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6일 일요일

주택가격 PIR 분석의 허점

요즘 한 대형마트에서 통닭을 5천원에 판매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많다. 기존의 프랜차이즈 통닭 값에 비해 1/3에 불과한 가격 파괴를 선언했기때문이다. 원가 이하에 팔고 있다는 등, 다른 상품을 팔기위한 미끼 상품이라는 등 말들이 많아지자, 판매를 중단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국내의 한 경제 연구소에서 프랜차이즈 통닭은 물론 “L마트에서 파는 통닭 값도 거품이 왕창 끼어있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미국 마켓에서 판매되는 통닭은 $4.99이다. 이를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5600원이 된다. L마트와 같이 미국에서도 단무나 콜라등을 끼어 팔지 않기때문에 L마트의 통닭 값 5000원보다는 비싼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통닭은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통닭은 3파운드(1,361그램)짜리이고, L마트에서 판매하는 통닭은 900그램짜리이다. 그러므로 무게를 감안한 통닭 값은 L마트가 미국 마켓보다 오히려 35%나 더 비싼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연구소의 비교는 어느 정도 타당한 것 같다. 그런데 이 연구소는 한발 더 나간다.

여기에 국민소득을 대입한 것이다. 소위 PIR (Price to Income Ratio)라는 것으로서 소비 주체의 소득 대비 물건 값을 비교하는 개념이다. 2009년 미국의 일인당 국민 소득(구매력 기준)은 4만 6천달러이고,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2만 8100달러로서 미국의 국민소득이 우리나라보다 64%나 더 많다. 이를 통닭 값에 반영하면 L마트의 통닭 값은 미국 통닭 값대비 두배 이상(121%) 비싼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L마트에 비해 세배 정도 비싼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통닭은 소비자의 구매 수준을 감안할때 6~7배의 거품이 끼었다는 것이다. 국민 소득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파는 통닭 값은 한마리에 2,262원이 적당하다는 것이 그 연구소의 결론이다.

이 논리가 맞는 것일까? 수치 계산은 정확하다. 소비자의 실질 구매 능력을 반영한 국민소득을 감안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어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는 치명적인 헛점이 있다. 위의 논리는 수요자의 입장에서만 본 것이다. 공급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터무니 없는 논리인 것이다. 통닭 값을 2,262원에 맞추자면 생닭을 6~7백원 정도에 구입하여야 한다. 그런데 닭을 미국에서 키우거나 한국에서 키우거나 들어가는 사료 값은 비슷할테니 생닭 값을 6~7백원에 맞출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국 사람의 국민 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닭에게 먹이는 사료의 양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PIR이라는 개념을 무분별하게 도입한 연구소가 문제이다. 더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서는 2년치 국민소득인 9만 2천달러 정도면 최고급 기종의 승용차를 살수 있다. 그런데 일인당 국민소득이 연간 1천달러라는 나라가 아프리카에 있다고 하자. 그러면 미국에서는 9만 2천 달러에 팔리는 최고급 승용차를 아프리카 나라에거는 2천 달러에 팔아야 거품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시장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통닭 한마리에 2,262원 정도나 그 이하라면 더 좋겠지만, 그 가격에 통닭을 공급할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시장 가격은 그 보다는 높은 가격에 형성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 능력만을 감안하여 통닭 값이 2,262원을 넘으면 무조건 거품이라는 주장을 한다면, 그런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다. 앞에서 예로 들은 연구소는 가상의 연구소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논리로서 통닭 값이 2,262원이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정신 나간 연구소는 없다.

그런데 집값에 대해서는 이런 PIR을 인용한 어설픈 논리가 당연한 것처럼 퍼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올해 H경제 연구원이라는데서 우리나라 집값이 거품이며, 그 논거로서 구매력(국민소득) 대비 비싸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수치적으로 검증해 보자.

