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30일 수요일

[안계환의 역사 인문학]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많은 기업에서 인문학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에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 현대자동차 그룹에서는 역사적 인식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각 기업의 직원 연수 과정에서도 인문학 특강은 반드시 포함시킨다. 하지만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에서도 인문학 전공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미국에서 가장 좋은 일자리의 대부분은 이공계고 뛰어난 이공계 인력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각 기업에서는 인문학 소양을 갖춘 사람을 원하는 것이지 인문학 전공자를 원하는게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을 추앙했다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이는 탁월한 테크놀러지와 결합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기술을 모르는 인문학자를 데려다가 기업에서 쓸 생각은 전혀 없다.

인문학 만큼 말도 많고 오해도 많은게 별로 없다. 대부분의 인문학 특강은 철학전공 연구자들이 하거나 인문학 독서에서도 읽기 어려운 서양 문학작품에 치우쳐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기업이 원하는 인문학과 인문학 전공자들이 제공하는 인문학은 상당히 다르다. 그러기에 말도 많고 인문학이 기업에서 생각보다 효용 가치가 낮은 것이다.

또 최근신세계 그룹에서 올해 20억원을 투자해 인문학 인력을 우대하겠다고 나서는 데에서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 실제 현실은 매우 차이가 있다. 신세계가 원하는 것은 국내 대학의 인문학을 전공한 전공자를 필요로 하는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어떤 전공이든지) 세상을 통섭적으로 생각하고 미래를 그려갈 수 있는 지혜의 소유자를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배출되는 많은 인력들이 세상을 통섭적으로 생각하는데 있어서 매우 약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고, 또 교육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전공과는 다른 세계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그저 높은 학점을 따는데만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그렇다. 언제까지 자신은 실무자에 머물러 있을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업무에만 목숨걸려고 한다. 내가 개발한 제품만 바라보고 정해진 루틴대로 일을 처리하려고만 한다.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부족한 것이다.

여기에 인문학적 소양이란 용어가 등장한다. 인문학적 소양이란 인문대학 과정에서 키워줄 수 있는게 아니다. "정해진 것, 주어진 것, 그렇다고 말 하는 것" 등등을 부정할 수 있고 그것들을 융합하고 새로운 사고를 통해서 무언가 나름의 방향성을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게 인문학적 소양이다. 경영자들은 그래서 직원들의 좁은 마인드를 확대해 보려고 인문학을 접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많은 오해가 있고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문학에 대한 정의와 영역을 너무 좁게 설정한 때문이다. 흔히 인문학은 문사철(文史哲)이라고 말하지만 이 말이 생긴게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아직 100년도 안된 1920년대에 생긴 말이다. 인문학은 인간이 문명을 만들면서부터 생겼다. 그런데 겨우 100년된 정의를 가지고 수 천년된 인문학을 정의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인문학을 정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라파엘로의 그림 "아카데미아" 를 들여다 보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인문학의 범주가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다. 하늘을 가르키며 이상사회를 이야기했던 플라톤이 있고 땅을 보며 말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늘날 '철학자' 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오늘날의 철학자인 강신주나 김용옥, 최진석과는 분야가 매우 다르다. 과거의 그들은 오늘날로 말하면 정치가였고, 수학자였고, 과학자였다. 그저 세상의 관심있는 모든 걸 다룬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아카데미아 그림에는 더 다양한 인물들이 존재한다. 유일신 사상을 만들어 낸 조로아스터, 과학자 프톨레마이오스, 수학자이며 음악가이며 교주이기도 했던 피타고라스, 기하학의 완성자 유클리드, 헤라클레이토스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오늘날 용어로 수학자,과학자, 철학자 라고 정의하기에는 그들이 생각하던 범주가 매우 달라서 무리가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정의는 "인류문명학" 이다. 인류 문명이 탄생하고 발전된 이래 사람들의 생각은 발전하고 인문학을 통해 가치를 높여왔다. 따라서 인류 문명의 발자취를 찾아 내고 그 속에서 인간이 살아야 하는 가치, 인간이 영유해야 할 행복, 인간이 느껴야 할 삶의 의미 등을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인문학은 형이상학적이거나 지나치게 어렵거나 멀리 있는 멋있는 존재일 필요가 없다. 그저 내 가까이에서, 삶 속에서 인문학적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 물론 문사철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데는 동의할 수 있으나 여기에 예술,종교,과학등도 포함시켜야 한다. 과학을 인식하는 가치철학도 매우 중요한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한가지 중요한 점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인류 문명학이라고 정의해 보았을 때 인류 문명의 역사를 간과할 수 없다. 예술을 다루더라도 예술의 역사적 기반을 이해하는게 좋다. 철학을 하더라도 그 역사적 변화와 현재의 시사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에 모든 인문학은 역사를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왔던 각 분야의 역사를 모르고서 미래를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경련에서 진행하는 CEO과정에서도 역사CEO 특강을 포함시켜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기업경영자와 역사와의 관련성은 매우 높다. 기업에서는 사철문예종의 역사를 매우 중시한다. 경영은 역사적 리더들의 의사결정과 매우 흡사하다. 전략, 마케팅, 조직 등이 모두 역사에서 유래된 용어다. 기업에 관심이 있고 기업에서 원하는 인문학에 관심을 둔다면 역사에 대한 공부와 이해는 필수다. 하지만 역사도 지나치게 깊이 있는 것은 연구자들의 몫이다. 우리는 넓은 의미에서 통찰적 역사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세계사적 흐름은 무엇인지, 국가간의 경쟁에 있어서 역사적 이유는 무엇인지를 캐내 보는 것도 경영인에게 큰 의미가 있다.

오늘은 인문학은 무엇인가 에 대해서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인문학은 어려운게 아니고 어려울 필요도 없다. 삶 속에서 즐기고 느끼고 나의 삶에서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는게 중요하다.

- 안계환의 역사인문학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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