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1일 화요일

듣기와 침묵

스모에는 심(心),기(技),체(體)가 필요하다. 스모는 격투기이므로 신체적 능력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마음(心)은 기(技)나 체(體)에 비해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마음의 중요함은 스모뿐만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강조하고 있다.

스모에는 `시키리`(스모에서 시합장에 오른 양 선수가 서로 호흡을 맞추며 격돌준비를 하는 것)라고 하는 일련의 침묵의 동작이 있다. 서로 노려보며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것이다. 쌍방은 점점 흥분하며 투지를 고양한다. 이때 상대방의 얼굴에서 눈길을 거두면 싸우기도 전에 지는 것과 같다.

`시키리`다음에 `시오`(시합장에 소금을 뿌리는 의식)를 하는데 이때는 긴장을 완화하고 평상심을 되찾는 기회이다. 밖으로 뻗치던 힘을 안으로 담아내는 시간이다. 일련의 동작에는 마음의 태세가 중요하다. 소금을 공중으로 뿌리는 동작이 박력이 없고 매끄럽지 못하면 이 역시 투자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격돌은 쌍방의 기합이 고양되는 순간과 합치한다. 동물의 경우 이 기합싸움에서 지면 그것으로 승부가 갈라진다. 전통 스모에서는 시키리에 시간제한이 없었다고 하는데, 옛날 규칙이 이 동양적이 스포츠에 더 어울린다.

스모에서 `시키리`는 물론 일체 경기중에 말을 해서는 안된다. 농담도 금지된다. 여기에는 양자의 박력만이 존재하며 신체의 크기나 기술은 관계가 없다. 이때 박력을 살려내는 것은 마음이다. 마음은 스모선수의 일상생활의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

듣는 사람의 침묵과 뜸들이기의 박력은 그 사람의 도량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듣는 사람의 도량은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내용이 심각할수록, 또 영혼의 고뇌와 아우성이 깊을수록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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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오 히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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