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남보다 좋은 먹이,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밀치고 덤비는
돼지들은 남보다 스트레스도 많아 사는 것이 더 힘들며 이런 삶의 자세는 상당부분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형성된다고 BBC뉴스 인터넷 판이 30일 보도했다.
영국 힐스보로 소재 농업연구소의 니엄 오코넬 등 연구진은 돼지마다 각기 다른
생존 자세와 전략을 추구한다는 사실에 주목, 돼지 우리 주변에 카메라를 설치해 유
년기와 청소년기, 성년기 별로 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돼지들도 사람처럼 정해진 서열을 인정하고 조용히 살려는 부류가 있
는가 하면 계속 높은 서열로 올라가려고 애쓰는 부류가 있다. 후자는 당연히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설명했다.
약하고 숫기가 없는 돼지들은 대결상황을 되도록 피하려고 먹이도 남들이 다 먹
은 뒤까지 기다리며 심지어는 조용히 평화로운 식사를 하기 위해 어두워질 때까지
배고픔을 참고 기다리기까지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높은 서열을 차지하려는 야망에 불타는 돼지는 먹이가 도착하면 제일 먼저
양껏 먹으려고 남들을 밀치고 꽥꽥거리는 등 소란을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놀라
운 것은 이런 부류가 반드시 몸집이 큰 것이 아니고 몸집은 작아도 공격성이 남다르
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런 돼지들은 몸집이 크고 머리도 좋은 타고난 엘리트 그룹에 밀려 고위
서열로 올라가지 못할 것이 뻔한데도 끊임없이 신분상승을 꾀하며 스트레스 가득한
투쟁적인 삶의 방식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공격적인 돼지들의 이런 야망이 타고 난 것인지, 아니면 살면서 형성
된 것인지를 분석하기 위해 어린 돼지들을 관찰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즉 편안한 환경에서 많은 격려를 받으며 자란 `좋은 집안' 출신 돼지들은 공격
성이 훨씬 적은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반면 척박한 환경의 `나쁜 집안'에서 자란 돼
지들은 보다 공격적이고 약자를 들볶는 돼지로 성장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또다시 돼지의 좋은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관찰한 결과 어려서
또래들과 어울려 놀이를 많이 한 그룹이 좋은 사회적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
했다.
오코넬은 "돼지들은 놀이를 통해 다른 동물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자신의 장
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언제 하던 행동을 멈춰야 하는 지를 배운다"며 "이는 사람에
게나 가축에게나 매우 중요한 공부"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밖에도 좋은 환경에서 자란 돼지가 좋은 어미가 돼 이런 성질이 계
속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반사회적인 돼지는 아무리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도 잠깐
누그러들 뿐 결국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반사회적인 행동을 계속한다고 밝혔다.
youngn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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