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후작의 등장으로 사디즘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이 근대 유럽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이미 인류역사의 오랜기간동안 인간의 성관계를 규정해왔다.
가부장제하에서 주로 남성은 사디스트 역할을 했고 여성은 사디즘의 대상이 되어왔다. "남자는 여자를 정복하고, 범하고, 물화하고, 여자는 역겨워하면서도 굴복하여 남자에게 맨살을 허용한다"는 섹스관은, 사디스트인 남성이 자신의 환상에 맞추어서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성기나 성행위를 부끄러워한다는 신화도 사디스트인 남자가 여자의 수치심을 보고싶어하기 때문에 지어졌다.
실제로 여성이 성기나 성행위를 남성보다 부끄러워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여자는 부끄러워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성전략상 유리했다. 그러나 그 대가로서 주체와 피주체라는 성행위로 야기되는 수치와 굴역감은 모두 여성에게 떠맡겨지고 있다. 강간이나 매춘은 사디스트만이 할 수 있는 행위다. 이들은 폭력이나 금력으로 여자를 해치우고 싶어하며 그럴때 유독 높은 만족을 얻는다. 그런데 강간이나 매춘으로 인해 부끄러워해야하는 쪽은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경멸되는 쪽은 강간당한 여자와 매춘부이다.
성행위를 수치와 굴욕의 행위로 여겨야했던 여성에게 불감증이 많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근자에 이르러 `성의 해방`이 제창되어 여성이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권리가 주창되는 현상은 바람직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문제는 성관계에서 한쪽이 주체이고 다른쪽이 그 대상이라는 도식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각자는 `우리`라는 공동환상 속으로 전체적 자기를 재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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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뱅이의 정신분석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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