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5일 수요일

산 기계, 죽은 인간 - 모파상

1982년 겨울,   모파상은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제정신이 아닌채로 환영을 쫒는듯 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총을 꺼내 관자놀이에 대고 소리쳤다. "난 멀쩡해 끄떡없다고" 하인이 총을 빼앗지 않았다면 그의 삶은 더욱 짧아졌을 것이다. 화가난 모파상은 소리쳤다.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어! 칼로 내 목을 잘라버리겠어! 그래도 피는 흐르지 않을거야!" 그는 종이자르는 칼로 거울앞에서 목을 긋고는 무표정하게 웃어보였다.

그는 곧 정신병원에 수감되었고 그 이듬에 "어두워! 어두워! 어두워!"라는 말을 남기고 43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그의 광기는 모든 파리사람들의 관심사였고 언론은 연일 그의 광기에 대한 기사를 썼다. 사람들은 오페라를 보러가듯이 모파상의 침대로 몰려갔다. 그러나 얼마후 사람들은 금세 흥미를 잃었다. 그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는 언제나 혼자였다. 그는 추웠다. 글을 쓸때는 이불처럼 원고지를 몸위에 올려놓았다. 마치 수의를 잡은채 죽어가는 사람처럼.....

서머셋 모옴이 19세기 최고의 단편작가라고 칭한 그는 1890년까지 10년동안 단편 360편, 장편 6편을 비롯 수많은 희곡, 평론, 전기 등을 남겼다. 그러나 죽기전 그는 거의 글을 쓰지 않았다.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 남긴 미완성작 `안젤루스`에는 하나님에 대한 비난이 간접적으로 녹아있다.

"죽음에 굶주린 살인자가 어느 곳에 숨어 인간들을 만들고 다시 죽이고 사지를 자르고 고통과 병을 준다. 마치 끔찍한 일을 쉬지 않고 자행하는 지칠줄 모르는 파괴자처럼"

그의 삶은 그의 작품처럼 불행했다. 방탕한 부친과 그로인해 괴로움을 당한 어머니사이에서 그는 모성이나 가족애와는 동떨어져 살아왔고 혼자 죽음을 맞이했다. 성장기의 불우한 경험과 보불전쟁의 참상으로 그의 인생관은 다분히 냉소적이고 삭막했다.

".... 나는 사후의 존속을 믿지 않는다. 내가 믿는 것은 끊임없이 경신되는 세기를 꿰뚫고 무수한 성신 사이에 차있는 보편적인 영원한 생명이다. 우리들 조그만 개인에 대하여 말하자면 그것이 개체인 한 완전히 소멸되어야하며 또 그 사실 앞에 체념해야한다. 그리고 만약 그밖에 무엇이 남는다면 그것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뿐이다."

대중의 인기와 숱한 여성 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참으로 고독한 작가였고 페시미스트였다. 다음은 그가 요트를 타고 지중해를 돌면서 쓴 `수상`의 한구절이다.

".... 허공에 떠 있는 지구가 바다위에 떠도는 조각배보다도 더 고독하고 불안하며 인간은 종족에서 종족으로, 정액속에 유전하는 불변의 본능을 지닌 산 기계에 불과하다."

불안과 고독속에 평생을 보내느니 그에게는 산 계계보다 차라리 죽은 인간이 되는 편이 더 위로가 되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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