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는 이혼한 전처가 자기 아들을 만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다른 아기가 아닌 딱히 그 아기에게 그토록 집착할 이유가 있을까? 하룻밤의 실수 외에 그와 아기를 이어주는 끈은 없는 것이다. 꼼꼼하게 양육비는 챙겨주겠지만 이런저런 감정을 내세워 아버지의 권리를 위해 싸우라는 요구를 하다니 웃기는 일이다.
물론 누구도 이런 그의 생각을 쉽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다. 토마스의 부모까지도 그를 비난했다. 부모는 토마스가 아기에게 무심히 대하면 자기들도 토마스와 연을 끊겠다고 했다. 그리고 부모는 보란듯이 전처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주변사람들에게 그들의 정의감을 자랑하곤 했다.
그래서 토마스는 단시일 내에 부인, 아들, 부모를 성공적으로 떼어버릴 수 있었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상속재산이란 여자들에 대한 두려움뿐이었다. 그는 여자를 두려워하면서도 갈망했다. 그 사이에서 어떤 타협점을 찾아야했고 그것은 그가 <에로틱한 우정>이라 일컫는 것이었다. 그는 애인들에게 이렇게 못박았다. 두사람 중 누구도 상대방의 인생과 자유에 대한 독점권을 내세우지 않고 감상이 배제된 관계만이 두사람 모두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고.
에로틱한 우정이 공격적인 사랑으로 변하지 않기 위해 그는 3자법칙을 지켰다. 짧은 간격을 두고 만날경우 3번이상은 만나지 않는다. 오래동안 만날 경우 적어도 3주 간격을 두고 만난다. 이 법칙 덕분에 토마스는 고정적 애인들과 결별하지 않으면서도 수많은 하루살이 애인들을 동시에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아무도 그를 이해해주지 않았다. 오로지 사비나만이 그를 이해했다.
그녀는 화가였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모든 점에서 `키치(Kitsch)`와는 정반대라서 당신을 좋아하는 거에요. 키치의 왕국에서 당신은 괴물이에요. 미국영화나 소련영화에서 당신같은 사람은 파렴치 역할밖에 할 수 없을거에요.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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