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 시대, 폭우가 쏟아지는 '나생문'의 처마 밑에서 나무꾼과 스님이 '모르겠어. 도저히 모르겠어' 라며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잠시 비를 피하러 그곳에 들른 사내가 그 소리를 듣고 궁금해 한다. 이들은 이 남자를 상대로 최근에 그 마을에 있었던 기묘한 사건을 들려준다.
사건이 벌어진 배경은 숲속. 사무라이 타케히로가 말을 타고 자신의 아내 마사코와 함께 오전의 숲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늘 속에서 낮잠을 자던 산적 타죠마루 마사코의 예쁜 얼굴을 보고는 그녀를 차지할 속셈으로 그들 앞에 나타난다. 속임수를 써서 타케히로를 포박하고, 타죠마루는 마사코를 겁탈한다.
오후에 그 숲에 들어선 나무꾼은 사무라이 타케히로의 가슴에 칼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관청에 신고한다. 곧 타죠마루는 체포되고, 마사코도 불려와 관청에서 심문이 벌어진다.
당사자들간에 진술이 갈린다
ㅇ산적 타죠마루는 자신이 속임수를 썼고, 마사코를 겁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무라이와는 정당한 결투 끝에 죽인 것이라고 말한다.
ㅇ마사코는 겁탈당한 후, 남편을 보니 싸늘한 눈초리였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자신을 경멸하는 눈초리에 정신이 나간 그녀는 혼란 속에서 묶여있는 남편을 죽였다고 진술한다.
ㅇ무당의 힘을 빌어 강신한 죽은 사무라이 타케히로는 아내가 자신을 배신했지만, 오히려 산적 타죠마루가 자신을 옹호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자결했다고 한다
ㅇ화자인 나무꾼은 이렇게 말한다. 도적은 여자를 겁탈한 후, 자신의 아내가 되어달라며 설득한다. 그러나 그녀는 "여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자신의 단도로 사무라이를 풀어준다. 타죠마루는 이것을 둘 중 싸워 이긴 쪽을 따르겠다는 의미로 알아듣고 싸우려 하지만, 사무라이는 "겁탈당한 여자 때문에 목숨을 걸기는 싫다"라며 아내를 버리고 아내에게 자결을 종용한다. 그러자 도적 역시 생각을 바꿔 여자를 버리고 가버리려 한다. 두 남자에게 모두 버림받자 여자는 갑자기 광소하며 사무라이와 도적을 비난하고 이간한다. 이 말에 설득된 사무라이와 도적은 칼을 뽑고 싸움을 벌이고 사무라이는 타죠마루의 칼에 찔려 죽는다. 타죠마루는 여자를 데려가려 하지만, 그녀는 지친 타죠마루를 뿌리치며 도망치고, 혼자 남은 도적은 사무라이의 칼을 챙겨 달아난다.
그러나 나무꾼의 이야기도 진실이 아니다. 마사코가 가진 값비싼 단도를 나무꾼이 슬쩍하기 위해 진실을 왜곡한 것이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 진실은 얼마든지 다르게 이야기될 수 있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의도하지 않고 스스로를 속일 수도 있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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