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6일 일요일

교육의 생산성 증대효과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교욱이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처럼 보이지만 이 상식에 반하는 증거들이 너무나 많다.

1960년 타이완의 문맹률은 46%, 필리핀의 문맹률은 26%였다. 그러나 타이완은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인 반면 필리핀은 그렇지 못했다. 1960년에 필리핀의 1인당 국민소득은 타이완의 122달러에 비해 두배가까운 200달러였지만 지금은 대만이 필리핀의 10배에 달한다. 같은 시기 한국은 문맹률은 29%로 필리핀과 비슷했지만 아르헨티나의 9%보다는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르헨티나보다 빨리 성장해서 1960년에 아르헨티나의 1/6에 불과하던 국민소득이 현재는 3배 가까이 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관찰된다. 1980년에서 2004년 사이에 이 지역 문맹률은 60%에서 39%로 낮아졌지만 같은기간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매년 0.3%가 감소했다. 세계은행에서 근무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를 가르치는 랜트 피릿쳇 교수는 "교육은 전부 어디로 가라져 버렸는가?"라는 제목으로 200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교육 수준이 높아진다고 해서 경제 성장이 촉진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우리가 공립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일반 상식이나 교양을 높여줄지언정 국가의 생산성 향상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한 국가의 수학성적과 경제 실적은 관련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 미국, 노르웨이, 그리고 대부분의 유럽국가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아시아는 물론 훨씬 못하는 동유럽 아이들보다 떨어진다.

교육 수준이 훨씬 높은 대학이상의 고등 교육이 생산성 발달에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할수도 있다. 그러나 스위스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스위스의 대학 진학률은 선진국중 최저인데 1996년 스위스의 대학진학률은 OECD평균인 34%의 절반도 안되는 16%에 불과했다. 이후 많이 높아져서 2007년에는 47%까지 상승했지만 여전히 선진국중에서는 가장 낮다. 스위스 대학의 질이 미국이나 핀란드보다 훨씬 우수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스위스는 어떻게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생산성을 기록하는 나라가 되었는가?

기초 교육 뿐 아니라 고등 교육까지도 한 나라의 번영에 크게 이바지하지 못한다면 경제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역할을 심각하게 재고해봐야한다. 교육에 대한 집착으로 건전하지 못한 학력 인플레가 생기고 그 결과 많은 나라에서 교육에 대규모 투자가 일어난다. 대학 진학률이 높다고 해서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이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착각을 해서는 안된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구성원 개인의 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각 개인을 잘 아울러서 높은 생산성을 지닌 집단으로 조직화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런 조직화의 결과는 보잉이나 폭스바겐과 같은 거대 기업일 수도 있고 스위스와 이탈리아에 많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일 수도 있다. 이런 기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리스크 감수를 장려하는 일련의 제도가 필요하다.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며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장기적인 투자를 촉진하는 금융시스템, 제대로 된 파산법으로 자본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복지제도, 연구개발과 노동자 훈련에 대한 공공 보조금과 규제정책 등이 필요한 것이다.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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