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미국의 케네디 정부는 미국에 망명한 쿠바인 3천명을 쿠바의 피그만에 상륙시켜 카스트로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 그러나 상륙한 3천명 대부분은 현장에서 사살되거나 체포되었다. 당시 각료 회의에 참석했던 안보 보좌관에 따르면, 상륙 지점과 집결지 간에 펼쳐져 있던 광활한 늪지가 고려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은 계획이었지만, 각료 회의에서 그 계획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제니스 (Janis)를 비롯한 학자들은 이런 엉터리 같은 계획이 아무런 반대없이 실행된 것은 바로 집단사고의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집단사고란 의견의 일치를 이루어내려는 유형/무형의 압력 때문에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집단사고는 기업에서도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해서 관심을 끌어 왔다. 특히 최고 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은 언제나 케네디 정부와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
집단사고의 발생 원인은 크게 세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의사결정 집단이 강한 ‘우리(We) 의식’ 속에 쌓여 있을수록 집단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높아진다.
둘째, 권위주의적 리더가 존재할 때 집단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높아진다.
셋째, 집단사고는 의사결정의 중요도가 높을수록,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심할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집단사고의 대처 방안
한국의 기업들은 인화, 단결이 강조되고 이견의 표출이 부정적으로 취급되는 집단주의적 문화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권위적인 리더십이 주로 발휘되는 체제이다. 따라서 집단사고의 위험이 높은 만큼 그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제안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특정 의견에 대해 지나친 선호나 기대를 표시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리더는 이미 결정된 안을 가지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떠보지 말아야 한다.
둘째, 다각도에서 의사결정의 질을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제도적 장치의 예로는 한 명 이상의 구성원에게 ‘건설적인 비판자(Devil's Advocate)’ 역할을 부여하거나, 전체 집단을 여러 하위 집단으로 나누어 토론하게 하거나, 의사결정에 외부 인사를 참여하게 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 집단의 모든 구성원들이 집단사고를 경계하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단사고의 원인과 징후, 결과에 대해서 집단 구성원들이 숙지하도록 하고, 일단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늘 다시 점검해서 생각해보는 자세를 갖추도록 교육되어야 한다.
잘못된 의사결정에 빠지는 5가지 함정
함정 1 : 눈으로 보는 것만이 현실이다
이런 함정에 빠질 경우, 현재 자신이 생각하는 틀 내에서 항상 보던 방식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의 고착화’가 발생하게 된다. 즉, 시장, 경쟁사 등 사업 환경을 전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좁은 시야에서 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된다. 또한, 과거의 패턴이나 추세에 입각하여 현실을 바라보며, 이미 자기에게 익숙한 과거의 대응 방식만을 선택하기도 한다.
1800년대 중반에 설립된 Western Union사은 송금 업무 전문 기업으로 기술과 규모에 따른 진입 장벽의 이점으로 1960년대까지 엄청난 수익을 내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텔렉스, 팩스, 일일 배달 등 대체재 산업이 등장하였지만, 동사의 경영진들은 자사의 독점적 지위를 허물어뜨린 전신 사업에 진입한 기업들과의 경쟁에 더욱 신경을 썼다. 그러는 동안에, 대체재 성격의 산업들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1980년대에는 현금 유동성이 악화되는 등 기업 상황이 어려워져 결국 1987년 도산하였다.
한편, 이러한 현재에 국한하지 않고 폭 넓은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여 성공한 기업도 있다. 제과용 빵의 소다(Soda)를 만드는 Arm & Hammer사은 누가 보더라도 시장이 점차 줄어드는 사양 산업이었다. 그러나, 소다가 먼지 흡수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 이후, 동사는 세제, 카펫 클리너, 치약, 세수 용품 등 다양한 제품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새로운 사업 성장기를 맞이하였다.
함정 2 : 결정한 것은 끝까지 성공시켜야 한다
두 번째 함정은 이미 지나간 과거 의사결정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다. 비록 그것이 안 좋은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포기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투자나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미련을 갖게 되는 경우이다. 문제는 이런 과거에 대한 집착이 현재, 또는 미래의 전략적 방향 설정 및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는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심리에 있다. 자기 실수를 인정하고 포기할 경우, 주위의 비난은 물론 스스로 자존심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즉, 자존심과 체면을 지키기 위해 잘못된 결정인 줄 알면서도 계속 진행해 가는 것이다.
