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모든 산업 분야의 생산성은 평균적으로 독일이나 일본보다 높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 높냐 낮냐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문화나 사회구조의 차이에 따라 산업 생산성이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 차이는 매우 의미가 있는데 독일의 맥주산업과 일본의 가공식품 산업을 보고한 맥킨지 연구에서 잘나타난다.
독일의 맥주는 정말 맛있다. 많은 여행객들이 맥주를 마시기 위해 독일로 오고 직접 가져가기도 한다. 그러나 독일의 맥주 산업 생산성은 미국의 43%에 불과하다. 한편, 독일의 금속 가공과 철강 산업은 미국의 생산성과 비슷하다. 산업의 조직화 설비를 완벽히 갖춘 독일의 맥주 생산성은 왜 그리도 낮은가?
소규모 생산을 고집한 독일의 맥주산업은 겉보기와 달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에는 1,000여개의 맥주회사가 있는데 각 양조장은 지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서로 경쟁을 피할 수 있으며 수입경쟁에서도 보호받는다.
반면, 미국에는 연간 230억 리터의 맥주를 생산하는 67개의 거대 맥주 양조장이 있다. 독일보다 양조장수는 16분에 1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은 2배이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적 성향과 독일 정부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맥주를 즐기는 독일인들은 지역상표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사랑하기 때문에 밀러, 쿠어스 같은 국가브랜드가 없다. 생산된 맥주가 양조장 50km근방에서 소비되므로 규모의 경제로 이익을 창출할 수 없다.
게다가 독일 정부는 맥주 순도법을 제정해 외국의 맥주가 독일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독일의 비누나 가전 산업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일본의 가공식품 산업도 매우 재미있는 면을 보여준다. 일본의 산업 효율성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산업의 생산성은 미국의 32%에 불과하다. 인구가 일본의 2배인 미국에는 21,000개의 가공식품사가 있는 반면 일본에는 67,000개가 있다. 즉, 미국의 가공식품 회사는 일본의 그것보다 6배나 규모가 큰 것이다. 여기에도 일본의 지역적 문화와 정부 정책이라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일본인들은 음식의 신선도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일본에서 우유는 생산시점에서 판매까지의 유통기한이 3일에 불과하다. 거리가 멀면 운송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이는 자연적으로 지역독점을 가져온다. 게다가 정부는 검역격리기간 등 여러가지 제한을 두어서 외국산 가공식품의 수입을 방해한다. 이때문에 일본의 식품 제조업체들은 경쟁이 없음으로 해서 효율성을 높이는데 관심을 두지 않게된다. 그 부분적 결과로 일본의 식품물가는 살인적이다. 최상급 소고기는 kg당 400달러고 닭고기는 1kg당 50달러다.
반면 철강, 금속, 자동차, 가전 등에서 일본 기업들은 매우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이 문제는 세계 경제학의 골치아픈 문제와 일맥상통한다. 미국이나 스위스 같은 국가의 1인당 GDP는 과테말라나 말리보다 100배나 많다. 남한과 북한, 이스라엘과 아랍국, 서독과 동독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복합적이긴 하지만 확실한 답 하나는 그러한 불균등이 부분적으로 인간 제도와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총,균,쇠 7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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