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9일 토요일

워렌버핏에 대한 신화

주식투자를 포함한 금융의 세계에서 워렌 버핏만큼 칭송받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주식투자를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워렌 버핏이 주식투자 하나만으로 억만장자가 됐다는 사실은 잘 안다. 이렇듯 그는 전세계 부자 순위 10위권 내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워렌 버핏은 가장 화려하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투자자임에 틀림없다. 이 시대를 넘어선 역대 최고의 투자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한가지 살펴볼 게 있다. 대중들은 그가 단지 주식종목을 잘 골랐기 때문에 최고의 부자가 됐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그가 탁월한 성과를 거둔 건 분명 맞는 사실이지만 대중들이 알고 있는 그의 모습과 실제 모습은 매우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워렌 버핏과 관련된 신화가 금융계를 통틀어 가장 많이 오해되고 있는 사례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워렌 버핏은 주식을 잘 고르는 인자하고, 소박한 노인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그는 가치가 있는 주식들을 찾는데 매우 열심이며 이런 종목을 찾았을 땐 팔지않고 계속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버핏의 투자방법에 대한 오랜 믿음 중 하나는 주식투자를 지극히 평범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주식, 예컨대 당신이 체리콕을 좋아하면 코카콜라 주식에, 신용카드를 자주 쓰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식에 관심을 가져보라는 식이다. 그 다음에는 해당 회사의 연간, 분기 보고서를 샅샅이 훑어보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자산의 일부를 이들 주식에 투자하면 된다. 마지막은? 투자금이 계속 늘어나는 걸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이게 끝이다. 주식투자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얘기다. 

그런데 이렇게 해선 그를 둘러싼 진실에 한발자국도 다가갈 수 없다. 일단 대중들이 그의 투자방식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대부분은 가치투자의 간단한 방식에 매료되거나, 아니면 한번 산 다음에 계속 보유하는 이른바 Buy&Hold 방식이 주식투자에서 성공할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여길 것이다. 그런데 사실 버핏은 이런 대중적인 믿음과는 정반대인 부분들을 많이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엄밀히 말해 그는 주식투자자라기보단 고도의 정교함을 지닌 사업가에 훨씬 더 가깝다. 이게 무슨 얘긴지 알려면 그의 커리어부터 살펴봐야 한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워렌 버핏은 주식시장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나 다름없다. 그의 대성공에 자극받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주식시장에서 부를 일궈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주식시장에 돈을 투자했다. 그런데 이 과정을 냉정히 평가하자면 이는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지향하는 바와 완벽히 일치한다. 버핏 신화의 결과물과 광고를 통해 투자자들을 부추겨 주식시장에 돈을 투자하게끔 만드는 금융회사들의 전략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버핏 덕분에 가치투자 방법, 가치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일반 투자자들은 가치투자 펀드에 돈을 집어넣으면 워렌 버핏이 사용하는 방식(가치투자)을 손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튼 그가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주식투자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게 만든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6개월짜리 구독권을 끊거나 관심있어 하는 회사의 PER을 계산하는 행위는 어느덧 투자자들의 안락한 노후를 보장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미디어에서 워렌 버핏이라는 최고의 투자자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나머지 일반 대중들은 주식 포트폴리오 운영이 주식을 하나도 모르는 초보도 거뜬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었다. 아기가 침대에서 주식거래를 하거나 중년의 신사가 근무 중 주식거래를 하는 광고를 우리는 숱하게 봐오지 않았는가.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걸 따라잡기 위해 자신들의 피땀같은 돈(수수료)을 증권회사에 갖다 바쳤다. 증권회사들은 우리가 워렌 버핏의 신화를 그대로 믿길 원한다. 사실 증권회사의 사업모델 중 많은 것들이 워렌 버핏 신화에 대한 우리의 맹목적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워렌 버핏을 싫어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분명 워렌 버핏을 존경한다. 내가 투자업계 견습생으로 일하던 시절 나는 그의 연례서한을 가지고 다니면서 통째로 읽곤 했다. 그의 연례서한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최고의 시장 지침서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할 정도다.

하지만 그에 대해 알면 알 수록 나는 버핏이 미디어에 의해 묘사되는 모습, 즉 소박하고 평범한 가치투자자가 아니라 엄청나게 약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실제 그가 달성한 업적은 미디어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거대하다.

사실 버핏은 1956년도에 헤지펀드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펀드(버핏 파트너쉽)를 설립했다. 그런데 이 펀드는 최근 그가 맹비난하고 있는 헤지펀드 수수료 체계와 거의 흡사한 수수료를 고객에게 부과했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이 있었으니 당시 그는 주식투자자가 아닌 사업가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는 점이다.

