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테틀락(Philip Tetlock) 버클리대학의 심리학교수는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특징이 있고, 랜덤한 과정속에서도 항상 질서를 발견하기를 고집한다"고 말한다.
그는 "전문가의 정치적 판단(Expert Political Judgement)"이란 저서에서 16년간의 연대기를 통해 총 284명의 지정학 전무가들의 예측을 검토한 결과 "전문가들은 어떤 문제에 대한 분석 자체보다는 그 문제에 대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우파든 좌파든 세계에 대한 단일하고 통일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일수록 매우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컸다. 테틀락 교수는 이 같은 사람들을 완고한 방어벽을 갖춘 "고슴도치"라고 부르면서, 이들은 자신에 대해 회의하는 경우가 적고 자신의 견해를 부정하는 증거를 놓치거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그가 "여우"라고 부른 사람들은 "다수의 절충주의적 전통에서 결론을 이끌어 내고, 모호성이나 모순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일부 "고슴도치형 인물"은 그들의 생각이 올바른 것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위대한 지도자나 기업가 혹은 과학자가 되기도 하지만, 여우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딱히 뭐라고 정의하기가 곤란하다.
그린스펀이 바로 그런 "여우"형 인간에 속한다. 그의 모호한 선언과 명확한 태도의 기피는 경제구조의 끊임없는 변화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는 2003년 8월에 "불확실성이야말로 통화정책의 전망(landscape)에서 중요한 특징일 뿐 아니라, 바로 그러한 전망 자체를 결정하는 특징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린스펀과 연준의 절친한 동료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인식론(epistemology)", 즉 어떤 것이 알려져 있는지 혹은 알려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과연 인식할 수 없는 것인지 여부를 규명하는 과학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2004년에 그린스펀은 경제예측 전문가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것들은 기업의 재고가 제로 수준 이하로 떨어질 수 없다는 정도의 매우 상식적인 것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도 이 정도가 자신이 예측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는 전부일 듯 하다고 말했다.
앞서 테틀락 교수는 여우형 인물들은 위대한 예측가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1987년 그린스펀은 인준 청문회에서 상원의원들이 왜 그의 전망이나 투자실적이 시장의 평균수준을 밑도는지 질문하자 "내가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지점 외에서의 경력은 좀 더 성공적이었다는 사실 밖에 없다"고 대답한 바 있다.
결국 테틀락 교수는 여우형 인간이 고슴도치형 인간에 비해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점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대공황이나 70년대 인플레이션 대란대신에 경기침체를 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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