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유누스 총재는 마이크로 파이낸스에 힘입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불행히도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둘러싼 소란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비판자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그중에는 초기에 이 계획을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도 많다.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오랫동안 지지했던 조너선 모두크(Jonathan Morduch)는 최근 데이비드 루드먼과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놀랍게도 마이크로 파이낸스 운동이 시작된 지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이로 인해 빈민들의 생활이 개선되었다는 확고한 증거는 거의 없다"고 고백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 사업 관계자들은 초기에 자리를 잡기 위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정부 보조금이나 해외 원조를 받지 않고도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관들이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자금을 빌려가는 사람에게 부과되는 이자율이 매우 높았다. 그라민 은행은 초기에는 적정 수준의 이자율을 적용했지만 이는 정부와 해외 원조 기관들의 보조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조금 액수가 과도해지면서 1990년대 말 보조금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자 그라민 은행은 2001년에 회사를 재정비하고 40~50%의 이자율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라민의 대출자들은 대출금을 돌려막기용 자금으로 활용한다. 가령 딸의 지참금 지불, 가족의 의료비, 등이다. 본래 목적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업가 정신 발휘 자금의 정신이 서서히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요인이 있다. 실제 자영업 지원 자금에 사용되었던 자금마저도 실제 이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빌려간 사람들은 동기부여가 확실하고 사업에 필요한 기술도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한가지 사례가 있다.
1997년 그라민 은행은 노르웨이 전화회사인 텔레노르와 손잡고 지역 여성들이 휴대전화 대여업을 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출했다. 텔레폰 레이디 라는 애칭으로 불린 이 여성들은 1인당 연평균 소득이 300달러인 나라에서 750달러 내지 1200달러까지 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익은 떨어졌다. 텔레폰 레이디의 숫자는 급증해서 2005년이 되자 방글라데이 연평균 소득은 450달러로 올랐는데도 이들은 연간 70정도만 벌었다. 구성의 오류로 인해 한 사람이 사업에 성공해도 모든 사람은 실패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사업기회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의 현재 기술이나 기술 개발은 한정되어 있고 따라서 사업기회가 다양화되기가 어렵다. 소액대출을 받은 한 크로아티아 목축업자는 근처 목축업자들도 대출로 소를 늘리면서 우유값 폭락을 경험했다. 다른 나라에 유제품을 수출하려고 해도 필요한 기술, 조직력,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이들이 자금이 부족하다거나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거나 게으르거나 해서가 아니다. 개인적인 이유도 없진 않겠지만 사회적, 시스템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이들이 부자나라가 되는데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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