미국 부동산 협회에 따르면 미국 평균 집값은 2010년 10월말 기준 $218,700이라고 한다. 이를 10월 평균 환율 1,122.23원으로 환산하면 2억 4543만원 정도한다. 한편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0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평균 집값은 2억 4417만원 정도라고 한다. 미국 집값의 99% 수준으로 거의 비슷하다고 하겠다. 오히려 미국 집값이 한국 집값보다 1% 정도 싸다. 그런데 여기에다 PIR 개념을 도입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앞서 통닭의 예에서 보듯이 미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64%나 많으므로, 국민소득을 감안한 집값 수준은 미국 대비 63%나 비싸게 나오는 것이다. 이 부분을 H경제연구원에서는 거품이라고 정의했던 것이다.

통닭이나 자동차의 예를 보면 알수 있듯이 PIR이라는 개념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 PIR 개념이 맞을려면 원가를 구성하는 모든 조건이 미국보다 64%나 싸야 정상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판매하는 철근 값이나 시멘트 값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64%나 싸야 한다. 이를 위해 호주나 브라질에서 한국에는 철광석 값을 64%나 싸게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무역 거래는 현실 세계에서는 없다. 선진국에는 원유를 비싸게 팔고, 우리나라에는 싸게 판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이런 행위자체가 불공정 무역행위라고 해서 국제 사회에서는 금지되고 있다. 결국 한국에서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재비나 미국에서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재비는 같을수 밖에 없다. 한국의 집값을 낮추려면 땅값을 낮추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 한국의 땅값은 미국의 땅값보다 훨씬 비싸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미국은 한국보다 95배나 큰 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 총생산(GDP) 측면에서는 그 차이는 10배에 불과하다. 미국이 세상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라 할지라도 우리나라도 세게에서 12번째에 이르는 경제 강국이기때문이다.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부를 그 나라 땅의 면적으로 나누면, 미국의 경우 1제곱미터당 $1.54 밖에 안된다. $14.05인 우리나라 땅값의 11%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말해 그 나라 땅의 면적이나 국민 총생산을 고려해 보면, 우리나라 땅 값이 미국보다 9배 정도 비싼 것이 정상인 것이다.

인구로 비교해보아도 마찬가지다. 2010년 현재 미국에는 3억 1023만명이 살고 있으며, 한국에는 4864만명이 살고 있어, 미국이 우리나라 보다 6.4배나 인구가 많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땅덩이가 우리보다 95배가 크기때문에 인구 밀도면에서는 우리나라 미국보다 15배나 조밀하게 살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땅값이 비싼 이유는 너무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이 몰려살고 있고, 그 사람들의 경제력이 상당하기때문이다.

통닭 값이나 자동차 값에 단순히 PIR을 적용하게되면 심각한 모순이 발생하듯이 집값에 PIR만 적용하면 모순이 발생한다.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가격이 쌀수록 좋겠지만 공급자의 측면에서는 싸게 공급할수 있는 방법이 없기때문이다.

국가간의 물가를 비교하는 지수중에는 빅맥지수라는 것이 있다. '빅맥 지수'란 각국에 진출한 맥도날드 햄버거의 대표 메뉴인 '빅맥'의 가격을 비교해 각국 통화의 구매력과 환율 수준을 비교평가하기 위해 만든 지수로, 이코노미스트 지가 1986년부터 분기마다 한 차례씩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에서도 그 나라의 GDP는 참고하지 않는다.

그러면 PIR의 개념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소비자의 구매 능력 대비 물건 값을 비교하는 유용한 지수이다. 하지만 PIR은 같은 조건하에서 기간별로 어떻게 지수가 변화하는가를 알아보는 지수이지, 통닭 값이나 집값과 같이 서로 다른 조건을 지닌 나라끼리 비교하는 지수는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H 경제연구원은 심각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통닭값이든 집값이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지, 연구원의 어설픈 레포트는 아니다

- 한경비즈니스 위크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