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7일 목요일

왓츠 앱, 페이스 북

개인적으로는 처음 온라인 통신을 했던 것이 1995년이니까, 벌써 球歷이 얼추 20년은 되어간다. 가장 초기적인 SNS 형태부터 경험했던 셈이다. 한국만 놓고 보자면, 그 뒤로 온갖사이트들이 들불처럼 번지다 사라져갔다. 그 중에는 열렬한, 충성스러운 독자층을 가진 사이트들도 많았다. 그러나 모두의 공통점이라면,

(1) 어떤 형태로 발을 맞춰나가든지 간에 재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소통형태를 계속 포괄할 수는 없다. 이야기 방식은 너무 빨리 바뀌며, 늘 새로운 것이 등장한다. 인터넷 이후의 인간의 의식은 차별화에 목숨을 걸고 있기 때문에 불과 몇년 사이의 집중과 분산의 속도는 과거의 수백년에 해당할 만큼 빠르다.

(2) 한국에서는 어떤 사이트도 유료화로는 성공한 적이 없다. 아무리 열성적인, 중독된 독자라고 할지라도 유료화 앞에서는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특수한 경제 집단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한, 유료화는 불가능한 모델이며, 특히 무료화에서 유료화로의 전환은 자살행위에 속한다(I love school을 생각해보자). 따라서 인터넷에서의 소통 방식은 보편적 무료화와 특수적 유료화 사이에서 진동한다.

보편적 무료화의 가장 대표적 모델은 포탈 사이트다. 이들은 소비자(독자)에게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공급자에게서 매출을 얻는다(광고 방식). 반면 이 보편적 공간을 유료화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그것을 public channel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같은 반응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아무도 말할 공간을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하려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담화 행위의 근본적 성격에 위배된다). 물론 이같은 한국의 경험이 해외에서도 모두 통용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본다면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의 타겟 독자층, 수익 모델, 운영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FaceBook이 WhatsApp을 19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도 도대체 190억 달러라는 인수가격 산정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왜냐하면 WhatsApp의 지난해 매출은 2000만 달러였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Sterne Agee의 애널리스트인 아르빈드 바티아와 브렛 스트라우저가 WhatsApp의 사업성을 수치로 제시했다. 일단 이들이 추정한 사업전망부터 보자.

어...그러니까 오는 2023년에는 WhatsApp의 사용자 숫자는 올해는 7억 1900만명으로 늘어나고, 2023년에는 23억 2900만명에 달할 것이다(이들에 따르면). 일일 평균 신규 사용자 증가율은 올해는 0.8%씩 증가하며, 2023년에도 여전히 0.3%씩 증가한다. 전체 사용자들 가운데 유료 독자(paying users)는 올해는 20%에서 2023년에는 70%에 달할 것이며, 유료 독자의 1인당 매출은 올해는 연간 1달러에서 2023년에는 3달러로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영업이익률은 무려, 올해는 50%, 그리고 10년 뒤에는 80%에 달한다. 총매출은 지난해에는 2천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억 4400만 달러, 그리고 2023년에는 48억 9100만 달러가 된다. 이 쯤되면 누워서 떡먹기 장사다. 사업 전망에 비한다면야, 인수가격 190억 달러는 헐 값이다.

잠깐, 아직 유료화하지 않았잖아? 그렇다. 사용자는 가입 첫 해는 무료이며, 둘재 해(그게 올해다)부터 연간 99센트를 지불하게 되어 있다. Apple을 쓰면 10년간 무료다. 2023년에는 사용자수가 23억명이라고? 그렇다. 2023년에는 세계 인구가 80억명쯤에 달할 것이기 때문에 전세계 인구 네 명중의 한 명은 WhatsApp을 쓸 것이다. 유료화하면 독자들이 떨어져나가지 않을까? 연간 1달러인데, 뭐. 껌 값이다. 그 정도야 부담할 것이다. 통신사를 통해 문자 보내는 것보다야 싸지 않은가?

이걸 믿으라고? 주커버그가 믿고, 시장이 믿고 있지 않는가. WhatsApp은 기본적으로 과거 시대의 유물, 즉 유료 메시지 전송 시대의 산물이다. 유료화 계획을 제외하면, 그 운용 방식은 한국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톡과 다르지 않다(기술적 차별성은 거의 없다). 만일 카카오톡을 유료화한다고 하면(예컨대 연간 회비 1000원), 그 결과는 어떨까? 카카오톡은 이 장래가 창창한 수익을 왜 아직 걷어들이지 않고 있을까?(더구나 WhatsApp에는 없는 voice 기능까지 있는데도)한국에서도 Naver의 Line이 (소프트뱅크로부터의) M&A설을 핑계로 건, 아니면 WhatsApp과 동일한 꿈을 꾸고 있어서 건 간에, 주가가 하늘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인간들은 대화화기 위해 돈을 지불하게 될까? 그렇다면, 그것은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일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인간들은 지난 수천년 동안 공짜로 말하기 위해서(free speech) 목숨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 글로벌 모니터, 이공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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