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말 영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곤란한 처지에 있었다. 50년에 걸친 프랑스와 네덜란드와의 전쟁으로 국고를 탕진한 영국은 다급해진 정황을 타개하고자 당시 금융가들(환전꾼)과 타협하게 되었다.
환전꾼들은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개인 소유의 중앙은행을 설립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정부의 제재를 받지 않고 화폐를 발행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세계 최초의 개인 소유 중앙은행이다. 그리고 그 은행을 마치 정부 기관처럼 위장하기 위해 '영란은행(Bank of England)'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이른다.
개인기업인 이상 영란은행도 자본금 조달을 위해 주식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총 125만 파운드의 자본금이 필요했지만 실제 모집된 돈은 75만 파운드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의회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1694년에 정식 국법을 통해 영란은행을 설립한다.
이때부터 영란은행은 실제 자신들의 자본금의 몇배에 이르는 돈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는 사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한 독점적 권리를 영란은행에 부여한 정부는 재정이 부족할 때면 언제나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릴수 있었고 이 돈에 대한 이자는 국민에게서 걷은 세금으로 충당했다.
영국정부는 영란은행을 환전꾼들에게 주고나서 국민의 지지를 높이기 위해 계속 중앙은행 대출을 이용해 시중 유통 통화량을 늘렸다. 자연히 경제상황도 호전되었고 쉽게 돈을 빌려 사업을 벌일 수 있었으며 실업률도 낮아졌다. 이리하여 영국 정부의 부채는 처음에 125만 파운드였다가 1698년, 즉, 중앙은행 설립후 4년이 지났을 때에는 1억 6천만 파운드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런식의 성공케이스를 본받아 이후 세계 모든 국가에 중앙은행이 설립되었다. 중앙은행을 차지한 환전꾼들은 잉크값밖에 들지 않는 엄청난 양의 돈을 마치 실제 돈인양 정부나 개인에게 빌려준 다음 이자를 거두어들였고 이것이 이후 세계 금융의 기본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된다.
중앙은행 돈을 흔하게 만든다음 시중의 돈을 다시 흡수하여 불황을 유발하고 돈을 갚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파산하면 환전꾼들은 그들의 자산을 헐값에 사들인다. 그리고 한바탕 소동이 잠잠해지면 은행은 다시 돈을 풀기 시작한다. 영국 역사상 중앙은행 창설 이후 경제가 지속적으로 부침을 거듭했으며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림자정부 경제편 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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