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4일 금요일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고슴도치는 한가지 큰 것을 안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고슴도치는 한가지 큰 것을 안다`

여우는 여러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며 세상의 복잡한 면면들을 두루 살핀다. 합리적이고 원만하며 사교적인 여우는 상황에 따른 변화를 받아들이며 그 대처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그들은 어지럽고 산만하고 여러단계를 오르내리는 탓에 자신의 생각을 하나의 종합적인 개념이나 통일된 비전으로 통합하질 못한다.

반면, 고슴도치는 복잡한 세계를 모든 것을 한데모아 안내하는 단 하나의 종합적인 개념이나 기본원리 또는 개념으로 단순화한다. 고슴도치는 세상이 제 아무리 복잡하건 관계없이 모든 과제와 딜레마들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한 고슴도치 컨셉으로 축소시킨다. 이들은 자신의 본질적 컨셉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융통성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은 양립할 수 없다. 둘이 화합하려하면 가시에 찔려 아파할 뿐이다.



앞서 `여우형 인간`편에서 밝혔듯이 필립 테틀락(Philip Tetlock)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세계에 대한 단일하고 통일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일수록 매우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컸다. 즉, 고슴도치형 인간은 놀라운 직관력과 원칙있는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으나 그 견해의 독특성 때문에 아집과 독단에 빠지기 쉽고 자기합리화와 자아도취에 빠져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매우 높은 것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세계경제의 수장으로서 그린스펀의 여우적 성향은 결과적으로 훌륭하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 콜린스(Jim Collins)는 `Good to Great`에서 성공한 기업을 넘어선 위대한 기업의 리더들은 하나같이 고슴도치형 인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스스로도 고슴도치형 인간의 위험성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는지 고슴도치가 가지는 근본기준을 확립하는데는 매우 오랜시간의 고민과 다음과 같은 세개의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기업의 관점이다.)

1. 당신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2. 당신의 경제엔진을 움직이는 것
3. 당신이 깊은 열정을 가진 일



어찌됐든 설익은 고슴도치의 원칙과 비전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 여우와 고슴도치 중에 우리사회와 인간관계에 무엇이 더 합리적이고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는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여기에도 `적당히(중용,中庸)`가 필요한 것인가?

불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빠야(upaya,방편,方便)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위에서 말한 개념을 빌자면 고슴도치형이 가질 수 있는 통일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상황에 대한 대처 철학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연역적 방법론에 기초하기는 해야하나, 상황성을 고려해야한다고 싯다르타는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방편(方便)은 끊임없이 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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