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2일 토요일

사태를 밖에서 냉정하게 바라보기

설사 복통 체중감소 빈혈 등을 일으키는 크론씨병이라는 고통스런 병이 있다. 발병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염증성 장질환 (IBD:Inflammatory Bowel Disease)의 일종으로 선진국에서 많이 발병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팀이 크론병 활동지수(CDAI)가 220∼450인 난치성 환자 29명을 대상으로 돼지편충의 알을 먹이는 임상실험을 했다. 음료에 타서 3주마다 3000개씩 마시게 했다. 3개월뒤 76%인 22명의 활동지수가 150미만으로 떨어졌다. 끝까지 참고 실험을 마친 24명 가운데 21명은 완치됐다. 편충알이 우리 몸 속의 면역체계를 자극해 항체를 만듦으로써 면역계를 안정시킨 덕이라는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몸 속에 촌충을 키워서 영양분을 빨아들이게 만드는 `촌충 다이어트`가 한때 일본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일찌기 '오페라의 여왕' 마리아 칼라스가 1950년대초 체중을 30킬로그램 이상 줄인것도 촌충 다이어트 덕이었다는 설도 있다. 한 의학계 인사는 일본에서는 요즘에도 미용 목적으로 회충알, 내지는 성충을 마시는 일본인들이 있다고 전한다(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은 미인의 기본이라는 인식)
알고 보면 기생충은 개보다도 훨씬 오래된 인간의 친구다. 고고학자들이 사람의 위 속에서 발견해낸 기생충의 흔적은 3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엘 웨인스톡 미국 아이오와대 박사는 "우리의 면역체계는 수백만년동안 기생충에 익숙해져왔지만, 사람들이 기생충을 필요 이상으로 급속히 박멸함으로써 면역체계에도 이상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기생충과 싸울 면역체계가 할 일이 없어지니 과민반응을 보여서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크론씨병이나 아토피 알레르기 같은 원인불명의 병이 기생충이 득실거리는 후진국이 아니라 선진국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도한 청결과 필요이상의 건강 강박증이, 환경오염 스트레스와 더불어 우리의 면역체계를 파괴하고 있다.

국내산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되자 우리 사회는 결벽증으로 인해 기생충 면역력을 잃어버린 인체처럼 `과잉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살충제나 표백제에 담그지 않는한 100% 기생충알이 없는 농산물을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식이라면 `기생충알 상추`, `기생충알 깻잎`, `기생충알 샐러드` 이런 파동과 피해가 계속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오히려 향후에 기생출 알을 없애기 위해 과도한 농약과 소독을 하지 않을런지가 더 불안하다.

사실 구제역, 광우병, 조류독감, 말라카이트 그린, 불량만두 등등 음식 관련 파동 시리즈가 이어질때마다 패닉의 전파속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일부 `음식테러` 수준의 파동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앞뒤 안잰 상태에서 앞다퉈 패닉상태로 접어들곤 했다.

겁에질린 양떼들처럼 사회가 한쪽으로 쏠리다간 필경 다치는 양, 밟혀죽는 양도 나올수 밖에 없다. 개인과 사회의 돈과 에너지가 낭비된다.


패닉과 결벽증을 밖에서 바라볼 수 있는 냉철함...사회와 개인의 부를 지키는 기본이다. 공포속에서 현상을 면밀히 분석하고 용기있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