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각인이론중 근친상간에 관한 이론은 매우 논쟁적이다. 오리의 각인이론으로 유명한 로렌츠에 의하면 오리는 어린시절 먹이를 줬던 인간에게 끌렸고 나중에는 인간에게 구애행동을 보이기까지 했다. 비둘기 새끼를 기르던 내 누이의 비둘기는 나중에 누이의 검지손가락에 열성적으로 구애했다. 태어나서 먹이를 주는 손가락에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식의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도 이러한 맥락에 기초하고 있다.
근친 결혼은 법으로 금지되어있는 이유는 그때문일까? 물론 근친결혼은 유전적 열성인자를 결합시켜 유전병을 강화하게 된다. 그런데 가령 어떤 나라에서 법을 폐지하고 근친결혼을 허용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이성형제들은 이성적으로 끌리지 않는다. 1891년 핀란드의 사회학자 에드워드 에스터마크는 `인간 결혼의 역사`를 통해 인간은 법에 대한 복종심이 아니라 본능 때문에 근친상간을 피한다고 설명했다.
20년이 못되서 그의 생각은 잊혀졌갔다. 프로이트는 그의 이론을 비판했고 인간은 당연히 근친상간에 끌리므로 터부의 형식을 빌어 문화적으로 금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근친상간의 욕구가 없는 오이디푸스는 광기없는 햄릿과 같은 것이었다.
그후 누군가가 다시 진실을 밝혀내기까지 4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중국학자 아서 울프는 19세기 대만을 점령했던 일본군의 인구통계학적 자료를 분석했다. 그는 오래전 중국의 관습에서 두 종류의 중매결혼을 발견했다. 하나는 혼사가 오래전 결정된 이후 신랑 신부가 결혼 첫날밤 처음 만나 결혼하는 형태였고 다른 하나는 신부가 어렸을 때 신랑집에 입양되어 오랬동안 같이 지낸 후 나중에 결혼하는 민며느리 제도였다. 울프에게 이것은 웨스터마크의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완벽한 자료였다.
즉, 민며느리 제도는 남매끼리 결혼하게 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웨스터 마크가 맞다면 민며느리제도하에서 결혼한 부부의 이혼율이 훨씬 높을 것이다.
놀랍게도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부부가 결혼 당일날 처음 만난 부부보다 이혼율이 2.65배나 높았다. 평생을 함께 하면서 서로를 잘 알던 사람들이 얼굴 한번 못보고 결혼한 사람들보다 더 쉽게 헤어지다니!, 또한 민며느리 방식으로 결혼한 사람들은 또한 자녀수가 더 적고 혼외정사가 더 많았다. 즉, 어린시절 같이 자라는 것은 서로에 대한 성적 매력을 없애는 것이다. 단, 이것은 3세 이전에 입양된 민며느리에게만 적용되었다. 4세 이후에 입양된 민며느리 부부들은 다른 부부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와 비슷한 예는 이스라엘의 공동부족 키부츠에서도 발견된다.
- 본성과 양육 4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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