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모알렘 Sharon Moalem
출처: http://www.seehint.com/hint.asp?md=201&no=11419
제1장 철들면 죽는 병
제2장 빙하기를 이겨낸 당뇨병
제3장 콜레스테롤의 딜레마
제4장 말라리아를 부탁해
제5장 세균과 인간
제6장 바이러스의 재발견
제7장 콩 심은 데 팥 나는 사연
제8장 죽어야 사는 생명의 대원칙
인간은 왜 아플까? 왜 어떤 사람은 끔찍한 병에 걸려 단명하는 것일까? 인류를 괴롭히는 수많은 유전병과 당뇨병, 빈혈, 낭포성섬유증 등은 왜 생겼을까? 인간은 질병과 연관이 있는 일부 유전자 때문에 아플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유전자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도 있다. 이것이 파격적인 의학사상가 샤론 모알렘의 주장이다. 인체생리학과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인 신경유전학 및 진화의학 박사인 샤론 모알렘은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유전적 연관성을 발견하는 등, 꿀벌 면역학에서부터 질병의 진화적 이득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 몸의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시작해 태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 모든 생물체가 진화하면서 남긴 유산이다. 그들에게 닥친 온갖 역병, 포식자, 기생충, 지구상의 격변을 이겨낸 조상의 무용담이 유전자 코드 어딘가에 남겨 있다’라고 말하며, 기존 의학계에서 거의 다루지 않은 의문들을 파헤치고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인체생리학, 신경유전학, 진화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샤론 모알렘은 현재 뉴욕 마운트 시나이 의과대학에서 유전과 질병, 난치병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질병은 재앙이 아닌 축복이다!
14세기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흑사병.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죽은 무서운 전염병 속에서 왜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아남았을까? 왜 말라리아에 걸리면 드러눕게 되지만 감기에 걸리면 출근하는 데 지장이 없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에이즈에 면역력이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하고 불필요한 유전자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게 가능할까? 당뇨병은 빙하기를 이기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데…
내 몸을 아프게 하는 유전자, 하지만 그 유전자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독창적 의학 사상가 샤론 모알렘! 질병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날카로운 통찰력, 파격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과학 연구 성과! 재미있게 읽으면서 깨달음을 얻는, 놓쳐서는 안 될 환상적인 인류 진화의 여정!
할아버지는 일흔한 살에 알츠하이머에 걸려 6년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평소 헌혈을 자주 했다. 아예 헌혈 자체를 즐겼다. 피를 뽑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가뿐해진다고 했다. 평소 쑤시고 아픈 것이 헌혈만 하면 싹 가실 뿐 아니라 힘도 솟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고교생으로 호기심이 많았던 지은이는 도서관을 온통 뒤져 그 원인을 찾아봤다. 알고 보니 혈색소침착증이라는 유전병 때문이었다. 몸속에 철분이 쌓여 췌장이나 간 등을 해치는 질병이다. ‘철분 과적’ 현상이다. 그러니 철분이 다량 포함된 혈액을 뽑아내면 개운해질 수밖에. 피를 뽑는 ‘사혈’ 요법이 효과가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은이의 호기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혈색소침착증이 유전병이라면 알츠하이머병도 유전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혈색소침착증과 알츠하이머병이 서로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지은이가 인체생리학·신경유전학·진화유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온, 끈질긴 과학자다. 유전질환은 인류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수퍼박테리아 등 신종 질병도 유전의 특성을 잘 이용해 공격력을 약화한 뒤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이런 배경을 지닌 지은이는 이 책에서 질병과 유전과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그는 우리가 주변에서 늘 보지만 항상 간과해온 문제를 걸고넘어진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유전 과정에선 자연적 선택에 따라 열악한 형질은 도태되고 우세한 것만 대물림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을 힘들게 하는 질병은 유전이 되는 것일까. 지은이는 다윈의 우성 유전론을 화두로 삼고 용맹정진에 나선다. 그 결과 그는 그 이유를 ‘우성’에 대한 사람과 자연의 기준이 서로 다른 데서 찾는다. 사람이 생각하는 우성의 기준은 ‘삶의 질’이지만 자연이 선택하는 기준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설명이다.
예로 당뇨의 경우, 빙하기에는 이를 가진 인간이 추위 속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훨씬 컸기 때문에 그 유전 형질이 지금까지 후손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당뇨에 걸리면 혈액 속에 당이 쌓이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면서 혈액 농도가 높아진다. 그럴 경우 장기적으로 혈관이 파손되고 장기에 손상을 입게 된다. 삶의 질에선 불리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잇점도 있다. 혈액 농도가 높으면 어는 점이 그만큼 낮아져 동사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당뇨 유전 형질을 가진 사람은 추위 속 생존에서는 훨씬 유리한 것이다. 결국 살아있는 모든 것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두 가지 사명에만 매진하게 마련인 모양이다.
또 다른 사례는 흑인에게만 나타나는 유전 질환인 겸상적혈구빈혈증이다. 원래 도넛 모양인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변하는 유전병이다. 빈혈은 물론 황달과 순환장애까지 일으킨다. 이런 고약한 유전병이 후손에게 계속 대물림되는 이유는 생존 때문이다. 이 병을 가진 사람은 말라리아에 강해 아프리카 열대우림 환경 속에서 생존 확률이 높다. 그래서 계속 후손에게 이 형질을 물려줄 수 있게 된다.
