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영장류 수컷은 사정한 직후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성행위에 적극적이다. 그런면에서 성행위가 끝나는 순간의 오르가즘은 그들에게 매우 귀중하다. 이는 성적 긴장을 해소시켜주고, 정액이 다시 보충될 때까지 오랫동안 성욕을 가라앉혀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암컷은 배란기를 중심으로 한 제한된 기간에만 성행위에 적극적이다. 이시기에는 언제라도 수컷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성교를 많이 할 수록 새끼를 밸 가능성이 커진다. 암컷은 어떤 성적 만족도 느끼지 못한다. 발정기가 되면 암컷은 잠시도 낭비할 시간이 없다. 계속 교미를 해야한다. 만약 이들이 오르가즘을 느낀다면 다시 한번 교미하는 데 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한 남자와 여자가 독점적으로 관계하기 때문에 여자 혼자서 또다시 짝짓기할 대상을 곧바로 찾을 필요성이 없다. 오히려 여성에게도 오르가즘이 존재한다면 두가지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첫째는 오르가즘이 여성에게 섹스의 보상으로 작용하므로 여성이 섹스에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 번식을 돕는다는 것이다. 두번째도 매우 중요한데 인간의 직립활동과 연관이 있다.
다른 영장류들은 수컷이 사정한 후 정액이 밖으로 빠져나올 일이 없다. 질이 지면과 거의 수평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여성의 경우 정액을 질 속으로 담아두려면 한동안 수평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여자가 성적으로 만족할만큼 기진맥진한 만족을 느낀다면 바로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여성의 오르가즘은 자궁경부의 수축을 일으켜, 정액을 자궁 안으로 빨아들여 임신을 수월하게 하는 데 두움을 준다고 한다.
영장류 가운데 오직 인간 여성만이 오르가즘을 느낀다는 사실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여성이 `의사(疑似) 남성적`일 가능성을 암시한다. 동물의 경우 필요할 경우 수컷이 암컷의 속성을 나타내고 암컷이 수컷의 속성을 나타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여성은 클리토리스의 성적 자극에 유난히 민감한데 이 기관이 남성의 페니스에 해당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것은 여자의 오르가즘이 적어도 초기에는 남자의 오르가즘 유형을 `차용`했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이것은 남자가 다른 영장류보다 훨씬 거대한 페니스를 갖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다. 인간의 페니스는 완전히 발기하면 놀랄만큼 길 뿐아니라 다른 영장류의 페니스에 비해 훨씬 굵다. 이 덕분에 섹스시 여성의 성기는 더 큰 자극을 받을 수 있고, 특히 클리토리스 자극에 효과적이다. 섹스시 클리토리스에 가해지는 자극은 마치 남성이 자위행위를 할 때의 그것과 다름아니다.
- 털없는 원숭이 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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