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미국의 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스는 1973년 그의 동료 댄 윌러드와 함께 매우 도발적인 질문에 대해 매우 논쟁적이고 심기가 불편해질 수 있는 대답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매우 흥미로운 통계학적 결과가 있다. 미국 42명 대통령이 90명의 아들과 61명의 딸을 낳았다. 뿐만 아니라 왕족, 귀족, 부유했던 미국 초기 정착민들은 모두 유의적인 수준에서 딸보다 아들을 더 많이 낳았다.
트리버스-윌러드는 주머니쥐, 햄스터, 남미산 물쥐와 거미원숭이의 지배층도 수컷을 더 많이 낳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동물들이 새끼의 성비를 어느정도 조절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서 말한 동물들은 일부다처제이다. 이 제도하에서는 능력이 있는 아들은 능력 있는 딸보다 훨씬 많은 자손을 낳을 수 있지만 능력없는 아들은 능력없는 딸보다 더 나쁜 상황에 놓이게된다.(즉 자손을 낳지 못할 수 있다.)
생식면에서 본다면 수컷은 암컷보다 위험부담이 크지만 잘되면 대박이 터지는 반면 암컷은 위험이 적은상태로 자신의 유전자를 착실히 남길 수 있다.(능력있는 수컷의 하렘에 들어가면 되므로)
따라서 부모는 그 집단의 다른 개체들과 비교해서 자손이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으면 수컷을, 그렇지 않으면 암컷을 낳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트리버스와 윌러드는 특히 일부다처성의 동물들 사이에는 좋은 조건의 부모가 주로 수컷을 낳고, 그렇지 못한 조건의 부모들이 암컷을 많이 낳는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억측이라고 도덕적 비난에 시달려야했지만 차츰 경험적 사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산 주머니 쥐의 경우 실험을 통해 서식조건에 따라 암수비율이 40%나 차이가 났으며 흔히 볼 수 있는 햄스터도 일부러 굶겨서 암컷을 많이 낳게 할 수도 있다. 흰꼬리사슴의 경우를 보면 늙은 암컷이나 나쁜 조건의 어린 암컷은 압도적으로 암컷을 많이 낳는다.
특히나 흥미로운 결과는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것이다. 캠브리지 대학의 팀 클러턴-브록은 스코틀랜드 연안 럼섬의 붉은큰뿔사슴을 연구했다. 그들은 어미의 영양상태는 새끼의 성별을 크게 좌우하지 못하지만 어미의 집단내 지위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지배적인 암컷들이 수컷을 더 많이 낳았다. 클러턴-브록의 연구는 오랫동안 여러 종류의 원숭이류의 성비가 치우쳐왔는지 궁금해하던 영장류 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영장류학자 메그시밍턴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페루의 거미원숭이는 어미의 무리내 지위와 새끼의 성별사이에 명확한 관계를 보였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사회적 지위가 암컷에게 이전되고 수컷이 무리를 떠나는 웅성족외혼을 행하는 동물의 경우에는 이 경향이 정반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비, 고함원숭이, 리서스원숭이, 보넷원숭이에게서 발견되었다.
이러한 이론은 부모는 무리내 지위를 계승하는 성별을 택한다는 것으로 주변자원경쟁모델(Local-resource competition model)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인간도 이 모델을 따를까?
인류는 지나친 일부다처제를 행하지는 않고 고도로 분화되어 있어서 수컷의 신체가 크다는 것은 큰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분명 사회적 동물이고 언제나 어떤 방식이던 계층이 나뉜다. 그리고 이 지위는 대체로 아들에게 대물림된다. 딸은 대개 결혼하면 집을 떠난다.(정 반대의 문화는 매우 드물다.)
그래서 트리버스와 윌러드는 상층의 아버지나 지배적인 어머니의 경우 아들을 더 많이 낳고 하위층은 딸을 낳는 것이 이롭다고 한다. 정말일까?
이에 대한 답은 아직 확실치 않다. 몇몇 엘리트 계층이 남성 중심의 자손을 낳는다는 심적, 물적 증거는 있어왔다. 그러나 여기에는 매우 복합적인 요소가 섞여 있다. 아직까지 이를 입증하는 연구는 거의 없다.
다만 한가지 당혹스런 연구결과가 뉴질랜드에서 보고된 바 있다. 1966년부터 뉴질랜드 오크랜드 대학의 심리학자 밸러리 그랜트는 딸을 낳은 여성보다 아들을 낳은 여성이 감정적으로 확연히 독립적이고 지배적인 경향이 있음을 보아왔다.(그의 연구는 1960년대에 트리버스-윌러드 이론이 발표되기 전에 시작되었다.)
밸러리의 연구는 트리버스-윌러드-시밍턴 이론이 예견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자손의 성별을 결정한다는 것에 대한 유일한 단서로 남아있다. 이것이 우연 이상임이 증명된다면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세대에 걸쳐 의식적으로 이루고자 했던 것을 어떻게 무의식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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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여왕 1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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