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8일 월요일

SF소설: 우리가 해야 할 일

원작: 테드 창 

원문: https://www.nature.com/articles/436150a


선택이란 어려운 것입니다...

이것은 당신에게 보내는 경고의 편지입니다. 주의 깊게 읽으세요.


Predictor를 보셨죠? 지금까지 수백만 개가 팔렸습니다. 그것은 자동차 스마트 키와 비슷하게 생겼고 버튼 1개와 녹색 LED가 달려 있습니다. 이 장난감의 특징은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 정확히 1초 전에 LED가 깜박인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장치를 처음 구매하고서는 장치를 속이고자 합니다. 그러나 곧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습니다. LED가 안 켜지게 속이고서 실제 버튼을 누르려고 하면 바로 LED가 켜지고 아무리 빠르게 버튼을 눌러도 1초 전에 LED가 켜집니다. 나중에 버튼을 누르지 않으려고 마음 먹고 아무리 버튼 근처에서 손을 움직여도 LED는 안켜집니다. 당신에 어떻게 행동해도 항상 버튼을 누르기 1초 전에 LED가 켜집니다. Predictor를 속인 사람은 없습니다.


Predictor의 작동원리의 핵심은 신호를 시간역행해서 보내는 (가상의) 회로입니다. 즉, 버튼을 누르면 LED가 켜지는 신호를 시간을 1초 거슬러 과거로 보냅니다. 즉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빠지는 의문은 Predictor가 자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일까? 하는 점입니다.


자유 의지가 환상이 아닐까 라는 의심은 인류 역사상 늘 있어 왔습니다. 물리학적 증명이나 순수 논리에 기반하기도 합니다.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는 주장은 논리적, 과학적으로 반박하기 어렵지만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논쟁으로는 대중을 설득하기 어려워서 Predictor가 이를 실제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Predictor를 구매한 사람은 한동안 가지고 놀다가 다소 공허함에 빠집니다. 그것이 함의하는 심층적 의미를 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몇 주 동안 그는 미래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적으로 곱씹으며 체화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의 모든 선택이 무의미함을 깨닫고 그 다음부터 일체의 선택을 거부합니다. 결국 Predictor를 가진 사람들의 1/3은 모든 행동을 포기하고 병원에 실려갑니다. 그들은 혼수 상태의 일종인 무동무언증(akinetic mutism; AM))에 빠집니다. 그들은 눈으로 움직임을 추적하고 때때로 움찔거리기만 할 뿐입니다. 몸을 움직일 수 있지만 그 동기는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이 Predictor를 가지고 놀기 전에, 무동무언증은 뇌가 심각하게 손상되었을 때만 드물게 나타나는 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자유의지가 없다는 사상은 암시적으로 존재해왔습니다. 생각의 파괴, 러브크래프트식 공포, 괴델의 증명 같은 것입니다. 자유의지에 대한 부정은 대중들이 그것을 믿기 전까지는 해롭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을 다루는 의사는 환자가 아직 대화에 반응하는 동안에 환자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의사는 환자에게 말합니다. “당신은 이전에 행복했고 활동적인 삶을 살았어요. 그 과거에도 우리에게는 지금과 똑같이 자유 의지가 없었잖아요?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지난 달의 행동은 오늘 행동과 똑같이 자유의지와는 무관하잖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의사의 말에 환자들의 반응은 똑같습니다. “네 의사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저는 이제 알아요.”


어떤 사람들은 Predictor가 행동의 이러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정반대로 우리에게 자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생각하는 결정론적 기계인 오토마톤은 낙담에 빠질 수 없으며,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만이 가능하다고요. 일례로 Predictor를 가지고도 또한 다른 2/3의 사람들은 무동무언증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의 경고를 잘 들으세요. 안타깝게도 이러한 반론은 잘못되었습니다. 모든 형태의 자유(?)행동은 자유의지가 없다는 결정론과 양립가능합니다. 카오스 이론에서 하나의 동적 시스템은 끌개의 양역에 빠질 때 결과적으로 고정된 지점에서 끝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무한한 혼돈 패턴도 나타납니다. 이것은 둘 다 결정론적입니다.


나는 당신의 미래에서 1년 후 이 경고를 당신이 사는 과거로 전송한 것입니다. 우리는 Predictor의 시간역행 회로를 개량해 1초보다 훨씬 먼 과거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는 실험에 성공했고 이것은 과거로 보내는 첫 번째 긴 메시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인류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이 이 메시지의 목적입니다. “당신에게 자유 의지가 있는 척하십시오.” 자신의 결정이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당신의 믿음이며, 진실이 아닌 거짓말을 믿는 것이 무동무언증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인간의 문명세계가 경각에 달려있습니다. 자신을 속이십시요. 그것만이 희망입니다.


음..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낸다고 당신의 세계에서 향후 1년이 바뀌지는 않겠네요. 자유 의지는 환상이기 때문에 누가 무동무언증 빠지고 누가 그렇지 않을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Predictor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우리 중 일부는 굴복할 것이고 일부는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이 경고를 보낸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네요. 제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을까요?


저에게는 자유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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