때로는, 조직 분위기가 의사결정자의 과거에 대한 집착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실패에 대한 용서가 전혀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잘못을 은폐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많이 할 것이다. 그 결과, 실제 중요한 정보가 왜곡되고 불필요한 자원이 투입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함정은 과거 지속적으로 순탄하게 성장해 오거나 이미 많은 성공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명성을 얻는 사람들이 쉽게 빠질 수 있다.
Quaker사의 회장인 William Smithburg은 Snapple이라는 브랜드를 더욱 성장시킬 목적으로 Snapple이라는 청량 음료 회사를 인수하였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Snapple의 매출은 날로 떨어져 갔다. 회장은 자신의 판단이 적절했음을 보이기 위해 새로운 포장과 라벨, 광고를 위해 더욱 막대한 돈을 퍼부었으며, Snapple 브랜드를 포기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임원들은 누구든 해고하였다. 2년이 지난 후 Quaker사는 결국 Snapple사를 다시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함정 3 : 과거 자료나 추세만을 중시한다
사람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생각이 옳은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프레임)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막연하거나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기준점은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주고 판단의 척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런 것들에 너무 집착할 경우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흐를 수 있다. 기준점으로 많이 활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과거의 자료나 추세를 통한 미래 예측이다. 예컨대, 마케팅/생산 계획, 연간 예산 계획을 수립하는 보고서들을 보면, 항상 처음에 나오는 것이 바로 과거의 매출, 성장률, 수익성 등 추세와 관련된 자료들이다. 이러한 자료들은 경기를 예측하거나 향후 경영 여건을 가늠하는 데에는 상당 부분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문제는 주어진 기준이나 프레임 외의 다른 요인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기준이 정말 옳은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사고보다는 기준에 의한 의사결정 그 자체만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다면 보다 중요한 요인들을 간과하거나 창의적이고 혁신적 사고를 저해할 수 있다.
함정 4 : 늘 하던 대로 자신에게 편한 방식을 고수한다
새로운 것을 찾기 보다는 늘 하던 대로 자기에게 편한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함정은 장기간 동안 어느 한 분야에만 몸 담았던 사람들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이들은 다양한 주장이나 관점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신이 이미 머리 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틀에 맞는 자료나 정보만 선별하여 흡수하며, 새로운 결정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참신한 것의 도입을 꺼려 한다.
Polaroid사는 탁월한 사진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R&D 회사이었다. 그러나, 너무 강한 R&D 회사라는 가치관은 기업 전체의 의사결정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개발된 제품을 효과적으로 생산, 판매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이나 자금 조달 등과 같이 다른 부문도 충분히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내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R&D를 투자의 우선 순위로 삼았다. 시장, 경쟁사, 고객의 변화나 추세는 그다지 중요한 점이 아니었다. 그 결과, 점차 매출이 감소하고 자금이 원활히 흐르지 않게 되어 서서히 기업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함정 5 : 나의 능력을 믿는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대 평가도 의사결정 실패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보통, ‘이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 회사의 현 위치를 보면, 달성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전형적인 예이다. 자신이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특성이 있으며, 아주 작은 확률을 가지고 있는 상황은 거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한다. 이러한 함정은 과거의 성공 체험에 익숙하거나 시장에서 선도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게서 자주 발생하게 된다.
