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일 일요일

혼인관계의 의존성에 대하여

부정하고 싶겠지만 결혼생활을 옭아매고 있는 것 지배와 복종이라는 굴레다. 다양한 양상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 굴레는 어김없이 존재한다. 하나의 전형적인 예를 보자

남편은 29세, 아내는 25세에 결혼을 했다. 두사람은 직장을 가지고 있다. 아내는 자의든 타의든 결혼이나 출산, 육아와 함께 직장을 그만둔다. 4년간의 결혼생활 끝에 2명의 자녀를 두고 아내로서, 엄마로써 가족에 봉사한다. 직업이라는 관점에서 그녀의 직장은 집이며 정신적으로 복종적인 입장에 처해있다.

남편의 일은 더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생존의 문제와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성공과 사회적인 교류가 곧 아내의 사회생활을 결정한다. 아내는 하루의 대부분을 자녀의 교육에 바치고 역시 같은 상태에 있는 동네 아줌마들과 교류한다. 남편이 직장에서 겪는 고비가 아내의 고비가 된다.

이러한 구도하에서는 지배하는 쪽과 복종하는 쪽이 존재한다. 아내는 그런 관계를 받아들이며 바람직하게 여길 수도 있다. 여태껏 그런 구도안에서 성장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결혼생활은 그녀의 부모나 그녀가 자라면서 보아온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을 본뜬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의존했던 부모의 자리를 남편이 대신한 것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남편도 자신을 인정해줄 여자를 찾는다. 이는 두사람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

그리고 몇년후, 아마 5~7년쯤 후부터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복종하던 아내쪽이 갑갑함을 느끼고 스스로를 하찮고 불만스럽게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기분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안정됨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남편은 이러한 아내를 독려할지도 모른다. 혹은 직장이나 공부를 해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시기의 남편은 승진이나 출세, 사회적 교제 등 직장 문제에 온 정신이 팔려있다.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는 남편은 징징대는 아내의 모습이 못마땅하다. 남편은 사회각계각층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의 접촉이 늘어나고(아내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점점 변해간다. 보다 자기본위적이고, 가족에 대한 너그러운 인내심이 서서히 고갈된다. 복종적인 아내에게 내리는 훈계는 그러한 모습의 한 단면이다.

이시기는 남편이 결혼생활 밖에서 성적인 탈출구를 찾게 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사회적 접촉이 많아지고 기회가 늘어나는데다가 아내와의 섹스는 더이상 만족감을 주지못하고 오히려 남성다움에 대한 부담만 지워줄 수 있다.

복종적 아내도 몇몇 실험적 행동을 시도한다. 자원봉사를 하고 문화강좌에 등록하기도 하며 아이들 학교에도 가보고 외간남자와의 접촉도 서서히 늘어난다. 대부분 남편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은 행동이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새로운 통찰을 얻기도 한다. 자신의 의존성과 복종이 결혼생활만이 아닌 전 생애에 걸쳐 자신이 자초해온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는다. 인정을 갈구해왔던 그녀의 행동은 변화가 찾아온다. 부모,남편,자녀 등과 관련된 복종적, 희생적 요소를 모조리 제거하면서 자기 책임을 기워나가는 여정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감을 얻기 시작한다. 취직을 하거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군림하는 남편에 맞서기 시작하며 운명을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녀는 평등을 요구하며 기다리지 않는다. 그녀는 육아를 포함해 가사분담을 요구하고 나선다.

남편은 아내의 새삼스런 홀로서기나 외부로 돌아서는 아내의 사고방식이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불안이 하필 그가 감당할 수 없는 때에 그의 삶에 기어들고 있다. 아내를 부추긴 것은 사실이지만 오만불손한 아내의 모습을 원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권위를 내세우며 사태수습에 나선다. 아내의 사회생활이나 직장의 수입을 애써 폄하하며 그녀의 요구가 얼토당토 않음을 지적한다. 집안 살림과 엄마노릇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이런 반응이 먹혀들기도 한다. 아내는 다시 복종적 위치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아내가 물러서기를 거부하면 결혼생활 자체가 위험에 빠진다. 이런 아내로 집안이 불편한 남편은 그녀를 떠나 더 젊거나 자신을 이해해주는 여성을 찾게될지도 모른다.


반면 흥미로운 반전도 가능하다. 이번에는 복종적인 역할을 남편이 떠안는다. 그가 소중히 여기는(가족,안정,자녀,주위평판), 적어도 의지하고 있는 것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시간도 늘리고 귀가도 일찍하고 아이들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아내가 변했어", "내가 그동안 무심했었지"

그는 점점 더 고분고분해진다. 그러나 이는 본심에서 나온것은 아니다. 옛 영화를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자괴감에 알콜에 빠지거나 자신이 얼마나 불쌍한가에 대해 넋두리를 늘어놓을지도 모른다. 반면 아내는 사회적인 교류가 많아졌다. 자신만의 친구,직장,세상 속에서 외간남자라는 즐거움을 추구할 수도 있다.

지배와 복종이라는 굴레는 존재하나 위기는 무겁게 다가온다. 이혼에 대한 두려움이나 비용때문에 같이 산다면 그 결혼을 유지해주는 지지대는 순종일 뿐이다. 결혼생활을 서류상으로만 유지될 뿐 두사람간에 사랑이나 대화는 자취를 감춘다.

가능한 결론은 이혼, 내지는 결혼이라는 테두리안에서의 장벽쌓기 이다. 섹스도 없고 각방을 쓰거나 대화는 비아냥거림, 비판, 언쟁이 늘기시작한다.

그러나 이런 결론도 가능하다. 두사람 모두 스스로에 대해 서로의 관계를 재평가하는 것이다. 두사람이 서로 노력하고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서로 노력하며 존재를 인정해주고 사랑한다면 결혼생활은 더 충만해지고 성장할 수 있다.

오래 함께 살았다고 해서 성공적인 결혼생활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지의 삶이 두려워, 변화가 두려워, 혹은 만사가 귀찮아서, 또는 단지 의무이기 때문에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의존은 행복한 결혼이라는 낙원에서 뱀과 같은 존재이다. 의존은 지배와 복종을 낳고 궁극적으로 부부관계를 와해시킨다.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자존심, 권위와 주도권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의존과 사랑을 혼돈해서는 안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생활에서는 함께하는 가운데 약간의 거리를 둬야 부부생활이 더 원만해진다.


말이나온 김에 의존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의존이란 모든 일에 (직간접적으로)배우자의 허락을 구하는 행동이며 자신을 지배해달라고, 즉 여태껏 항상 대우받아왔듯이 그렇게 해달라고 다른사람들을 길들이는 것이다. 의존의 보상은 크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지배적인 사람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

결혼생활에서 지배와 통제의 굴레를 유지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전략으로 언성높이기, 악쓰기 등이 있다. 또는 이혼이나 가출을 빙자하며 협박할 수도 있고 몸져눕거나 단식투쟁, 묵비권 행사등이 있다. 자살전략도 효과적이다. 이런 전략에 휘둘리기를 거부한다면 상대방이 계속 그 전략을 쓰지 못할 것이다. 종속적으로 가둬두려고 애쓰는 상대방에게 어느정도 복종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나의 마지노선을 상대에게 일러주는 것이다.

자립이란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다. 최소한의 타협과 최적의 자유, 그리고 자기 신뢰는 바람직한 결혼, 나아가 안정된 자아를 가진 사람의 특징이다.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불행한 결혼의 특징이다. 의존적인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나을까? 불행한 결혼생활을 끝내는 것이 나을까?

당신은 선택할 수 있다. 불행도, 행복도.... 결국 당신의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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