지은이의 할아버지를 괴롭혔던 혈색소침착증도 바이킹이 살던 극지방 등 척박한 환경 속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할 때는 생존에 유리하다. 그렇다면, 유전 질환은 인류가 험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을 줬다는 설명도 가능해진다. 달리 표현하면, 죽지 않을 정도의 고난은 그만큼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항생제에 잘 듣지 않는 변종 박테리아 등 다양한 위험이 인간을 힘들게 한다. 이를 헤쳐나가려면 이 같은 유전방식을 잘 이해하고 응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유전의 특성을 잘 이용해 박테리아의 공격력을 약화한 뒤 함께 공존할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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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받기 위해 적성검사를 실시한다. 이때 적록색맹인 사람중 일부는 면허증을 받지 못한다. 신호등에 쓰이는 녹색과 빨강을 구분하지 못해 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색맹인 사람은 일반인과 색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 그렇다면 색맹인 사람과 일반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를까. 색 구분력이 떨어져 일반인보다 더 적은 색의 세상을 볼까.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색맹인 사람이 정상인보다 색을 ‘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본다는 연구결과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12월 최신호에 발표했다. 색은 적색, 녹색, 청색을 받아들이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를 통해 인지된다. 적록색맹인 사람들은 녹색을 인지하는 원추세포가 적색과 가까운 파장의 빛을 인지하도록 변형돼 적색과 녹색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적록색맹에 관련된 유전자는 X염색체에 존재하며 적록색맹 중 녹색약'이 6%이다. 이들 연구팀은 변형된 원추세포가 인식하는 빛의 파장을 계산해서 적록색맹인 사람에게는 구별되지만 정상인에게는 같게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영역의 색, 즉 녹색계통의 색을 보여주고 색을 구별할 수 있는 지 실험했다. 예상대로 적록색맹인 사람들은 이 색의 차이를 쉽게 식별하는 반면 정상인은 똑같은 녹색으로 보았다. 정상인이 볼 수 없는 색을 적록색맹인 사람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존 몰론 교수는 “2차 세계대전 때 색맹인 사람들이 적군의 위장을 알아채는데 탁월했다는 속설이 있었다. 이번 연구가 이를 증명한 셈이다”고 말했다. 나뭇잎 등 주변 배경과 비슷하게 보이는 위장색은 보통사람에게는 잘 안보이지만 적록색맹인 사람에게는 좀더 뚜렷하게 보인 듯 싶다. 색맹은 인류의 진화에서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 농업사회에 이르기 전에 인류는 긴 시간동안 고기와 나무열매를 주식으로 삼았다. 적록색맹인 사람은 빨갛게 익은 열매를 발견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따라서 적록색맹의 유전자는 도태됐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에도 높은 빈도의 적록색맹 유전자가 남아있다는 사실은 색맹으로 발생하는 손해를 충당할만한 이점을 지니고 있음을 추론케 한다. 진화는 이익과 손해의 중간점에서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예가 겸상적혈구 빈혈증이다. 겸상적혈구 빈혈증은 헤모글로빈 유전자의 변이로 산소가 부족할 때 낫모양으로 일그러지는 적혈구를 만드는 유전병이다. 이 유전자는 열성이기 때문에 부모 한 쪽에서라도 정상 유전자를 받으면 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쌍 전체가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겸상적혈구 빈혈증의 여러 가지 증상으로 인해 수명이 단축된다. 이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유전자는 미국의 흑인 열명 중 한명이 보유하고 있고, 600명 중 한명이 겸상적혈구 빈혈증으로 고통 받는다. 그런데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겸상적혈구 빈혈증이 도태되지 않고 남아 있을까. 1940년대에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가 도태되지 않는 이유가 말라리아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상 유전자만을 가진 사람에 비해 이 유전자를 하나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말라리아 저항성이 강하다. 따라서 말라리아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는 겸상적혈구 유전자 보유자가 손해를 충당할만한 이점을 갖는다.
최근에 알려진 또다른 예는 혀다. TAS2R16 유전자는 식물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생산하는 독소인 베타-글루코피라노사이드에 대해 쓴 맛을 느끼게 하는 미각수용체를 만들어낸다. TAS2R16 유전자는 두가지 형태가 존재하는데 새로운 형태의 유전자가 원시형보다 쓴맛을 더 강하게 느끼도록 한다. 과학자들은 과거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기 직전에 새로운 형태가 생겨나 확산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류가 낯선 지역으로 이동하면 처음 만나는 식물을 먹게 된다. 이때 쓴 맛을 통해 독이 있음을 경고하는 유전자가 생존에 유리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시형의 유전자가 아직도 높은 빈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과 일치했다. 과학자들은 독소를 약하게 느껴 독소를 더 많이 섭취하면 말라리아 저항성이 강화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두가지 형태의 TAS2R16 유전자는 음식물의 독소와 말라리아라는 두 가지의 위협 속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색맹 유전자의 역사에는 겸상 적혈구 유전자와 TAS2R16 유전자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보다 더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모른다. 색맹 원시인은 사냥터에서 선봉장이 돼 가장 먼저 사냥감을 발견하고 진두지휘를 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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