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질문 같지만, 성(聖)앤드루 십자가 거미(St. Andrew’s Cross spiders)라는 성(性)스러운 이름을 가진 거미의 수컷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교미 후 자신의 그것을 부러뜨려 암컷의 그것을 막는 수컷
이 거미의 암컷은 좌우에 두 개의 질(정확히 말하면 질 비슷하게 생긴 저장소)을 갖고 있는데, 수컷 역시 두 개의 음경(정확히 말하면 음경과 비슷하게 생긴 촉수)을 이용하여, 이곳에 정자를 저장한다.
그런데 일단 암컷과 교미한 수컷은, 그녀가 바람을 피우지 못하게 하려고 – 끔찍하게도 – 음경을 부러뜨려, 그곳을 폐쇄한다. 음경 하나를 잃은 수컷은 나머지 하나로도 교미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상대방 암컷과 짝이 맞아야 한다. 예를 들면 왼쪽 음경만 갖고 있는 수컷은 왼쪽 질이 개방된 암컷과 만나야만 교미를 할 수 있다.
짝이 안 맞거나, 두 개의 질이 모두 막힌 암컷에게 접근한 수컷은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 암컷이 임신했거나 배고픈 경우에는 수컷을 잡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컷의 입장에서는 암컷의 성경험 횟수를 아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페로몬으로 암컷의 성경험 횟수를 알아내는 수컷 거미
그렇다면 수컷은 어떻게 암컷의 성경험 횟수를 알 수 있을까? 이번 주 Behavioral Ecology에 실린 논문에 그 답이 있다. 과학자들은 수컷을 두 개의 거미집 앞에 놓았다. 각각의 거미집에는 한 번과 두 번의 성경험을 가진 암컷이 살고 있었는데, 수컷은 거미줄에 묻은 페로몬을 감지하여, 한 번의 성경험을 가진 암컷을 찾아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적중률은 75~90%였다.)
그러나 거미의 육감(spidey sense)에도 한계는 있었다. 암컷의 성경험 횟수는 정확히 맞출 수 있지만, 한 번의 성경험을 가진 암컷의 경우 어느쪽 질이 비어 있는지(또는 막혀 있는지)는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실험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밝혀졌다. 양쪽 질이 비어 있는 ‘숫처녀’와 만난 수컷은 절대로 두 번 교미하지 않고, 나머지 하나의 음경은 미래의 파트너를 위해 아껴 두는 센스를 보였다. 이것은 성앤드루십자가 거미가 다자간 사랑(polyamory)을 하도록 적응했다는 것을 뜻한다. 참고로, 이 거미가 속한 Argiope속의 다른 종들은 일부일처제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 ㅍㅍ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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