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7일 목요일

스파게티 소스에 관하여(2004년)


저는 지금 어떤 분에 대해 말씀드릴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지난 20년동안 미국인을 이분만큼이나 행복하게 했던 분도 드물거예요. 하워드 모스코위츠 씨입니다. 스파게티 소스를 재발견하신 분이예요. 직업은 정신물리학자입니다. 그게 뭔지는 사실 저도 전혀 모릅니다. 제가 알기로는 정신물리학은 인간의 정신을 측정하는 학문이고, 하워드도 측정하는 데 아주 관심이 많았어요. 하버드에서 박사를 딴 그는 뉴욕 화이트 플레인즈 지역에 기업을 위한 작은 컨설팅 회사를 세웁니다.

70년대 초반에 그의 초창기 고객사 중 하나가 펩시였습니다. 펩시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아스파탐'이라는 달콤하면서도 열량이 작은 물질이 있는데, 이걸로 다이어트 펩시를 만들까 합니다. 함량을 고민중이에요.' 굉장히 직설적이고 쉬운 질문이죠. 펩시는 아예 대놓고 '8~12%사이에서 고민중입니다. 8%이하는 싱겁고, 12%이상은 너무 달거든요'라고 물었습니다.

만약 제가 이질문을 여러분에게 한다면 모두들 간단하게 답하실 겁니다. 실험이죠. 아스파탐 함량을 8%에서부터 12%까지 등급별로 세분화하여 수천명에게 테스트한 후 선호도를 조사하고 그래프로 나타냅니다. 그중 삐쭉 튀어나온 가장 인기 있는 함량을 고르면 되죠. 정말 간단합니다. 하워드도 동일하게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삐쭉 튀어나올 것으로 예상한 종형곡선(bell curve)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과에는 전혀 일관성이 없었어요. 측정할때마다 값이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식품업계 관계자들도  이 데이터를 보고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적정한 콜라 농도를 알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물론 실험이 잘못됐을 수도 있구요. 펩시는 그간의 경험으로 그량 10%중간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달리 하워드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왜 이해할 수 없는 데이터가 나왔을까? 그러던 중 그는 어떤 식당에서 네스카페가 의뢰한 일을 생각하던 차에 번뜩이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질문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었죠, 즉, 완벽한 펩시(pepsi)가 아니라 결과는 말그대로 다양하게(pspsis)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못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발견이었으며 이후 식품시장 마케팅을 변화시킨 엄청난 변혁의 시발점이었습니다.

하워드는 당장 펩시사에게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완벽한 펩시를 찾으려고 했죠? 틀렸어요! 완벽한 펩시는 여러 개일수 있어요!” 여러분이 펩시의 임원이라면 뭐라고 했겠습니까? “그래서요? 어쩌자는 겁니까?” 하워드는 자신의 통찰을 사람들에게 말해주려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습니다. 마침네 그와 이야기가 통한 블래식 피클이란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정확히 펩시와 똑같이 물었죠 “하워드 씨 우리는 완벽한 피클을 만들고 싶습니다.” 하워드는 물론 “완벽한 피클은 하나가 아닙니다 여러 개예요. 지금 있는 피클을 개선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전혀 새로운 맛의 피클을 만들어야 해요”라고 답했습니다. 이것이 톡 쏘는 피클의 유래입니다.

다음 고객은 캠벨 스프 회사였습니다. 80년대 초반 캠벨 사는 라구에 대항할 프레고 라는 스프를 만들었습니다. 라구는 70~80년대를 주름잡던 스파게티 소스 브랜드인데 사실 품질로만 따지자면 프레고가 라구보다 좋은 토마토 소스입니다. 사용한 토마토 반죽도 훨씬 좋고, 양념의 혼합률도 뛰어나서 파스타와 잘 아울립니다. 두 회사의 소스를 스파게티가 담긴 그릇에 부었을 때 라구 소스는 바닥에 고였고 프레고는 스파게티 위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프레고는 고전을 면치 못했고 하워드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워드는 캠벨의 요리사와 함께 45가지의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익숙한 것부터 말도 안되는 것까지 다양한 소스를 창조해냈습니다. 단맛, 짠맛, 톡쏘는 맛, 신맛, 토마토 덩어리의 크기 정도에 따라서 그리고 길거리로 나갔습니다. 뉴욕, LA, 잭슨빌, 등등 그리고 사람들에게 맛보고 평가하게 했습니다. 여러달에 걸친 실험결과 미국인의 스파게티 소스 선호도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인기있는 소스를 찾았을까요? 아뇨! 하워드는 그런게 없다는 걸 알고 있었죠. 대신에 그는 특징에 따라 사람들의 선호도 데이터를 그룹지어보고자 했습니다. 결과 세그룹으로 나눠졌습니다. 맵고 강한 맛을 좋아하는 그룹, 평범한 것을 선호하는 그룹, 그리고 과육 덩어리가 많은 것을 선호하는 그룹이었습니다. 그중 세번째 그룹이 가장 의미있었습니다. 왜냐면 1980년데 슈퍼마켓에는 과육덩어리가 많은 스파게티 소스는 없었거든요. 프레고는 하워드에게 “아니 덩어리가 많이 든 스파게티 소스를 원하는 사람이 1/3이나 되는데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직 없다는 건가요?” 프레고는 완전히 새로운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덩어리가 든 제품군을 출시했고 이 제품들은 순식간에 미국 스파게티 소스 시장을 평정하게 됩니다. 그 후 10년간 덩어리 소스는 60억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업계는 이 사건을 목격하고 뭔가를 깨닭게 됩니다. 이 사건이 7종의 식초과 14종의 머스터드, 71종이 올리브유에 대한 선택권이 생긴 발단입니다. 나중에는 경쟁사인 라구에서도 하워드를 고용했습니다. 오늘날 큰 슈퍼마켓에 가면 36개나 되는 라구 제품이 팔리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총 6개의 그룹으로 나뉩니다. 치즈맛, 가벼운 맛, 감칠맛, 기름진 맛, 전통적인 맛, 덩어리가 많은 제품(!)까지.

