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31일 금요일

전세가가 오르는 이유(2010.12.)

전세가 상승율이 대단하다. 국민은행 시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 아파트 전세 상승율은 8.5%에 달했다고 한다. 지난 2002년 이후 8년만의 최고 상승율이다. 문제는 이렇게 전세 가격이 뛰어도 전세를 구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실수요자가 많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집값이 오르지 않자, 손실을 줄이려는 집주인들이 대거 전세값을 올려서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전세값이 오르는 현상을 집주인의 탐욕으로만 본다면 전세 자체를 구하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현재 상황은 주택 매매 시장이 왜곡되면서 전세 시장의 수요 공급 균형이 깨지고 있기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전세 시장의 수요 공급측면에서 살펴보자. 전세의 수요 측면에서는 과거보다 전세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인구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논리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고, 이런 이유로 집을 살 여력이 있는 계층들도 집을 사지 않고 대거 전세 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전세 시장에 공급은 줄어들고 있다. 멸실 주택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전세를 주려는 소유주들이 줄어들고 월세로 돌리는 소유주들이 늘어나고 있기때문이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임대 가구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 2월에는 60.1%를 기록한 이래 점차 그 비중이 줄어들어 현재는 54.9%까지 떨어졌다. 이것은 과거 1천 가구중 전세를 주던 사람이 601가구, 월세를 주던 사람이 399가구였던 것이, 현재는 그중 52가구가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 형태를 바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이것은 이미 계약을 바꾼 실적치가 그렇다는 것이고, 시장에 나온 매물을 기준으로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월세 매물은 상대적으로 풍부한데 비해 전세 매물은 단지별로 1~2건에 불과하다.

이렇게 적은 전세 매물을 놓고,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 소유주가 부르는 호가가 전세가로 굳혀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러면 집 소유주들은 왜 갑자기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것일까? 크게 세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부동산 시장에 불어닥친 수익형 부동산 붐이다. 부동산으로 시세 차익을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해지자, 임대수익을 노리는 투자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상가나 오피스텔등 전통적 수익형 부동산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투자할수 있는 주택에서 임대 수입을 얻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둘째, 부동산 시장 침체에 원인이 있다. 과거 소유주들이 집을 사서 전세를 주는 이유는 적은 자본금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지렛대 (레버러지)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억원짜리 집을 1억원에 전세를 준다고 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2년간 그 집을 독점적으로 사용할수 있는 권리를 얻게된다. 하지만 소유주 입장에서는 그 집이 오르지 않는다면 자선사업을 한 셈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집값 상승율이 높았기때문에 2년간 월세로 얻는 이득보다 시세차익이 훨씬 많았었다. 월세를 놓으려면 자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지만 전세를 끼면 적은 자본으로도 시세차익을 볼수 있기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자본이 적은 사람뿐 아니라 자본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월세를 놓고 집을 한두채 사기보다는, 전세를 끼고 여러채의 주택을 사는 것이 더 수익성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월세보다는 전세의 공급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정부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를 끼고 여러채의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주택 수를 줄이면서 남는 자본으로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것이 훨씬 수익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세째, 정부의 전세금 과세 정책에도 그 책임이 있다. 내년부터 3주택 이상을 소유한 자가 전세를 주는 경우 전세금의 총합이 3억원을 초과한다면 과세 대상이 된다. 그 동안 과세해 온 월세와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세금을 내면서까지 전세를 주려는 사람이 줄어들수 밖에 없다. 월세는 직접적인 수입이 있으니 그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 큰 부담이 없지만, 전세의 경우 직접적인 수입이 생기지 않는다.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이유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이기때문에 그 집이 팔려야 이익이 실현된다. 이 경우 양도소득세라는 형태로 과세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임대소득세를 더 걷는다고 하니, 어차피 세금을 낼바에야 월세를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때문이다. 정부에서 생각하는대로 전세금을 받아 원금 그대로 은행에 넣아두는 사람은 없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월세 수준보다 훨씬 낮기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전세금에 대해 과세를 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서 전세를 몰아내고 월세로 전환하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한 것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매달 꼬박꼬박 일정액을 지불해야 하는 월세보다 원금 손실이 없는 전세를 더 선호할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적은 전세 물량을 놓고 많은 세입자들이 경쟁하다보니 전세가가 오를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전세 구하기 경쟁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집을 살 능력이 되지만 집값이 내릴 것 같아서 집을 사지 않는 중산층은 피해자라 할수 없다. 집값이 내릴 것같은 불안감 대신 (맘 편하게) 전세금을 올려주는 선택을 한 것이기때문이다. 전세금 폭등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은 정작 서민들이다. 이들은 집을 사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돈이 없어서 집을 사지 못한다. 그렇다고 매달 몇십만원씩 하는 월세도 부담이 크다. 결국 전세만이 이들에게 가장 유리한 주거 수단인데, (집을 살 능력이 있어도 집을 사지 않는 일부 중산층과는 달리) 본인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돈에 여유가 있는 중산층들은 전세를 올려줄수 있지만, 서민들은 전세 구하기 경쟁에서 밀려나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전세가를 잡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는 전세금 인상 폭을 제한하는 방법을 생각할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책중 하책이다. 이런 정책을 쓰게된다면, 전세금 인상을 노리고 그나마 나와있는 전세도 월세로 돌아서 버릴 것이기때문이다. 현재는 전세금 폭등도 문제지만 수요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전세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더 문제이다.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아파트는 공급 기간이 오래걸리니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다세대주택등을 대량 공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대규모 미분양 사태만 생길 가능성이 있고, 공급이 된다고 해도 그것이 월세가 아닌 전세로 공급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결국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세입자는 전세만을 선호하고, 소유주는 월세를 선호하는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세입자가 월세로 살면 전세가는 지금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 월세는 전세보다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공급 측면에서 월세보다 전세를 많이 놓게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할수있다. 세제를 건드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첫째, 내년부터 과세하기로 계획되어 있는 전세금에 대한 임대소득세 부과 방침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둘째, 전세 전용 임대사업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들에게 월세 임대 사업자와 차별화된 세제 혜택을 주어야 한다. 이런 획기적인 대책이 아니라면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 형태가 바뀌는 추세를 막을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것도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로서는 쉽게 선택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때문에 당분간 전세 물건 부족과 이에 따른 전세가 앙등은 그대로 집없는 서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시장은 공정하다. 시장이 왜곡되면 반드시 복수를 한다는 것이다. 이래서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은 실패할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 피해가 애꿎은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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