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5일 화요일

집단지성의 실패: 왜 대중혁명은 과대평가되는가

원문: The Unwisdom of Crowds

: Why people-powered revolutions are overrated

우크라이나 키에프에서 있었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잔해와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들은 남아있다. 하나의 국가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전설, 감정, 그리고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들과 함께.

광장에서 투쟁한 이들의 이야기는 언제고 반복되어 읊어질 것이지만, 이것이 시위자들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정반대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곧 ‘피플파워’의 열광이 환영에 불과함을 곧 배울 것이다. 언제가 되었든, 환영은 곧 벗겨지기 마련이다.

대규모 시위가 갖고 있는 감정적인 힘을 부정할 수는 없다. 락 콘서트라든지 대규모 운동경기에 참가하면 함성을 지르는 군중의 일부가 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 수 있다. 18세기부터 철학자들은 대중운동의 환각적인 힘을 묘사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그러나 여느 혁명과 마찬가지로, 거리의 혁명이 성공했다고 하여 그 이후에 맞이할 것들도 성공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68혁명 이후로 우리는 거리의 혁명을 진보와 동일시하곤 했지만 거리의 혁명이 결코 언제나 진보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은 아니며 심지어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리비아와 같은 몇몇 경우에는 부패한 독재를 몰아냈더니 폭력과 정치적 진공상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2004~2005년의 오렌지 혁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혁명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지도자들 또한 그 전임자들처럼 무능하다는 것이 나중에 드러났다. 1979년의 이란의 경우를 보면, 시민혁명은 심지어 극단분자들에게 권력을 주기도 한다.

거리의 혁명은 멋진 사진들을 만들어 내고, 그럴싸한 헤드라인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피플파워’를 민주주의 그 자체로 혼동하곤 한다. 그러나 법원 등의 사법 시스템, 민주주의적 구조, 권리장전 등과 같은 민주주의적 제도를 만드는 것은 길고 지루한 과정이라 외신기자들의 흥미를 전혀 끌지 못한다.

올해 초 튀니지가 새로운 헌법을 비준한 일은 일련의 ‘아랍의 봄’ 사건들 중 가장 중요한 성취였지만, 이를 성취하기 위해 거쳐야 했던 지난한 협상들은 외부자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웠으며 화면빨이 잘 받는 장면들도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피플파워’가 실제 선거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실수이다. 태국과 터키에서, 교육을 잘 받은 중산층들은 민주주의적으로 선출되었지만 점차 부패하고 독재적이 되어가고 있는 지도자들에 대항하여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 지도자들은 선거를 하면 바로 내일이라도 다시 재선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시위가 몇몇 국가들에게 변화를 가져다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변화가 합법적이고 항구적이 될 수 있으려면 결국 유권자들이 이를 지지해야 할 것이다.

혁명 이후의 작업은 혁명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 혁명이 끝나면, 광장에 모인 군중의 응축된 감정은 이제 합법적인 제도로 빠르고 즉각적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집트 혁명이 끝날 때쯤, 시위자들은 타히르 광장을 떠나지를 못했다. 한 시위자는 “이 나라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그가 해야 했던 일은 고향으로 돌아가 이집트 국민들에게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진정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풀뿌리 정당을 구성하는 것이었으리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에 위치한 무역연합빌딩의 타고 남은 잔해 by Amakuha (CC BY-SA)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에 위치한 무역연합빌딩의 타고 남은 잔해 by Amakuha (CC BY-SA)

지난주(이 글은 3월 20일에 발행되었음을 참고) 키에프에서 벌어진 가장 긍정적인 사건은 시위장이 아닌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회의실에서 있었다. 경제학자, 은행가, 국회의원들이 모여 우크라이나와 유사한 극적인 혁명을 겪었던 다른 나라의 정치인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자리였다.

조지아의 전 경제부 장관은 부패와 싸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법을 어긴 사람들을 가둘 ‘감옥’이라고 말했다. 슬로베니아의 정치가는 우크라이나의 새 정부에게 근본적인 개혁을 준비하고 엄청난 인기의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장을 차려입은, 전혀 혁명적으로 보이지 않는 회의장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종류의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무슨 법이 필요한가? 어떠한 규칙을 정해야 하나? 이 변화를 이번에는 진짜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러한 대화는 사진기자들의 흥미를 끌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항구적인 뭔가에 대한 약속을 담고 있다.

혁명 이후의 우크라이나가 성공하느냐의 여부에 러시아의 행동이 미칠 영향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얼마나 빨리 혁명의 로맨스를 잊고, 자발성 대신 엄격함을, 감정 대신 분석을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군중이 주도하던 시기는 이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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