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6일 일요일

부정부패는 정말 나쁜 것인가?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들 가운데는 경제적인 성과가 형편없는 나라(자이레, 아이티 등)가 많지만, 상당한 성과를 올리는 나라(인도네시아 등)도 있고, 아주 좋은 성과를 올리는 나라(19세기말 미국, 2차대전후 동아시아 국가, 한국 등)도 있다. 어째서 부정부패가 미치는 경제적인 영향력이 이렇게 나라마다 다른 것일까?

뇌물 수수는 부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이전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정부패가 반드시 경제 효율성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어떤 장관 혹은 공직자가 자본가로부터 받은 뇌물을 자본가가 뇌물로 쓰지 않았다면 투자했을 만큼 생산성이 있는 다른 사업에 투자한다면 경제 효율성이나 경제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경우 차이가 있다면 뇌물 수수의 두 당사자 중 자본가의 재산은 줄고 장관의 재산은 늘어난다는 것, 즉, 소득 분배의 문제뿐이다.

장관이나 정치인이 자본가보다 더 비효율적으로 돈을 쓰는가? 많은 경우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관료나 정치가들이 지혜로운 투자자였음을 입증하는 경우도 많은 데 반해, 재산을 탕진한 자본가 들도 많다. 요컨데 만일 이 장관이 뇌물로 받은 돈을 자본가보다 더 효율적으로 쓴다면 부정부패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부정한 돈이 해당 국가에 남아있는가 하는 것이다. 뇌물로 받은 돈이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다면 이것은 더러운 돈이 속죄할 수 있는 국내 투자와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없게된다. 이것이 자이레와 인도네시아가 차이를 보이는 주요 원인들 가운데 하나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하르토의 부정부패와 관련된 돈이 대부분 국내에 남아서 고용과 소득을 창출했지만 자이레의 경우 부패한 돈이 대부분 국외로 빠져나갔다.

부정부패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이 중요한 사업권을 따낸다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지만 그것 또한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가장 많은 뇌물을 내놓을 의사가 있는 기업이 가장 효율성이 높은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어떤 기업이 사업허가를 따내서 좀 더 많은 돈을 벌 자신이 있다면 경쟁자보다 더 많은 뇌물을 주고라도 허가를 따내려고 할 것이다. 이경우 다른점은 공정한 입찰이 실시될 경우 국고로 들어갔을 잠재적인 소득이 파렴치한 공무원에게 들어간다는 것 뿐이다.

오히려 규제가 불필요할 경우에는 부정부패가 경제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도 있다. 사업을 하는데 쓸데없이 많은 서류가 필요한 경우라면 사업가는 돈을 써서 공무원을 매수해 보다 빠르게 사업권을 딸 수 있게 되고 이는 결국 전체적인 사회 후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런 면에서 미국의 원로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엄격하고 지나치게 집중화된, 그리고 부정직한 관료들이 존재하는 사회보다 더 나쁜 사회가 딱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엄격하고 지나치게 집중화된, 그리고 정직한 관료들이 존재하는 사회이다."라고 말했다.

- 나쁜 사마리아인들 2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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