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은 생산성의 장기 트렌드에 대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1870년대부터 72개국에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의 연구를 결론부터 말한다면 생산성은 '수렴과정'을 따른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 따르면 1870년에 가장 낮은 수준의 생산성을 보인 나라들은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가장 높은 생산성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발전을 이뤘고 1870년에 높은 생산성을 보인 나라들은 그 후 가장 낮은 생산성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종의 회귀법칙이 작용한 것이다. 생산성 증가율에서의 이러한 차이로 후진국과 선진국 사이의 격차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좁혀졌다. 각 그룹이 평균으로의 회귀를 이뤄낸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110여 년동안 가장 생산적인 국가과 가장 비생산적인 국가간의 차이는 8대1의 비율에서 2대1로 수렴되었다. 이에 대하 보몰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지적했다.
"단지 하나의 변수, 즉 1870년 당시의 생산성(시간당 GDP)만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생산성 증가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요인, 예를 들어 시장경제, 높은 저축률와 투자율, 투명한 경제정책 등은 거의 무관한 것처럼 보였다. 결국 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기에 이른다
"생산성 변화 요인이 무엇이든 각국은 미리 정해진 수치에 근접하도록 예정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미국에 대한 평가는 근본적으로 바뀐다. 최근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20세기 들어 산업국가 가운데 시간당 높은 GDP를 보인 국가로서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보몰의 자료는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이미 지난 20년뿐만 아니라 반세기 넘게 `중간쯤`에 머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1899~1913년 사이에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스웨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보다 떨어졌다. 한편, 일본은 제 2차 세계대전 동안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진 경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장기 증가율을 보여온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1870년도 노동자당 생산성이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해있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미국보다 낮은 등급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보몰은 1960년대 후반 이래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에 대한 불만은 최근의 업적을 지나치게 강조하려고 장기간의 추세를 무시하는 일부 평론가들의 근시안적인 관점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대략 1950~1970년까지 이루어졌던 미국의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도 사실 예정된 운명이 아니었다고 한다. 미국과 같은 기술지향적인 국가에서도 말이다. 오히려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러한 도약은 1930년대와 제 2차 세계대전동안 있었던 증가율 급락을 개략적으로나마 상쇄하고자 하는 복귀과정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 리스크 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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