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핑을 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들과 교류하며 스카이프로 수천마일 떨어진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보험, 휴가,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생필품 가격까지 조회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인터넷은 우리의 생활을 바꿔놓았다.
그러나 인터넷이 생산 분야에서도 그렇게 혁명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일부 사람들의 경우에는 인터넷으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유럽입자물리학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인터넷에 논문을 올리고 전세계 학자들과 교류하고 책의 공동저자들은 이메일을 통해서 서로 의사소통하며 훌륭한 저작을 지어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미래학자들이 흥분하여 강조하는데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생산성이 그다지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인터넷이 생산성에 미치는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었으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우 가 말한바와 같이 "말은 떠들썩하나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인터넷에 비하면 세탁기나 전보가 가져온 효과는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지난 100년사이에 선진국에서 가사 노동자의 비중은 현저히 떨어졌다. 세탁기는 가사노동을 엄청나게 줄여주었다. (물론 피임약의 영향도 있다.) 1940년대 중반 미국농촌전력화사업청의 조사에 따르면 세탁기와 다리미가 도입된 이후 17kg의 빨래를 세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에서 41분으로 줄어들었다. 다리미질 시간도 이전보다 2/5로 줄었다. 유엔 개발프로그램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는 깨끗한 식수를 얻기 위해 가정주부들은 매일 2시간을 소비한다. 상수도 시스템이 가져온 여가시간 증대는 놀라운 것이다. 진공청소기, 식기세척기, 냉장고, 가스레인지, 난방 시스템 모두 비슷한 효과를 가져왔다.
여성의 삶은 완전히 변모했고 훨씬 많은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 참여했다. 미국은 1890년대말까찌만햬또 35~44세 백인 기혼 여성의 일하는 비율은 거의 '0'에 가까웠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80%에 이른다. 일의 질또한 비교가 안된다. 19세기 말 여성 노동자는 대부분 가정부였으나 현재의 여성은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일을 한다.
1866년에 대서양을 잇는 전보서비스가 개통되었을 때 통신 속도는 기존에 비해 1/2500로 단축되었다. 인터넷도 속도 단축에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전보가 가져온 혁명에 비하면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
사실 20세기 초의 세계는 1960년부터 1980년까지에 비해 통신과 운송 부문에서의 기술은 뒤졌을지 몰라도 오히려 세계화는 월등히 진전된 상태였다. 세계화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이지 기술이 아니다. 기술혁명의 환상에 사로잡히면 균형잡힌 시각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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