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1일 화요일

우연히....

잠든 테레사 곁에서 뒤척이다가 몇 년 전 그녀가 무심코 던진 말이 떠올랐다. 친구 Z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에 그녀가 말했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으면 나는 틀림없이 그를 사랑했을 거예요"

당시에도 그 말을 듣고 토마스는 야릇한 멜랑콜리에 빠졌었다. 테레사가 그의 친구 Z가 아닌 자기와 사랑에 빠진 것은 철저히 우연아리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것이다. 토마스와 이루어진 사랑외에도 가능성의 왕국에는 다른 남자와의 실현되지 않은 무수한 사랑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이란 뭔가 가벼운 것, 전혀 무게가 나가지 않는 무엇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믿음이 있다. 우리는 사랑이 반드시 이런 것이어야만 한다고 상상한다. 또한 사랑이 없으면 우리의 삶도 더 이상 삶이 아닐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어떠했는가? 7년전 테레사가 살고 있던 도시의 병원에 '우연히' 치료하기 힘든 편도선 환자가 발생했고, 토마스가 일하던 병원의 과장이 급히 호출되었다. 그런데 '우연히' 과장은 좌골 신경통에 걸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자기 대신 토마스를 시골 마을에 보냈던 것이다. 그 말을에는 다섯개의 호텔이 있었는데, 토마스는 '우연히' 테레사가 일하던 호텔에 들었다. '우연히' 열차가 떠나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그는 술집에 들어가 앉았던 것이다. 테레사가 '우연히' 당번이었고 '우연히' 토마스의 테이블을 담당했다. 따라서 토마스를 테레사에게 데려가기 위해 여섯개의 우연이 연속적으로 존재해야 했고, 그것이 없었다면 그는 테레사에게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그녀 때문에 보헤미아로 되돌아왔다. 이렇듯 치명적 결정은 7년전 외과 과장이 좌골 신경통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우연한' 사랑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고 절대적 우연의 화신인 그 여자가 지금 그의 곁에 누워 깊은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

아주 늦은 시간이었다. 절망의 순간에 항상 그랬듯 위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테레사의 호흡이 한 두 번인가 가벼운 코고는 소리로 변했다. 토마스는 추호도 동정심을 느끼지 못했다. 그가 느낀 유일한 것은 위를 누르는 압박감, 귀향에 대한 절망감뿐이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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