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 가톨릭 교회에서 성인(聖人)의 대상자로 천거된 사람을 비판적인 입장에서 조사하던 사람을 가리키는 별칭이다. 성인 후보자에 대해 증거들을 하나하나 의심해 가며 오류나 모순, 심지어 조그마한 결함까지도 들추어내는 임무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 대신 기적과 업적들을 제시하면서 성인으로 이름을 올려야 한다고 청원한 사람이 이른바 '하느님의 옹호자(God's advocate)' 또는 '천사의 옹호자(Angel's advocate)이다. '데블스 애드버킷'은 이름과는 다르게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며 이미 오래전부터 교회 밖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대화나 토론중에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의견의 모순점을 드러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반대의견 등을 제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1961년 피그만 침공 사건과 1962년 소련의 핵기지 건설 사건은 모두 상대가 쿠바였고 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미국 수뇌부도 케네디대통령을 비롯해 거의 동일 인물이었다. 그런데 전자에 대해선 너무나 어리석은 결정이 내려졌고 후자는 이와 정반대였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는 전혀 다른 회의 진행 때문이었다.
큰 차이는 대통령이 일부 회의에 의도적으로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와 선호측면을 제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단순히 따라오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악마의 옹호자'가 등장한 것도 달라진 점이었다.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과 테오도르 소렌슨 보좌관이 이 역할을 수행하며 이슈의 피상적 분석에 따른 실수들을 막기 위해 모든 주장들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 조직이나 사람 - 특히 그 주장에 대해 강력한 신뢰를 가진 경우에는- 은, 시야가 좁아질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자기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가 쉽지가 않다. `악마의 옹호자`는 그래서 필요하다. 누군가가 그의 생각에 반대되는 생각을 말해줌으로써 반대 의견에도 그만큼의 정당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조직의사결정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도 좋은 "악마의 옹호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크다란 행운이라 볼 수 있으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마음이 좁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곧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그런 이들에게 있어 자신의 의견에 사사건건 반대를 말하는 사람이 좋게 보일 리는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악마의 옹호자"와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된다. 그가 반대하는 것이 내가 아니라 나의 의견이라는 점을 믿고, 그가 나를 위해 그런 반대를 표시한다는 점을 믿지 않으면 `악마의 옹호자`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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