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2일 토요일

조훈현과 이창호

기자 : 이창호를 처음부터 재목이라고 생각하고 제자로 받아들이신 건가요?

조훈현 : 아니요. 처음에는 ‘계륵’으로 생각했어요. 뭔가 아쉬운,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그런 정도로 보였어요. 한데 이렇게 잘할 줄 몰랐죠. 어린 나이에 성실했어요. 창호는 '안의 천재'가 아니라 '밖에서 보이는 천재'죠.

기자 : 어떤 의미인가요?

조훈현 : 능력 만큼의 성실성 같은 것이죠. 이창호가 프로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초반에 유리한 바둑에서도 대마를 노리거나 큰 집 차이로 이기려 하지 않고 작은 집 차이로 이기는 승부를 많이 했죠. 혹시 어떤 연유로든 큰 집 차이 승부를 못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을 했습니다. 

창호에게 ‘왜 그 수를 안 뒀느냐’고 물어봤더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큰 집 승부를 하려면 대마를 잡아야 하는데 대마를 잡기 위해 준동하다간 상대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대마를 살려주는 대신 다른 곳에서 차근차근 대가를 치르게 하면 작은 집 차이로 확실하게 이길 수 있습니다."


(이창호의 이러한 착실한 기풍을 가장 이상적으로 물려받은 기사는 알파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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