이게 하워드가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허워드는 기업이 고객에 대해 생각하는 생각 근본을 바꿨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뭘 먹고 싶어하는지 당연히 그 사람에게 물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레고와 라구도 마찬가지로 생각했죠. 모니터 그룹을 모으고 “어떤 스파게티 소스를 원하시나요? 여러분이 선호하는 것을 알려주세요”, 20~30년동안 모니터 그룹 중에 덩어리가 많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실제 미국인의 1/3이 그걸 원했는데도 말이죠. 사람들은 사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도 모른다는 겁니다. 이상하죠? 제가 만약 여기 계신 분들에게 어떤 커피를 원하시냐고 묻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깊고 진하며 풍부한 맛을 원한다”고 말할겁니다. 실제로 여러분 중 몇 퍼센트가 깊고 진하며 풍부한 맛의 커피를 원할까요? 하워드에 따르면 25%전후라고 합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우유가 든 연한커피를 좋아한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어떤 커피를 원하냐고 물었을 때 “우유가 든 연한 커피가 좋아요”라고 대답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워드의 또다른 업적은 우리가 고객 세그멘테이션이라는 특성을 일깨워줬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1980년대의 식품업계사고와는 상반된 것입니다. 당시 소스업계는 머스타드 소스에 사로잡혀있었습니다. 일반 머스터드는 8온스 병에 1.5달러를 받는 대신에 포장만 고급스럽게 바꾸고 먹으면 부유해진다는 느낌을 주는 광고를 하는 네덜란드 식은 4달러를 받기도 했죠. 식품업계는 당연히 사람들이 좀 더 비싸고 열망할만한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만족하고 있는 현재의 제품을 떠나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죠. 좀 더 세련되고 교양있고 의미있는 머스터드 말입니다. 그런데 하워드는 이게 틀렸다고 말합니다. 머스터드나 토마토 소스 세계에 위계질서 따위는 없으며 모두 수평적인 군집(segmentation)으로 나눠져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위계가 높은 것도 낮은 것도 없으며 사람들은 단지 서로 다른 입맛의 여러 머스터드를 원한다는 것이죠. 맛에 대한 사고를 민주화시킨 것입니다. 100명의 사람에게 한가지 커피를 주고 100점 만점에 점수를 메기라고 한다면 60점 넘기기가 힘듦니다. 그러나 4개의 유사한 선호를 가진 그룹으로 나눠서 그에 맞는 4가지 커피를 제공하면 점수가 78점까지 올라갑니다. 이는 커피를 먹고 나서 기분이 그저 그러하냐와 아주 괜찮느냐를 구분할 만한 수준입니다.

하워드의 마지막 업적은 이상한 음식이라는 개념에 맞섰다는 것입니다. 식품업게는 어떤 요리던 완벽한 하나의 요리법이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요리사의 조리법에 대해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요리사들은 완벽한 하나의 자신의 요리법에 병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이래야한다는 방식말입니다. 식품회사도 똑같습니다. 토마토 소스의 원조는 이태리입니다. 이태리 토마토 소스 보셨나요? 아주 묽어요. 원조는 묽습니다. 1970년대 라구 제품이 정확히 원조대로 만들었습니다. 스파게티에 부으면 바닥에 가라앉습니다. 원조를 제공하면 사람들이 행복해할거라고 생각한 것이죠. 보편성이라는 과학개념에 따른 이것은 19~20세기 모든 분야를 휩쓸었습니다. 심리학자, 의학자, 경제학자들도 인류의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 규칙에 혈안이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20~30년간 이러한 관념은 변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대한 존중에 그에 따른 소비자의 행복이 늘어난다는 것. 이것은 단순히 스파게티 소스를 개발하고 기업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 말콤 글래드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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