McDonald사는 90년대 초반까지 생산 과정의 표준화를 통해 최대한 신속하게 제품을 만드는 것을 주된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고객들의 요구는 변해가고 있었다. 다양한 메뉴를 고르고 싶어 했고, 보다 영양가 있는 다양한 제품을 먹고 싶어 했다. 이러한 틈새를 노리고, Burger King, Taco Bell 등의 회사가 신규 제품을 들고 시장에 들어왔다. 그러나 McDonald사는 전통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표준화된 대량 생산 방식으로 신규 경쟁자를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결국 고객들이 외면하게 되었고, 이에 동사는 곧바로 Mc Pizza, McLean, Arch Deluxe 등 신제품을 출시하였으나, 다시금 소비자를 사로 잡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성공적 의사결정을 위한 포인트
포인트 1 :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을 옆에 두어라
경영진이 다양한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경영진 주위의 사람을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경영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해 지고 정보가 훨씬 다양화 되면서, 특정한 사람이 모든 사업 사안에 대해 깊이 알고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게 되었다. 따라서, 경영진에게 다양하고 신선한 정보를 제공하고 균형된 시각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배경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주위에 포진 시켜 두어야 한다. 예컨대, Yahoo의 설립자인 Jerry Yang과 David Filo는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데에는 남다른 능력이 있었으나, 경영자로서는 역량이 부족함을 느꼈다. 이에, 그들은 탁월한 경영 능력을 지닌 Timothy Koogle을 CEO로, 마케팅 지식을 지닌 Jeffry Mallet을 COO로 영입하는 등 다양한 기능적 전문성을 보유한 사람으로 경영진을 구성하여 의사결정의 질을 높였다고 한다.
또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서 자신과 성격이나 스타일이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흔히, 자신의 후계자를 지목하거나 팀원을 선발할 때,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선발하려는 경향이 많이 있다. 실력이나 자질보다는 성격, 가치관, 태도 등에 있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함께 일하기에 심리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지나칠 경우, 생각과 관점의 다양성이 부족해 질 수 있다. 예컨대, GE의 전 회장인 Reginald Jones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으나, 자신의 후계자로서 다소 무례하고 거침없고 논쟁을 좋아하는 Jack Welch를 후계자로 지목한 바 있다. 그의 결정은 오늘날 GE가 초일류 기업으로 부활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포인트 2 :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라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철저히 현실에 기반을 두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대내/외적 환경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낙관적/이상론적 사고에 의해 의사결정을 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작다 하더라도,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최대한 다양한 루트(Root)를 통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여러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냉철하게 결정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Upjohn사와는 달리, Abbott Labs사는 더 이상 최고의 제약회사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대신 최고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영양제, 진단 장비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여 집중하였다. 그 결과, 1974년 이후 15년간 지속적 성장하였으며 시장수익률의 4배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포인트 3 : 가치 있는 실수는 과감히 포용하라
Cisco Systems사의 John Chambers 회장은 ‘실패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로부터 배우지 않는 사람에게 줄 자리는 없다’고 말하면서, 실패 자체보다는 실패로부터 학습하지 않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가치 있는 실수에 대해서는 충분히 배려하고 포용해야 한다. 잘못된 결정에 대한 비판과 문책만을 앞세울 경우, 거짓된 정보와 헛된 기대감에 휩싸여 더욱 왜곡된 의사결정을 초래할 수 있다. Boeing사에는 이러한 실패로부터 배우는 문화가 잘 조성되어 있다. ‘Project Homework’라는 진단 팀을 구성하여 과거 실패한 프로젝트나 결함이 많은 기종들의 개발 과정을 철저히 분석하여 제품 생산 역량을 높여가고 있는데, 가장 성공적인 기종인 757, 767기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라고 한다.
포인트 4 : 현장에서 정보를 얻어라
의사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결정 사안과 관련된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사실(Fact)에 기초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머리 속에 있는 가설적 추론에 의존한 결정은 실제 원하는 결과와 많은 괴리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토론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통 경영진은 최종 보고서를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그러한 최종 보고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수많은 논의와 현실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 따라서, 경영진이 보고서를 만드는 팀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의사결정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포인트 5 :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의사결정은 결국 자신에게 얼마나 정직하고 진솔하게 대하는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얻어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자신의 과오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장/단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감성적 역량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정직하게 대하지 못하게 된다. 자기를 아는 사람만이 타인의 의견과 관점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으며,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특히,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숨기기 보다는 솔직히 인정하고 더 큰 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로부터 학습을 통해 의사결정 능력을 개발하는 노력을 부단히 기울여야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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