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몸]
불피우다보면 구겨진 종이가 더 잘 탄다.
주름살 많은 부채속, 바람접혀 있듯이.
구겨진 몸에는 통로가 있다.
밑바다까지 굴러본 뒤에야 깊어지는 숨처럼,
구석에 쿡, 처박혀봐야 뻣뻣한 등도 굽을 수 있지,
그래야 바람을 안을 수 있지,
반듯한 종이가 모서리를 들이미는 사이,
한 뭉치 종이가 불을 먼저 안는다.
구겨진다는 것은 바짝 다가선다는 것일까?
더 망칠 것 없다는 듯 온몸으로 불길을 연다.
구겨진 몸이 불을 살릴 줄 안다.
- 이 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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