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30일 월요일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


1971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국가적 정책 목표로 ‘암 극복’을 내걸었습니다. 1940년대 원자폭탄 개발이나 1960 년대의 우주개발(아폴로 계획) 때처럼 나라의 예산과 지적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아 붓는다면 10년 안에 인류 최대의 난치병인 암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당시 1조엔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그로부터 어언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암 정복이란 골인 지점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암을 둘러싼 많은 수수께끼는 한층 난해해지고 암 연구는 혼미를 더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중략) 프로그램 취재 차 암 연구자를 만나기 미국을 3번이나 다녀왔는데, 2009년 3월에는 미국 암 연구의 중추인 MIT대학 로버트 와인버거 박사를 만났습니다. 와인버거 박사는 암 유전자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며 전 세계 암 연구자들이 표준 교과서로 애용하는 “암생물학”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암을 정복하는 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립니까? 40년 전 닉슨 대통령이 암 극복 10년 계획을 발표할 때 이렇게 오래 걸릴거라고 생각했습니까?" 나의 질문에 와인버거 박사는 폭소했다. "아니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때 우리는 암이 애초에 어떤 병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모르는지도 몰랐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그의 대답에 크게 놀랐습니다.

우리는 NHK 특집방송을 통해서 인류는 암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전하고 싶었습니다. 암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니 치료법도 확립되지 않았을테구요.

그렇다고 암이 전혀 모르는 질병은 아닙니다. 암이라는 애초에 무엇인가하는 본질은 얼추 파악하고 있습니다.

암은 세포의 병입니다. 정상세포가 미쳐버려 무한 증식하는 세포(=암세포)가 되는 병입니다. 정상 세포는 태어났다가 죽어가는 과정을 거듭하는 유한한 수명을 가진 세포인데 비해, 암세포는 죽지 않습니다. 불사의 세포입니다. 죽지는 않고 그저 증식만 계속할 뿐입니다. 세포가 필요 이상으로 증식하며 혹 같은 세포 덩어리가 됩니다. 그것이 종양입니다.

세포증식이 어느 한계에 머물고 어떤 경계선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양성 종양입니다. 그러나 경계선을 넘어 종양이 계속 커지면 악성 종양, 즉 암이라 불립니다.

 암은 유전자의 병, DNA가 미쳐서 일어나는 병입니다. 일반적으로 세포 증식은 유전자의 명령에 의해 규칙적으로 일어나며 착란을 일으키는 일은 없습니다. 세포 증식 자체는 세포가 살아 있는 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정상적인 생리과정입니다. 세포가 어느 한도 이상으로증식하면 세포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므로, 암이 되지 않는 한 세포가 무한히 증식하는 일은 없습니다.

세포 증식을 그렇게 조절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서 정상적인 사이클을 벗어나는 병이 암입니다. 이상 증상이 일어나면 자동적으로 제동이 걸려야 마땅한데, 그게 안 되는 병입니다. 정상적인 유전자의 기능은 전부 DNA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고 그 프로그램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 프로그램 자체가 반란을 일으키는 DNA의 병이 암입니다.

그럼 어떻게 되어 DNA에 이상이 생기는 것일까요?

인간의 몸은 60조 개 이상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각 세포는 그 사람 특유의 세포 설계도인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DNA는 그 사람의 유전자 집합체이며, 그가 가진 세포들의 운명을 관장하는 설계도입니다. 어느 세포가 어느 시기에 어떤 상황에서, 그의 몸 어느 부위에서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가 전부 DNA에 적혀 있습니다. (중략)

인체가 DNA의 설계도대로 움직인다고 해도 시계처럼 정밀하게 기능하게나 설계도에 따라 결정론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중략)

인체 기능의 태반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지만 일상 생활의 구체적 움직임은 그때 그때의 상황과 환경, 그리고 그 사람의 의지결정이라는 세 가지 조건의 조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변해갑니다. 인간은 지극히 자유도가 높은 비결정론적인 존재이자, 비결정론적인 행동자입니다. (중략)

그러나 기억이든 DNA의 설계도든 복제를 계속 하다보면 반드시 복제 오류가 생기고 착오가 발생하게 됩니다. 뇌세포의 복제 오류는 망각이나 치매로 발현되지만, DNA의 복제 실수는 다양한 생리적 기능 부전으로 발현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암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암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지만, DNA 복제 오류에 의한 변이의 축적이 최대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로 여겨집니다.

나이가 들면 암에 잘 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겁니다. 60조개 이상에 달하는 세포가 계속 죽고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복제의 오류가 나타날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진다는 것이죠. 그리고 다양한 인간의 행동들이 이런 복제의 오류 영향을 더욱 키우기도 하고, 오히려 축소시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흡연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걸린 방광암의 경우, 흡연자들이 걸리기 쉬운 대표적인 암입니다. 물론 암이 어떻게 발병되는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수 많은 대조군 중에서 흡연자 집단이 유독 방광암에 많이 걸린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시 말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그것은 지속적인 흡연이 DNA의 변이를 더욱 촉진시키고 또 복구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강화시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다치바나의 조사에 따르면, 일정 시간이 지나 흡연을 중단하더라도 이미 젊을 때의 흡연은 이미 DNA의 변이를 촉진시켰기에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모든 암을 치료하는 특효약 혹은 누구에게나 효력을 발휘하는 기적의 명약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퍼지면 이내 "이게 좋아", "이게 잘 듣는대"하고 가르쳐주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개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에 그러는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효과가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암이 사람마다 다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에게 진실이 다른 사람에게도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특히 암에 관한 한, 명백한 데이터에 기초하여 주장할 수 없는 일반인의 이야기는 들어봐야 의미가 없습니다.

최근 빠르게 알려진 사실이지만,개개의 암, 개개인의 암은 놀랄 정도로 다 다릅니다. 암은 지나칠정도로 개성이 강합니다. 같은 유방암이라도 환자A와 환자B는 전혀 다릅니다. (중략) "극단적으로 말하면 거의 환자 수 만큼 서로 다른 암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왜 그렇게 제각각이냐 하면, 암이라는 질병은 본질적으로 그 사람의 유전자에 축적된 변이에 의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 변이의 축적은 그 사람의 개성 자체라고나 할까, 그 환자 개인의 역사를 반영한 것입니다. 개개인이 다 다른 인생길을 걸어왔듯이 개개인의 암도 서로 다른 인생의 반영입니다.

- 다치이바나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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