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 "두목! 혼자 사는 여자 숱하게 따먹은 그 잡새끼 같은 신(神)이 이름이 거 뭐라했소? 그 양반 이야기는 좀 들어서 아는데, 아마 그 양반도 수염을 염색하고 심장에 문신 새기고 팔뚝에 하트와 화살을 그리고 다녔을 게요. 변신도 곧잘했다고 하던데 어떤때는 황소가 되고, 백조도 되고, 양도, 당나귀도 되었다는군요? 썅,, 화냥년들이 원하는대로 말입니다. 그 신 이름이 뭐였죠?"
카잔차키스: "제우스를 말하는 가보군요. 어쩌다 제우스 생각을 다 하게 되었소?"
조르바: "하나님, 제우스의 영혼을 가엷게 여기주옵소서. 얼마나 고생이 막심했을까. 아주 힘들었을겁니다 두목, 그 양반으로 말하자면 위대한 순교자였어요. 당신은 책에 쓰인 것이면 뭐든 꿀떡꿀떡 들이켜댑니다만 책쓰는 사람들이야 에잇~! 퉤퉷! 기껐해야 샌님들이지! 그런것들은 여자니, 여자꽁무니 쫓는 남자 일을 뭐 알겠어요? 개좆도 모르는 것들!"
카잔차키스: "그럼 조르바 당신이 한번 책을 써보는 게 어때요? 세상의 신비를 우리에게 설명해 주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니요?"
조르바: "못해요. 이유는 간단해요. 나는 당신의 소위 그 '신비'를 살아버리느라고 쓸 시간이 없어요, 전쟁, 술, 계집질, 산투르, 도자기를 살아버렸어요. 그러내 내게 펜대 끄적일 시간일랑 어딪겠어요? 그러니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
카잔차키스: "처음이야기를 합시다. 제우스 이야기는 왜 나왔어요?"
조르바: "아, 그 양반,, 그 양반의 고민을 알아주는 건 나밖에 없습니다. 그 양반 물론 여자 좋아했지요. 그러나 당신네 펜대잡이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그 양반은 여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킨 겁니다. 언젠가 시골 구석을 다니다 이 양반은 욕망과 서방생각으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노처녀, 혹은 아리따운 유부녀를 본거에요. 남편은 없거나 죽거나 멀리 떠나고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 양반은 성호를 척 긋고 변신을 합니다. 여자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러고는 여자 침대로 찾아갑니다.
자기 자신이 녹초가 될 판인데도 최선을 다해주지요. 이 발정난 암말들을 어떻게 일일이 다 만족시켜요? 오, 제우스, 저 가엾은 숫말!
좋아서 그짓 한 것도 아닐 겁니다. 암양을 네댓마리 해치우고 난 숫양 본 적 있어요? 침을 질질 흘리고 눈깔에는 안개와 눈꼽투성입니다. 기침까지 콜록콜록 해대는 꼴을 보면 그거 어디 그대로 자빠져 죽어버릴 기셉니다. 그래요 저 불쌍한 제우스도 그런 고역을 적잖게 치렀을 겝니다.
그리곤 새벽이면 이렇게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을 겁니다. '오 하느님, 언제좀 편이 쉴수 있겠어요? 죽갔습니다.' 이러고는 질질 흐르는 침을 닦았을 겁니다.
그때 문득 또 깊은 한숨 소리가 어디선가 들립니다. 저 아래 지구 위에서 한 여자가 반라에 가까운 잠옷 바람으로 발코니로 나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는 겁니다. 우리 제우스 또 불쌍한 생각이 듭니다. 그는 끙하고 신음을 토해 내면서 '이런 니미 쓰벌~ 또 내려가야하게 생겼네, 신세타령하는 여자가 또 있으니 마땅히 내려가 달래주어야 할 일!'
이런 짓도 오래하다보니 여자들이 제우스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조리 빨아 먹어 버리고 맙니다. 꼼짝도 할 수 없게 된 그는 먹을 것을 토하더니 지체가 마비되어 죽어버립니다. 그의 뒤를 이어 그리스도가 이 땅에 내려옵니다. 그는 제우스의 꼴이 말이 아닌 것을 보고는 가라사대 '여자를 조심할지니~' 하하하하핫!!~"
- 그리스인 조르바 3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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