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5일 수요일

내 인생이 무의미해지길 바랍니까?

판사는 나에게 왜 쓰러진 시체에 계속 총을 쏘았으며 첫번째와 두번째 발사 사이에 왜 지체했었는지 끈질기게 물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붉은 해변이 생각났고 태양의 뜨거움을 이마 위에 느꼈다. 하지만 질문에 답하는 것도 귀찮아졌다. 판사는 두손으로 이마를 쓰다듬으면서 다소 사나운 목소리로 자기의 질문을 반복했지만 나는 여전히 침묵했다.

별안간 그는 일어서더니 사무실 구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서류함 속의 서랍속에서 은 십자가를 하나 꺼내더니 그것을 휘두르면서 내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평소와는 다른 거의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이분이 누구신 줄 아십니까?"
"네 압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그러자 그는 화가나서 빠른 어조로 자기는 하나님을 믿으며 하나님이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죄를 많이 짓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으나, 용서를 받으려는 사람은 우선 회개하는 마음으로 어린애와 같이 정신을 깨끗하게 비워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그의 신념을 말하며 십자가를 흔들어댔다.

나는 솔직히 그의 논지를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우선 너무나도 더운데다 사무실에 큼지막한 파리들이 날아다니면서 내 얼굴에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약간 나를 겁나게 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판사의 하는 짓이 약간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죄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말을 계속했다. 내가 대충 알아들은 바에 의하면, 그는 아까 물어봤던 두번째 총 발사에 왜 지체했는지를 또 물어봤다.

나는 그 의문점에 집착하는 것은 잘못이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내 말을 가로막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완전히 일어서서 나더러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느냐고 물으면서 훈계했다. 나는 믿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분개하며 도로 주저앉았다. 그는 이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누구나 하나님의 얼굴을 대할 수 없는 사람들조차도 신을 믿고 있다고 내게 설교했다. 바로 그것이 자기의 신념이며, 만약 그에 대해서 의심해야 한다면 자기의 인생은 무의미해져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은 나의 인생이 무의미해지길 바랍니까?"

하고 그가 외쳤다. 내 생각에 그것은 나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므로 그에게 그렇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새 그는 책상 너머로 내 코 앞에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을 내밀었다.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나는 말이야, 기독교 신자야. 나는 이분에게 자네의 죄를 사하여 달라고 간구하고 있어. 그런데 어째서 자네는 그리스도가 자네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셨다는 것을 못 믿는 거야?"

나는 그가 나에게 반말을 쓰는 것을 알았지만 이제는 너무 지겨워졌다. 더위가 더 심해졌다. 이야기를 더 듣고싶지 않은 사람에게서 벗어나고 싶을 때 늘 하는 것처럼, 나는 그의 말을 수긍하는 체 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는 의기양양해 하면서,

"거봐, 거봐, 자네도 믿고 있잖아. 이젠 그리스도에게 마음을 바치겠지?"

하고 말했다. 나는 똑똑히 다시 한 번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는 의자에 다시 주저앉고 말핬다. 그는 무척 지친 기색이었다.

"내 앞에 왔던 죄인들은 이 고통의 성상 앞에서 언제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중얼거렸다. 나는 바로 그것은 그 사람들이 죄인들이기 때문이라고 답하려다가 나 또한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내가 적응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Camus, 이방인 제 2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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