포브스가 선정하는 400대 부자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만의 사업체를 설립해 부를 축적했다. 버핏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계좌를 개설해 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부를 쌓은 게 절대 아니다. 절대 잊지 말길 바란다. 버핏은 사업가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이며 고도로 치밀한 사업가라는 사실을 말이다.

특히 버핏이 초창기 때 운영했던 펀드를 분석해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최근 그가 헤지펀드들의 수익률과 수수료 체계에 대해서 비판한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버핏 파트너쉽은 설립 당시 펀드 수익률 6% 초과분에 대해 무려 25%의 수수료를 책정했다. 이것이 그가 초창기 때 부를 급속도로 늘릴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다. 한마디로 버핏은 오늘날의 헤지펀드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펀드를 운영했던 것이다. 

초창기 때 그가 가치주 펀드를 운영한 게 아니었다는 증거는 몇개 더 있다. 버핏은 종종 레버리지를 사용했으며 특히 펀드 전체 금액을 소수의 종목에 소위 '몰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가 뎀스터 밀을 인수했을 때다. 버핏은 인수 후 직접 경영에 나섬으로써 '행동주의 헤지펀드 매니저'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잠깐, 버핏이 행동주의 헤지펀드 매니저라고? 분명 맞는 표현이다. 그는 초창기 때 이런 호칭을 들으면서 맹렬히 기업인수에 나섰다. 현재 그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것도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란 회사는 흔히 당신이 생각하는 집단지주회사가 아니다. 오늘날의 버크셔 해서웨이 왕국 밑바탕에는 버핏의 화려한 사업가적 기질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이 회사를 인수하자마자 세계 최대의 보험 심사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보험사업에서 창출되는 프리미엄과 풍부한 현금은 그가 기타 사업에 투자할 때 사용했던 원천이 됐다. 쉽게 말해 버핏이 이 회사의 현금을 다른 기업 인수에 사용하면서 버크셔 해서웨이는 자연스레 버핏의 지주회사가 된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버핏이 단지 코카콜라와 가이코만 사지 않았다는 점이다. 버핏은 초창기 자본을 모아 실물자산 투자에 전념한 전력이 있다. 또 특정기업의 생산 과정에서 특유의 '행동주의 사업가'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심지어 파생상품시장에서 장단기 베팅을 한 것은 물론이고 옵션시장, 채권시장에 참여하기까지 했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신화-버핏은 100% 주식투자자-는 사실이 아닌 것이다.

그가 유명해지게 된 계기인 주식 포트폴리오 비중도 매우 흥미롭다. 주식종목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기준 버크셔해서웨이 전체 시가총액의 불과 28% 밖에 안된다. 한 술 더 떠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종목들-코카콜라, 아멕스, 무디스-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8% 밖에 안된다. 이는  포트폴리오 내 대부분이 주식일 거라고 생각하는 대중들의 믿음과 반하는 것이다.

사실 버핏의 인수건 중 가장 유명한 사례는 모두 가치투자가 아닌 부실채권에 투자한 것이었다. 그가 최초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가이코를 사들일 때 두 회사는 모두 부도 직전에 처한 상황이었다. 이런 형태의 매수는 현재 다수의 부실채권 전문 헤지펀드들이 사용하는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아무도 이런 형태의 투자를 가치투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절대 명심하기 바란다. 버핏은 뛰어난 업적을 이룬 많은 사업가들 중에서도 발군의 킬러 본능을 지닌 사람이란 사실을 말이다. 2008년 당시 그가 골드만삭스, 그리고 GE와 맺었던 딜을 떠올려보자. 금융위기로 이들 기업이 자본확충을 시도하고 있을 때 버핏은 제발로 그들의 '목구멍'에 들어가 5년짜리 워렌트 딜을 요구했다. 결국 그는 이 투자로 아주 준수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물론 버핏은 이 거래를 '장기적 관점에 입각한 가치투자였다'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 부실채권 전문 헤지펀드가 이와 똑같은 방식을 사용했다면(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까지 그 헤지펀드 매니저를 엄청나게 비난했을 것이다.(미국이 자랑하는 2개 기업이 쓰러진 틈을 타 치사하게 매수하려 한다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워렌 버핏은 위대한 미국인이자 비즈니스 리더다. 하지만 그의 투자전략을 흉내냄으로써 세계 최고의 투자자처럼 내 수익률도 훌륭할 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은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사실 일반 투자자들이 따라하고 있는 전략은 버크셔해서웨이와 워렌 버핏이 실제로 사용하는(혹은 사용했던) 전략과 하나도 비슷하지 않다. 버핏을 존경하되 그에 대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워렌버핏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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