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6일 일요일

향수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그르누이는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주변의 공기는 더 투명하고 더 순수하고 더 깨끗해졌습니다.
마침내 자유롭게 숨쉴 수 있게 된 것이죠.

그의 코는 더 높고 더 외진 곳, 사람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고독의 극점으로 그를 이끌었습니다. 그르누이는 그곳이 아무 냄새가 없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그곳에는 죽은 돌의 냄새 외에는 아무 냄새도 없었습니다.


이 장소에는 어떤 비밀이 있었죠. 더이상 외부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고, 마침내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온을 느꼈죠.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예민한 코를 자기 스스로에게 갖다 대었습니다. 지금까지 오래동안 살아오면서 한번도 하지 않았던 자기찾기...


그의 옷에서는 모래, 돌, 이끼와 심지어 일주일 전에 먹은 소시지 냄새도 났지만 한가지 냄새는 없었습니다. 그 자신의 냄새였죠. 그르누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냄새가 없다는걸 알았죠. 그는 다른사람에게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무취의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는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것과 같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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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누이는 파리로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세계를 지배하기에 충분한 양의 향수가 그의 손에 있었죠. 그가 마음만 먹으면 왕이 자신의 발에 입맞추게 할 수도 있었고, 교황에게 향수를 뿌린 편지를 보내 자신을 새로운 메시아로 선포하게 만들 수도 있었죠.

그는 돈이나 공포, 심지어 죽음보다 더 큰 힘을 소유한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이끌어낼 수 있었죠. 이 향수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사람은 그것을 만들어 낸 자신뿐이었고, 이 향수의 마법에 걸리지 않는 유일한 사람도 그 자신뿐이었습니다.

그르누이는 오를레앙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냄새에 이끌려 몽유병 환자처럼 걸어서, 그가 태어난 장소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몸에 모든 향수를 뿌렸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순식간에 '장 밥티스트 그르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사람들은 만족감을 느겼습니다. 그들이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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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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