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나의 아들이여"
하고 그 신부는 내 어깨에다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나는 당신 편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것을 보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알 수가 없을 뿐입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까닭을 할 수없는 내 마음속의 무언가가 폭발해버렸다.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하면서 그에게 욕설을 퍼붓고 기도 따위는 하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신부복의 깃을 움켜쥐었다. 나는 기쁨과 분노가 폭발되어, 내 마음 속을 송두리째 그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너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신념이란 모두 여자의 머리카락 한 올만큼의 가치도 없다. 그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없다. 그러나 나는 빈 손인 것처럼 보이지만 확신이 있다. 나 자신에 대해서, 모든 것에 대해서, 내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다가올 그 죽음에 대해서 신부보다 더 확신이 있다. 맞다. 내게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어쨌든 나는 이 진리가 나를 붙잡고 있는 한은 나도 그 진리를 붙잡고 있다. 나는 옳았고, 지금도 옳다. 그리고 앞으로도 옳을 것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았으나 다른 식으로도 살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일은 하고 저런 일은 하지 않았다.
내가 그 다른 것을 했었을 때는 이런 것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 다음은? 나는 마치 그 순간, 나의 정당함이 인정될 그 새벽의 교수형식을 이제까지 기다리며 살아온 셈이다. 아무것도, 중요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 역시 그 이유를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 부조리한 인생을 계속 살아오는 동안, 내 미래의 심연속에서 아직 다가오지 않은 세월을 가로질러 어떤 숨결을 느꼈는데, 이것은 도중에 내가 살아온 비현실적인 세월 속에서 내게 제공되는 모든 것을 균등화시켜 놓았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이나 어머니의 사랑이 나에게 무슨 중요성이 있는가? 그의 하나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생활, 사람들이 선택하는 숙명, 그와 같은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단 하나의 숙명만이 나 자신을 선택하고, 또 나와 더불어 이 신부처럼 내 형제라고 불리우는 수많은 특권을 지닌 사람들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냐? 그는 이해를 못 할까? 사람들은 모두 특권을 지니고 있다. 특권을 지닌 사람들만이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또한 언젠가는 사형을 당할 것이다. 그도 역시 사형당할 것이다. 살인죄로 기소 당하여, 그가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해서 사형을 당한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살라마노의 개는 그의 아내만큼이나 가치가 있었다. 그 자동인형 같은 작은 여자도, 마송이 결혼한 그 파리 태생의 여자나, 나와 결혼하고 싶어했던 마리와 마찬가지로 죄인인 것이다. 셀레스트는 레이몽보다 훌륭하지만, 그 레이몽이 셀레스트와마찬가지로 나의 친구라고 해서 그것이 무슨 중요성이 있으랴? 마리가 오늘 어느 새로운 뫼르소에게 입술을 준다 한들 그것이 어쨋단 말인가? 도대체 그는 그 자신이 사형수라는 것을 이해할까? 그리고 내 미래의 심연으로부터.....
나는 그 모든 것을 외치면서 숨이 막혔다. 그러나 이미 신부는 내 손에서 떼어지고 간수들이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신부는 그들을 진정시킨 다음 한동안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는 돌아서더니 가버렸다.
- Camus, 이방인, 마지막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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