이라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게 투자해서 이제 좀 일할 만하면 그만두곤 하니, 기업으로서는 드러난 손실도 크지만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다른 사람을 뽑았으면 지금쯤 일 잘하고 있을 텐데 엉뚱한 사람을 뽑아서 헛고생한 것이니, 소속 부서나 동기들의 사기 문제는 또 어쩔 것인가.

사정이 이러하니 기업은 빨리 그만둘 사람을 가려내고 싶어 한다. 입사한 다음에는 이미 늦으니 면접 때 몇 가지 질문으로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서 기업들의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빨리 그만둔 직원들의 패턴'을 파악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첫째, 멀리 사는 사람. 입사할 때 "집이 먼데 다닐 수 있나요?"라고 면접관이 물으면 열이면 열 모두 "네, 저는 얼리버드(early bird)입니다"라고 대답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 한국의 신입사원들은 일찍 퇴근할 수가 없다.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다 퇴근한 다음에 그들이 내준 과제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오밤중인데, 신입사원이라고 출근은 또 일찍 해야 한다. 안 그래도 힘든데 출퇴근에 4시간을 쓰고 나면 잠을 못 자니 체력이 달려서 오래 못 다닌다.

둘째, 집은 가깝더라도 통근수단이 애매한 사람들은 빨리 그만둔다.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 하면 관둔다는 것이다.

셋째, 조직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반대로 5개 이상의 소셜 네트워크에 가입한 사람들은 위험하다.

넷째, 질문이 많은 사람들은 빨리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그만둘 확률이 높다.


이 내용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마음이 불편하다. 마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넌 살인을 저지를 거야'라고 예언하는 것 같지 않은가? 인사관리 부서는 이런 사람들을 아예 뽑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집이 멀어도 열심히 다닐 수 있었던 사람들까지 처음부터 배제돼 버린다.

당신이 인사담당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후보자는 아예 뽑지 않겠는가?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는 없겠는가?

실제로 재미있는 점은, 이런 데이터를 인사과가 아니라 오너 경영자에게 보여주면 그는 기숙사를 짓거나 통근버스를 준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사결정의 레벨이 다르다. 왜냐, 자기네 회사 근처에 사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면 좋은 직원이 몇 명 안 모인다. 이들만 뽑으면 그 회사는 망한다. 그러니 인재를 얻기 위해 좀 더 큰 지원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면 쉽게 그만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같은 결과를 두고도 판단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는 힌트만 줄 뿐 답을 주는 게 아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찰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다. 선택은 사람의 몫이다.

- 곽숙철의 혁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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