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17일 수요일

잔다르크, 이단심문 중 일부

(이하 질문자는 코숑 주교를 비롯한 재판관(총 70명), 답변자는 잔 다르크)

문. 주님의 기도를 이 자리에서 외워, 그대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임을 증명하라.[55]
(잔은 문맹이었으므로 그녀의 권위를 떨어트리기 위한 질문)

답. 주교 예하께서 저의 주님의 기도 암송을 들을 만큼 독실한 신자임을 신앙고백하여 먼저 입증하세요.

문. 다른 성직자들을 불러서 암송하게 하겠다.
(당시 성직자들은 라틴어 주기도문을 외우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음)

답. 저에게 질문하신 주교 예하께서 직접 하셔야 합니다.


문. 넘어가겠다.


문. 법정에서 항상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하는가?
답. 저는 언제나 진실을 이야기할 것이지만,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문. 천사의 목소리를 얼마나 자주 듣는가?
답. 제가 필요한 때에 못 들은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문. 그대가 목격했다는 천사들이 옷을 입고 있던가?
(천사의 외형에 관해 함부로 논하면 이단)

답. 주님께서 그에게 옷을 입힐 능력이 없다고 믿으시는 건가요?

문. 성 미카엘의 몸엔 털이 나 있던가?
(천사의 외형에 관해 함부로 논하면 이단)

답. 그럼 털을 밀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문.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있느냐?
(신학에서 '은총의 상태'는 하느님만이 알 수 있으므로 긍정의 대답은 신성모독, 부정의 대답은 자신이 죄악의 상태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

답. 만약 제가 은총의 상태에 있지 않다면 하느님께서 제게 은총을 베풀어 주시기를, 만약 제가 은총의 상태에 있다면 하느님께서 제게 계속해서 은총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문. 성녀 마르가리타는 프랑스어로 말을 하던가?
답. 성인들이 영국의 편에 서 있지 않은데 왜 영어로 말을 하겠습니까?

문. 그분께서 영국을 미워하신단 말인가?
답. 저로서는 하느님께서 영국인을 미워하는지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분께서 영국인들을 프랑스에서 쫓아내시리란 것만은 압니다.

문. 천사들의 앞에서 순결을 맹세했던데, 만약 그대가 결혼하면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거라 보는가?
답. 그것은 지금으로선 저도 알 수 없으나, 저는 우리의 주를 믿습니다.

문. 천사들이 그대가 심판받을 것이라고 미리 위험을 경고해주진 않던가?
답. 제가 무슨 위험에 처해 있나요? 천사들의 목소리는 재판하는 동안 제가 자유로울 것이라 말했습니다. 저의 것이 될 천국을 위해, 저의 순교에 대해 불평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문. 지금이라도 도망칠 생각은 없는가?
답. 문이 열려 있으면 나가야지요. 그것은 주님께서 허락하셨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문. 왜 남자의 옷을 입고 다니는 금기를 저질렀는가?
답. 옷보다 하느님의 뜻을 따라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문. 왜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낱 소녀인 그대에게 하느님께서 천사를 보냈다고 생각하는가?
답. 바로 그 한낱 소녀를 쓰는 것이 그 분의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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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피고가 행한 일에 대해 교회가 내리는 결정에 승복하며 순명하겠는가?
답. 저를 보내신 주님과 동정녀 성모 마리아와 천국의 모든 성인들의 뜻에 순명하겠습니다. 저는 교회를 사랑하지만, 당신들은 저를 심판할 권리가 없습니다. 제 말과 행동은 모두 주님과 그분의 천사들에게만 호소할 뿐입니다. 오직 주님만이 저를 심판하실 수 있습니다.

문. 교회의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말인가?
답. 여러분, 제가 보기엔 주님과 교회의 뜻은 하나입니다. 따라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당신들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단 심문관들은 잔 다르크의 이단 혐의를 입증하거나 자백을 받아내는데 실패했다. 공개재판에서 오히려 잉글랜드 측이 잔의 논리에 크게 밀려서 첫번째 공개재판 이후 모든 재판이 비공개 재판으로 전환되었다.

잉글랜드도 처음에는 잔을 죽일 생각이 없이 모욕하고 그녀의 성스러운 권위를 떨어뜨릴 생각이었지만 재판이 진행되어감에 따라서 잔이 잉글랜드에 협력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라는 극단적인 선택지만 남게 되었다.

결국 잔은 고문과 화형 위협을 포함한 협박을 받아 교회의 처분을 따르겠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잔은 문맹이었으므로 자신이 어떤 문서에 서명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서명하면 수녀원에 감금시킨다 는 구두 약속과 달리, 여전히 군사 감옥에 가둬놨고 여자 옷을 입게 하고선 병사들을 보내 강간 위협을 가했다. 이 상황에서 순결을 지키지 못하면 악마와 관계를 맺은 마녀로 몰 것이고 순결을 지키기 위해 잔은 남자 옷을 다시 입을 수밖에 없었고, 이를 빌미로 재판정은 이단 판결을 내린다.

1431년 5월 30일, 잔은 루앙에서 화형에 처해졌다. 성해(聖骸)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잔의 시신은 3번에 걸쳐 태워졌고 그 재는 세느 강에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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