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하게 만족을 느끼는 사람은 유혹할 수 없다. 유혹이 성사되려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긴장과 부조화가 자리잡고 있어야한다. 사람들의 내부에 도사리는 불만의 감정을 고조시켜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험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간다. 살다보면 어린 시절의 꿈은 저만치 멀어져 있고 일상은 지루하기만 하다.
이때 상대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면서 저 사람이라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상대의 내면에 자리한 결핍의 감정, 이건 아니라는 느낌을 파고들어야 한다. 고통과 불안은 쾌락을 더욱 달콤하게 만든다. 따라서 욕망을 자극한 다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사랑을 다룬 서양최고(最古)의 고전인 플라톤의 <향연>은 욕망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교과서이다. 이 책에는 디오티마라는 매춘부가 소크라테스에게 사랑의 신 에로스의 혈통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에로스의 아버지는 계략 (혹은 교활)이었고 어머니는 빈곤 (혹은 결핍)이었다. 항상 뭔가 부족함을 느끼면서 그런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뭔가 음모를 꾸민다는 점에서 에로스는 자기 부모를 쏙 빼닮았다.
에로스는 사랑이 성립되려면 상대도 똑같이 결핍을 느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가 가지고 다니는 화살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에로스가 날린 화살에 맞은 사람들은 그 순간부터 결핍과 고통, 굶주림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유혹자가 해야할 일이다. 유혹자는 상대의 아픈 곳을 찔러 생채기를 내야한다. 일단 상대가 덫에 걸려들었다고 판단되면, 은연중에 상대의 상처를 파고들어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뭔가에 불안을 느낄 때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는 성향을 보인다.
클레오파트라는 이것을 잘 사용했다. 그녀는 알렉산더를 들먹이며 은근히 시저에게 열등감을 심어주었다. 그녀는 시저의 내면에 도사린 열등감을 건드렸고 이것이 불안감을 일으키며 시저가 그녀의 유혹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안토니우스도 비슷한 방식으로 넘어갔다. 그는 무뚝뚝한 로마인 아내와 재미없는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클레오파트라는 화려한 쾌락의 무대와 나일강 여행 등을 통해 그에게 여흥을 제공했고 그렇게 그는 그녀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요혹의 대상의 어두운 과거, 혹은 향수에 대해 파악해야한다. 케네디는 미국이 1950년대에 도전정신의 말살, 개척자 정신의 상실했다면서 새로운 비전과 꿈을 제시했다. 엘리자베스 1세는 독불장군같은 신하 로버트 데버루에게 자신의 어린시절을 느끼며 사랑에 빠졌다.
다만 상대의 자긍심을 지나치게 많이 훼손해서는 안된다. 상처를 줬으면 그 다음에는 부드럽게 달래주어야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 유혹의 기술 3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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