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상품 곧 성적 도구로 보는 가학적 사디즘과 청순한 처녀에게 플라토닉한 순애(純愛)를 바치는 행동은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같은 한 방패의 양면이라고 볼 수 있다.
숱한 처녀를 강간했던 악명높은 강간범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오랫동안 사모해온 짝사랑하던 애인이 있었다. 그는 그 여자와는 물론 성관계 없이, 그저 가끔 만나서는 같이 차를 마시고 헤어질 때는 그 손을 살짝 쥐어보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었다 한다. 이런 사나이가 그토록 끔찍스러운 범인이라는 뜻밖의 순정적인 데가 있다고 사람들은 놀랄 것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한 쪽으로 그런 순애를 바칠 수 있는 남자이기 때문에 다른 한쪽으로는 강간을 범하는 것이다.
이런 부류의 남자들에게는 여자란 칼로 무를 베듯 확연히 두 종류의 `성녀`와 `창녀`로 나뉜다. 즉, 청순한 처녀인 채로 고히 간직해 높고 싶은 여자와 성적 도구의 위치로 떨어트려서 능욕해도 무방한 여자로 분리된 것이다.
그가 여자를 `성녀`로 숭앙하건 `창녀`로 써먹건 어느경우에도 현실의 여자 그 사람은 그의 눈에 들어가 있지 않다. 그가 상대하는 것은 그 자신의 환상뿐이다. 그리고 그에게 성행위란 여자를 모욕하는 일뿐이므로, 앞 경우의 `성녀`에 대해서는 성관계를 배제한 순애를 바치는 수 밖에 달리 길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극단적은 아니나마,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여자에 대해서 성적으로 집적거리지를 못하고, 가볍게 보고 대하는 여자밖에 설득할 수 없다는 남자는 상당히 많다. 이런 부류의 남자가 여자를 설득했다는 말은 곧 그녀를 값싸게 보고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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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뱅이의 정신분석 .........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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