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천연자원을 통해서 부자가 된 나라들도 많다.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에 밀, 쇠고기 수출을 통해 한때 세계 5위의 부자나라 대열에 올랐다. 또, 지금도 많은 나라들이 석유 덕분에 부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천연자원으로 부를 유지하려면 매장량이 엄청나야하는데 그런 나라는 드문데다 언젠가는 바닥날 수 있으며 기술의 진보로 자원이 쓸모 없어질 수 있다.(칠레의 초석, 과테말라의 꼬치니아 염료 등)
그에 반해 제조업은 일반적으로 농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생산성이 높고 더 중요한 것으로는 생산성이 훨씬 빠른 속도로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 300백년전의 월폴이나 미국 독립 초기의 알렉산더 해밀턴 등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충고와는 반대로 가난한 나라들은 계획적으로 제조업을 장려해야한다.
물론 현대는 탈공업화 시대인만큼 앞으로는 서비스 업을 성장시켜야한다며 위의 주장을 부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도 같은 경우 아웃소싱의 성공에 자극받아 이런 주장에 공명하게 된 사람들도 있다.
생산성이 높고 생산성 향상의 여지가 상당히 많은 서비스업(금융, 각종 컨설팅, 법률, 의료, IT 지원 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도대체 그러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얼마나 될 수 있단 말인가? 대부분의 다른 서비스업들은 생산성이 낮고 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 향상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미용사나 간호사, 콜센터 직원, 의사, 변호사 등이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트리지 않는 이상 얼마나 효율을 높일 수 있겠는가?
더욱 중요하게는 이렇게 생산성이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는 주요 원천은 대부분 제조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부문이 튼튼하지 않을 경우에는 생산성이 높은 서비스업을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서비스업만으로 부유해진 나라를 볼 수 없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은행업과 관광같은 산업으로 부유해진 스위스가 있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스위스의 제조업이라고 해봐야 뻐꾸기 시계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완전히 오해이다.
스위스는 비밀은행에 예치된 검은돈에 의지해 먹고 사는 나라도 아니고 소 목에 다는 종이나 뻐꾸기 시계 따위의 시시한 기념품을 사들이는 관광수입으로 사는 나라도 아니다. 스위스의 1인당 제조업 생산고는 세계 최고였는데 이는 세계 2위인 일본에 비해 24%나 높고 미국에 비해서는 2.2배, 중국에 비해서는 34배, 인도에 비해서는 156배나 높은 수치다.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한 싱가폴 역시 마찬가지로 대단히 공업화된 나라인데 1인당 제조업 생산고가 한국보다 35%, 미국보다 18%나 높다.
- 나쁜 사마리아인들 3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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