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6일 일요일

경제는 어디에서 오는가? 설탕섬 실험

조슈아 엡스타인과 로버트 액스텔은 워싱턴의 정챙 씽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1995년 인류가 경제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는지 살펴보기 위한 실험을 실시해보기로 했다.

그들은 전통경제이론에서 가정하는 소비자, 생산자, 기술, 시장, 화폐, 정부, 중앙은행 같은 복잡한 가정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주 초기 원시상태로 돌아가서 경제활동의 체인을 출발시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만을 원했다.

그들은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로 했다. 50X50의 설탕이 있는 지역에 250명의 행위자를 랜덤으로 흩뿌린다. 조건은 다음과 같다.

*설탕더미의 높이는 0~4다. 이지역에는 두개의 설탕봉우리가 있다.
*행위자는 세가지 행동을 할 수 있다. 설탕을 찾고,움직이며,소비한다.
*행위자의 설탕탐색 시각범위는 각기 다르다.(랜덤부여)
*행위자의 설탕소비 물질대사 속도는 각기 다르다.(랜덤부여)
*행위자는 먹은양-소비량중 남는 것을 계좌에 저장한다.
*계좌가 0이되면 행위자는 죽는다.

행위자의 탐색시각이나 물질대사 속도는 일종의 DNA와 같은데 당연히도 시각이 넓을수록, 대사속도가 늦을수록 저축계좌를 쌓기에 유리하다. 행위자는 우연히도 설탕이 많은 비옥한 지대에서 좋은 시야를 보유하여 태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건 순전히 운이다.

시뮬레이션이 시작되면 행위자는 매우 바삐 움직이고 활동을 시작한다. 엡스타인과 액스텔은 각 행위자들의 다양한 통계를 수집하고 기록했다. 이들은 부의 분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지에 관련하여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게임 초기에는 상당히 평등한 사회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분포는 한쪽으로 크게 치우친 형태로 변화한다. 엄청난 부자가 출현하고 상위 계층은 더욱더 부를 축적하며 중간계층은 줄어들고 하위 가난한 계층이 크게 늘어나는 모양새다. 간단한 슈거스케이프 실험도 파레토 법칙을 확인시켜준다.

그렇다면 왜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왜 더 가난해지는가? 이것은 자연의 섭리인가? 즉, 참가자의 유전적 형질과 관련있는가? 아니면 양육때문인가? 즉, 참가자의 태어난 지역의 비옥도와 관련이 있는가?

대답은 `아니오`이다. 애초에 유전적 능력이나 뿌려진 지역은 랜덤하게 주어졌으므로 부의 축적도 비교적 고르게 나타나야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대답은 본질적으로 `모든 것`이다. 편중된 분포와 질서는 시스템의 창발적인 특성이다. 물리적 환경, 유전적 형질, 태어난 지역, 게임의 룰, 그리고 행운 등이 결합되어 편중된 분포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슈거스케이프라는 단순한 모델에서조차 가난과 불평등을 이끄는 인과 관계는 결코 간단치 않다. 한가지 시사점은 사회 불평등이 착취에 의해 비롯됐다는 좌파적인 판단이나 개인적인 게으름이나 어리석음이라는 우파적 판단이 둘다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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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타인 - 부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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