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일 일요일

여성의 상품화와 혼인제도

세계적인 미남배우 휴 그랜트는 1995년 자신의 승용차에서 매춘부와 오럴섹스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풍부한 여성자원을 가졌을 그가 매춘부를 찾아갔다는 것은 단순한 경제학적 분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돈과 섹스가 완전히 대체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의 매력중 상당수는 그의 부(富)에서 나오기 때문에 매력적인 남자는 돈을 위해 섹스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자들이 바라는 `대가`는 돈이 아니라 `장기적인 헌신`인데 그것이야말로 잘생기고 부유한 매력남에게는 `희소한 자원`이다.

휴 그랜트 사건의 경제학은 헐리우드의 마담뚜 하이디 플라이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속의 매춘거래에 잘 요약되어있다. 한 콜걸이 친구에게 부자이고 매력적인 남성 손님들이 돈을 주고 여자를 사는 이유를 묻자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손님들은 섹스때문에 돈을 주는게 아니야 섹스한 후에 내가 말없이 떠나주니까 돈을 주는 거지"

매춘행위에서 남자가 지불하는 화대는 쾌락이라던가 서비스의 요금이 아니라 아기의 부친이 되었을 경우에 떠맡아야하는 의무 포기에 대한 일종의 벌금이다. 섹스가 남성에 대안 여성의 서비스라는 기묘한 개념은 도리어 나중에 맞춘 합리화의 구실일 것이다.

여성은 왜 상품화되는 것일까? 이는 가족과 결혼제도의 탄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인류가 초기 수렵채취 시대로부터 노동력이 중요해졌을 때 여성은 새끼의 양육을 홀로 담당하기가 어려웠다. 종족 보존을 도모하기 위해서 부친은 어린 새끼와 그 모친을 부양해야만 했다. 남성의 유전자에 개체생존을 위협하는 이같은 노동으로 휘몰아대는 본능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다.

무엇이 남성으로 하여금 그와 같은 과중한 노동을 자진해서 떠맡게 할 수 있었을까?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남성의 성욕이 이용되었다고 생각된다. 즉, 남성이 본래는 하지 않아도 되었던 과중한 노동을 맡게 하기 위해 그 대상인 여성의 육체를 상품화해서 트로피를 획득하는 쾌락을 주게 되었고, 섹스는 여성이 남성에게 부양받기 위해 남성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되었다.

시대가 변해도 임신과 출산, 수유의 작업이 여성이 해야하는 일이라는 것, 여성이 체력적 열세라는 것, 신체구조상 성행위는 남자가 욕구하면 여자의 원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점 등이 여자의 육체가 상품화된 이유이다.

이러한 여성의 상품화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시스템은 혼인제도이다. 결혼이란 남자에게 그의 아내와 곧 태어날 자식을 양육할 의무를 떠맡게 하는 대가로 아내의 육체를 자유로이 성적으로 사용하고 집안일에 부려먹는 권리를 주는 제도이자,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전속적인 매춘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매춘도 혼인제도(역시 매춘이지만)와 동시에 발생했다.

상품으로서 여성의 육체를 정복하는 것은 인류역사이래로 남성행동의 최대동기였다. 영웅호색으로 영웅이 그녀의 자발적인 애정을 얻고 성관계를 갖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나 재력으로 굴복시켜 정복해 버리기 마련이었다. 이러한 섹스욕망이 영웅으로 하여금 권력과 재력을 획득케 하는 큰 사업으로 몰아대는 동기인 것이다.

일본 에도시대에 사도섬(島)의 금광촌 옆에는 유곽이 있었다. 화대는 광부들이 혹독한 노동을 한 후 녹초가 된 극한 상황에서 얻은 품삯과 맞먹는 액수였는데 그들의 태반은 창녀를 사고 싶은 일념으로 기를 쓰고 한바탕 더 일하곤 했다. 예술가나 사업가중에도 흔한 유형인데 어떤 여자와 화려한 결혼식을 한 후 바람이 나서 위자료와 소송료로 경제적 희생을 치르고 재혼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상대여성은 그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으로, 이런 부류의 남성은 커다란 상품가치를 지닌 여성을 큰 희생을 치러서 손에 넣는 것이 그의 창작활동, 혹은 사업활동의 에너지원이 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사실 이런 종류의 사내들은 누군가와 연애를 하지 않으면 일할 기운이 나지 않는 것이다. `아침에 자지(페니스)가 서지 않는 놈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마라`는 사채업자들간의 속담이 있거니와, 이 말이야말로 남성이 돈벌이의 최대 동기가 여자에 대한 욕망에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남여간의 지적능력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서고금을 통틀어 과학, 예술, 철학 등의 면에서 남성들이 많은 업적을 이룬 것은 남성이 여자보다 능력이 빼어나서가 아니라 여성이 상품화된 데서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여성 육체의 상품화라면 일방적으로 남성이 가해자인 것 같이 받아들여지는데, 상품이란 본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모두 상품으로 인정해야 성립되는 것으로 여자 자신들도 자신을 상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성행위를 한다는 것을 `몸을 허락한다`,`드린다`,`대준다`,`순결을 바친다` 등의 말로 표현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의식적이건 아니건 자신의 육체를 상품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비록 매춘부처럼 노골적으로 화대를 받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정신적 측면에서 매춘부와 다를 바가 없다. 그녀는 섹스의 대가로 남자가 자신을 쭉 `책임져준다`던가 `결혼해준다`던가를 바라고 있는 셈이므로 그녀와 매춘부 사이의 차이는 외상으로 먹는 레스토랑과 식권을 선금으로 받는 레스트랑 사이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 육체의 상품화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여러 환상과 연계되어있다. 예컨데 처녀성과 정조의 존중이다. 처녀의 상실은 상품가치의 손상을 의미한다. 중고가 신품보다 싼 것은 상품뿐이다. 결혼할 때까지 처녀성을 지키는 것은 상품가치를 손상하지 않고 상품으로 한껏 값비싸게 팔아넘기기 위한 목적 이외에는 찾기 어려우며 처녀성을 중시하는 여성은 부지불식간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지만 결혼할 여자로 처녀를 상대로 하고 싶은 남성은 여전히 많다. 아내가 처녀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구애받는 수많은 남성들의 예는 일일이 들기도 힘들정도다. 남성들의 이같은 관념이 존재하는 한 처녀성의 존중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아내가 강간당했다고 해서 이혼하거나 멸시하는 남자가 있는데, 왜 그런 것일까? 강간으로 인해 아내라는 인간에게 아무런 변화는 없다. 그녀가 아내요 인간으로서 맺어져 있다면 이혼이나 멸시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사용료를 지불하며 쓰고 있는 상품, 즉 성적 도구로 아내를 대해온 것이며, 따라서 강간범에 의해 사용되어져 상품가치가 떨어진 아내에게 더이상 사용료를 계속 지불할 엄두가 안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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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뱅이의 정신분석..... 1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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